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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13 17:54 수정 : 2017.11.13 19:02

백지현
주부

몇해 전 자주 목이 잠기고, 무언가 만져져 검진을 받았다. 갑상선암이었다. 그길로 수술을 받았다. 막내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세번을 울었는데 처음은 암 선고를 받은 날이었고, 두번째는 수술을 마치고 정신이 들었을 때였다. 입안 가득 건조했고 정신이 아득했지만 살았다는 기쁨에 눈물이 흘렀다.

세번째 눈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때에 흘렸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해 아이들과 보름간 떨어져 지냈을 때였다. 알약 하나만 복용하면 되는 간단한 치료지만 방사능 물질이 있는 약이니 퇴원을 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외곽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며칠간 지냈다. 첫날밤 첫째 딸이 전화를 걸었다. 늘 동생을 살뜰히도 챙겨 다 큰 줄만 알았던 첫째가 울며 떼를 썼다. “며칠 밤을 더 자야 집으로 돌아오냐”며. 이런 생이별이 또 있을까? 치료를 위해 2주 동안 저요오드 식단을 하고, 4주간 호르몬제를 중단하며 이미 육체적, 심적으로 지친 상태라 그리움은 더했다.

갑상선암 환자 중에 수술 뒤 5년 안에 재발이 많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있다. 필자는 현재까지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커 일년에 두번씩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갑상선암은 수술 뒤 관리가 더 번거로운 암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할 때도 그렇지만 추적검사를 받을 때도 갑상선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호르몬제를 최대 한달간 끊어야 한다. 호르몬제를 끊지 않고 주사를 맞아 갑상선기능저하증을 경험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보험 대상자가 아니란다. 보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대부분의 환자가 큰 비용을 내야만 약을 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던데?’라며 쉽게 말을 던진다. 이 말에 환자들은 더 상처를 받는다. 이제는 갑상선암 환자의 수술 뒤 치료나 검사할 때 받는 고통에 대해서 공감해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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