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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13 17:54 수정 : 2017.11.13 19:03

김재균
농업박물관장

서울 한복판인 서대문사거리 부근 농업박물관 앞에는 아담한 농장(?)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계절별로 여러 농작물을 볼 수 있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보리싹을, 여름에는 부추, 땅콩, 토란과 벼를, 가을에는 목화 등을 볼 수 있어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운 좋으면 어린이들이 모심기를 하고 벼를 베는 정겨운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사계절 농장은 도심 속 색다른 볼거리다.

농경문화 체험장으로 인기가 높은 농업박물관이 올해로 개관 30돌을 맞았다. 박물관을 통한 농경문화서비스를 시작한 지 서른해. 그동안 많은 행사를 해왔다. 농기구를 소재로 친근한 전시를 매년 열었고, 다양한 박물관 교육활동도 벌여왔다. 농업박물관이 문을 연 건 1987년 11월18일이다. 우리 농업역사에서 그날은 매우 의미 있는 날로 평가받는다. 5천년간 우리의 일상이었던 농업이 처음으로 박물관으로 들어온 날이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특별한 물건만이 전시되는 것으로 알았던 박물관에 흔한 농사 도구들이 전시된 것이다. 당시로는 조금 파격적이었다.

배경에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영농기계화가 있다. 즉 전통 농기구에서 동력 농기계로 교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옛 도구들이 쓸모가 없게 되자 방치되거나 폐기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박물관 설립을 시작하게 되었다. 설립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보여준 농기구 기증 모습은 국내 박물관 역사에 보기 드문 미덕으로 남아 있다. 농업 전문 박물관으로는 국내 최초였고 19번째 사립 박물관이었다. 이후 많은 농업 관련 박물관이 생겨났고, 사립 박물관만 해도 351곳에 이른다. 양적 성장은 질적 향상도 가져왔다. 점점 체험과 교육의 기능이 강화되고 관람객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박물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얼마 전 일본 농협 관계자가 농업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박물관 건립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본에는 지역의 현립 농경문화전시관은 여럿 있지만 전국적인 농업박물관이 없다. 전국적 농업박물관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먼저 한국이 부럽다고 했다. 중국은 어떤가. 베이징에 구립 농업박물관이 있지만 우리보다 훨씬 늦은 2000년대 들어 문을 열었다. 이처럼 우리 농업박물관은 한·중·일 가운데서도 최초다.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는 약 5천년 전쯤에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농업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최근 급속한 기술 발달은 농업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18세기 시작된 1차 산업혁명으로 농업에 기계화가 도입되었듯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농사짓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담아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 박물관이다.

농업박물관에는 100여년 전 윤봉길 의사가 주창한 ‘농업은 인류의 생명창고’란 글귀가 붙어 있다. 세상 만고의 진리인 ‘농자천하지대본’의 참뜻을 깨닫고 농업의 가치를 되새겨 보자는 의도다. 농업박물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그동안 농업박물관이 지키고 알리고자 했던 농업의 가치가 새로운 헌법에도 반영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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