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크런치 모드’. 게임 출시가 임박하면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살인적 연장근로에 내몰린다. 으레 관행처럼 반복되었지만, 정작 연장야간수당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원래 그러려니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 문제의식도, 죄의식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사가 미리 연장근로시간을 예정해 두고, 아예 임금을 포괄해서 지급하기로 합의해 둔 탓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포괄임금제 말이다. 임금 산정 방식에 관한 한 노동법상 원칙은 아주 분명하다. 근로시간에 딱 비례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임금도 많아져야 하는 식이다. 근로시간 산정을 대충 하고 넘겼다가는 큰일 난다. 행여나 근로한 시간보다 임금이 덜 지급되기라도 하면 임금체불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근로시간 관리야말로 노무관리의 ‘시작’이요 ‘끝’이다. 예외가 있다면 한가지다. 근로시간 산정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때다. 근로 장소가 사업장 밖이거나, 연구업무마냥 업무수행이 근로자 재량에 맡겨지는 경우가 그런 예다. 입법자는 이런 경우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재량근로시간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고, 그 시간을 임금산정의 기초로 삼는 방식이다. 문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매우 ‘어려운’ 경우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근로시간 산정 그 자체가 매우 소모적이고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애매모호한 경우까지 입법자가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다. 사실 과거 대공장 시절 근로시간 산정은 지극히 간단했다. 근로자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일하고 또 쉬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업무의 양도 고정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경기변동이나 업종 특성에 따라 업무의 양도 시점도 수시로 들쭉날쭉한다.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스스로 업무수행 템포를 잘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그때마다 일일이 근로시간 챙기기란 그리 쉬울 리 없다. 요즘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의 생존전략을 짜내기도 벅찬 판국인데, 근로시간 산정에만 매달려 많은 비용과 노력을 소모해야 한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막무가내로 원칙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이때 법원이 매우 조심스럽게 내놓은 해법이 바로 ‘포괄임금제’이다. 하긴 근로시간을 너무 경직적으로 따지고 들면 근로자도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업무 중이다가도 친구나 부모님이 회사로 찾아오면 회사 근처 카페에서 삼십분쯤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일이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고도 그 정도 재량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노동시장은 포괄임금제를 ‘공짜 쿠폰’으로 받아들였다. 법원이 포괄임금제만 설정해 두면 추가수당을 지급함이 없이도 얼마든지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여겼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애초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포괄임금제란 없다. 그것은 불법이다. 판례가 허용한 ‘진짜’ 포괄임금제는 세 가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근로시간의 산정이 심히 어려워야 한다. 그저 산정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둘째, 양 당사자 간에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실제 근로시간을 따져 산정된 임금과 비교할 때 포괄임금액이 같거나 더 많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인 이상 기업 1570곳 중 472곳(30.1%)에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포괄임금제가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통계수치만으로도 상당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체감수치로 본다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게 틀림없다. 궁금하다. 그중 ‘진짜’ 포괄임금제는 얼마나 될까. 상황이 이러한데도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문규정은 노동법 그 어디에도 없다. 이쯤 되면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조만간 정부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참에 국회가 나서서 포괄임금제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지금까지의 ‘경험칙’에서 보듯이, 포괄임금제는 ‘오남용’ 위험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과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 포괄임금제 적용에 있어 노조와의 합의 등 절차적 공정성도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여전히 고민은 남는다. 근로시간의 양에만 의존하는 임금산정체계를 언제까지고 불변의 ‘도그마’로 남겨둘 것인가. 과거 단순 직공들에게 있어 근로시간은 곧 노동의 성과였다. 생산량이 근로시간의 양과 정비례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과 임금을 상호 연동시키는 방식에 당시 노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지금도 대다수 근로자들에게는 마찬가지다. 그대로 유효하다. 하지만 근로시간의 양만 가지고 임금을 산정해 내는 것에 대해 근로자들 스스로도 동의하지 못하는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독일 노동부 장관 날레스의 진단대로라면 미래의 노동자는 ‘창의적 지식 노동자’와 ‘스스로 시간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노동자’다. 우리 역시 그런 노동자상을 지향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노사 모두에게 유용하고 합리적인 임금산정 방식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포괄임금제의 오남용도 철저히 막아야 하지만, 언제까지고 근로시간의 양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이래저래 정부가 할 일이 많다.
왜냐면 |
[왜냐면] 포괄임금제는 공짜 쿠폰이 아니다 / 권혁 |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크런치 모드’. 게임 출시가 임박하면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살인적 연장근로에 내몰린다. 으레 관행처럼 반복되었지만, 정작 연장야간수당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원래 그러려니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 문제의식도, 죄의식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사가 미리 연장근로시간을 예정해 두고, 아예 임금을 포괄해서 지급하기로 합의해 둔 탓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포괄임금제 말이다. 임금 산정 방식에 관한 한 노동법상 원칙은 아주 분명하다. 근로시간에 딱 비례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임금도 많아져야 하는 식이다. 근로시간 산정을 대충 하고 넘겼다가는 큰일 난다. 행여나 근로한 시간보다 임금이 덜 지급되기라도 하면 임금체불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근로시간 관리야말로 노무관리의 ‘시작’이요 ‘끝’이다. 예외가 있다면 한가지다. 근로시간 산정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때다. 근로 장소가 사업장 밖이거나, 연구업무마냥 업무수행이 근로자 재량에 맡겨지는 경우가 그런 예다. 입법자는 이런 경우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재량근로시간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고, 그 시간을 임금산정의 기초로 삼는 방식이다. 문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매우 ‘어려운’ 경우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근로시간 산정 그 자체가 매우 소모적이고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애매모호한 경우까지 입법자가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다. 사실 과거 대공장 시절 근로시간 산정은 지극히 간단했다. 근로자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일하고 또 쉬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업무의 양도 고정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경기변동이나 업종 특성에 따라 업무의 양도 시점도 수시로 들쭉날쭉한다.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스스로 업무수행 템포를 잘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그때마다 일일이 근로시간 챙기기란 그리 쉬울 리 없다. 요즘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의 생존전략을 짜내기도 벅찬 판국인데, 근로시간 산정에만 매달려 많은 비용과 노력을 소모해야 한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막무가내로 원칙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이때 법원이 매우 조심스럽게 내놓은 해법이 바로 ‘포괄임금제’이다. 하긴 근로시간을 너무 경직적으로 따지고 들면 근로자도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업무 중이다가도 친구나 부모님이 회사로 찾아오면 회사 근처 카페에서 삼십분쯤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일이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고도 그 정도 재량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노동시장은 포괄임금제를 ‘공짜 쿠폰’으로 받아들였다. 법원이 포괄임금제만 설정해 두면 추가수당을 지급함이 없이도 얼마든지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여겼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애초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포괄임금제란 없다. 그것은 불법이다. 판례가 허용한 ‘진짜’ 포괄임금제는 세 가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근로시간의 산정이 심히 어려워야 한다. 그저 산정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둘째, 양 당사자 간에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실제 근로시간을 따져 산정된 임금과 비교할 때 포괄임금액이 같거나 더 많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인 이상 기업 1570곳 중 472곳(30.1%)에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포괄임금제가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통계수치만으로도 상당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체감수치로 본다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게 틀림없다. 궁금하다. 그중 ‘진짜’ 포괄임금제는 얼마나 될까. 상황이 이러한데도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문규정은 노동법 그 어디에도 없다. 이쯤 되면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조만간 정부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참에 국회가 나서서 포괄임금제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지금까지의 ‘경험칙’에서 보듯이, 포괄임금제는 ‘오남용’ 위험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과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 포괄임금제 적용에 있어 노조와의 합의 등 절차적 공정성도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여전히 고민은 남는다. 근로시간의 양에만 의존하는 임금산정체계를 언제까지고 불변의 ‘도그마’로 남겨둘 것인가. 과거 단순 직공들에게 있어 근로시간은 곧 노동의 성과였다. 생산량이 근로시간의 양과 정비례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과 임금을 상호 연동시키는 방식에 당시 노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지금도 대다수 근로자들에게는 마찬가지다. 그대로 유효하다. 하지만 근로시간의 양만 가지고 임금을 산정해 내는 것에 대해 근로자들 스스로도 동의하지 못하는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독일 노동부 장관 날레스의 진단대로라면 미래의 노동자는 ‘창의적 지식 노동자’와 ‘스스로 시간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노동자’다. 우리 역시 그런 노동자상을 지향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노사 모두에게 유용하고 합리적인 임금산정 방식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포괄임금제의 오남용도 철저히 막아야 하지만, 언제까지고 근로시간의 양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이래저래 정부가 할 일이 많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크런치 모드’. 게임 출시가 임박하면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살인적 연장근로에 내몰린다. 으레 관행처럼 반복되었지만, 정작 연장야간수당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원래 그러려니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 문제의식도, 죄의식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사가 미리 연장근로시간을 예정해 두고, 아예 임금을 포괄해서 지급하기로 합의해 둔 탓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포괄임금제 말이다. 임금 산정 방식에 관한 한 노동법상 원칙은 아주 분명하다. 근로시간에 딱 비례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임금도 많아져야 하는 식이다. 근로시간 산정을 대충 하고 넘겼다가는 큰일 난다. 행여나 근로한 시간보다 임금이 덜 지급되기라도 하면 임금체불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근로시간 관리야말로 노무관리의 ‘시작’이요 ‘끝’이다. 예외가 있다면 한가지다. 근로시간 산정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때다. 근로 장소가 사업장 밖이거나, 연구업무마냥 업무수행이 근로자 재량에 맡겨지는 경우가 그런 예다. 입법자는 이런 경우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재량근로시간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고, 그 시간을 임금산정의 기초로 삼는 방식이다. 문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매우 ‘어려운’ 경우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근로시간 산정 그 자체가 매우 소모적이고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애매모호한 경우까지 입법자가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다. 사실 과거 대공장 시절 근로시간 산정은 지극히 간단했다. 근로자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일하고 또 쉬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업무의 양도 고정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경기변동이나 업종 특성에 따라 업무의 양도 시점도 수시로 들쭉날쭉한다.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스스로 업무수행 템포를 잘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그때마다 일일이 근로시간 챙기기란 그리 쉬울 리 없다. 요즘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의 생존전략을 짜내기도 벅찬 판국인데, 근로시간 산정에만 매달려 많은 비용과 노력을 소모해야 한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막무가내로 원칙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이때 법원이 매우 조심스럽게 내놓은 해법이 바로 ‘포괄임금제’이다. 하긴 근로시간을 너무 경직적으로 따지고 들면 근로자도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업무 중이다가도 친구나 부모님이 회사로 찾아오면 회사 근처 카페에서 삼십분쯤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일이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고도 그 정도 재량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노동시장은 포괄임금제를 ‘공짜 쿠폰’으로 받아들였다. 법원이 포괄임금제만 설정해 두면 추가수당을 지급함이 없이도 얼마든지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여겼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애초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포괄임금제란 없다. 그것은 불법이다. 판례가 허용한 ‘진짜’ 포괄임금제는 세 가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근로시간의 산정이 심히 어려워야 한다. 그저 산정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둘째, 양 당사자 간에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실제 근로시간을 따져 산정된 임금과 비교할 때 포괄임금액이 같거나 더 많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인 이상 기업 1570곳 중 472곳(30.1%)에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포괄임금제가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통계수치만으로도 상당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체감수치로 본다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게 틀림없다. 궁금하다. 그중 ‘진짜’ 포괄임금제는 얼마나 될까. 상황이 이러한데도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문규정은 노동법 그 어디에도 없다. 이쯤 되면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조만간 정부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참에 국회가 나서서 포괄임금제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지금까지의 ‘경험칙’에서 보듯이, 포괄임금제는 ‘오남용’ 위험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과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 포괄임금제 적용에 있어 노조와의 합의 등 절차적 공정성도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여전히 고민은 남는다. 근로시간의 양에만 의존하는 임금산정체계를 언제까지고 불변의 ‘도그마’로 남겨둘 것인가. 과거 단순 직공들에게 있어 근로시간은 곧 노동의 성과였다. 생산량이 근로시간의 양과 정비례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과 임금을 상호 연동시키는 방식에 당시 노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지금도 대다수 근로자들에게는 마찬가지다. 그대로 유효하다. 하지만 근로시간의 양만 가지고 임금을 산정해 내는 것에 대해 근로자들 스스로도 동의하지 못하는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독일 노동부 장관 날레스의 진단대로라면 미래의 노동자는 ‘창의적 지식 노동자’와 ‘스스로 시간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노동자’다. 우리 역시 그런 노동자상을 지향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노사 모두에게 유용하고 합리적인 임금산정 방식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포괄임금제의 오남용도 철저히 막아야 하지만, 언제까지고 근로시간의 양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이래저래 정부가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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