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전 판사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살이를 마친 백종건 변호사가 얼마 전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당했다. 변호사법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마친 지 5년이 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설혹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등록을 취소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출소한 백 변호사는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당했고 앞으로도 5년간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없다. 얼마 전 우연한 식사 자리에서 백 변호사를 처음 보았다. 감옥살이를 해본 사람도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소수 종교를 가진 사람도 개인적으로 만나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백 변호사는 여느 보통의 젊은 변호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 큰 무엇에 헌신하는 사람 특유의 사사롭지 않음과 정신적 건강함이 좀더 느껴졌을 뿐이다. 그는 ‘저, 술 잘 마십니다’라는 말로 반주를 권해야 할지 주저하는 나를 편하게 해주었고, 자칫 무겁고 심각할 수 있는 감옥살이 경험도 때론 우습고 때론 슬프게,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나누어주었다. 통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치매에 걸린 수용자들이나 임종 직전에 있는 수용자들을 간병하는 일 등 다른 수용자나 교도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들을 맡는다고 한다. 어느 교도관은, ‘너희들이 없으면 감옥이 돌아가지 않는다. 대체복무를 감옥에서 한다고 해봐라. 그러면 국민들에게 먹힐 것이다’라고 말했단다. 백 변호사 역시 ‘창살 없는 감옥’인 군대 대신 ‘창살 있는 진짜 감옥’에서 대체복무를 하며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했다. 식사 자리를 마치면서 백 변호사에게 ‘어쨌든 이제는 모두 끝났으니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물정 모르는 내 말에 그는 ‘감옥에서의 삶은 차라리 더 편하다. 감옥 이후의 삶이 오히려 더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의 변호사 재등록 거부 소식을 접한 이제서야 나는 그의 마지막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헌법 19조에서 말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를 말한다. 즉 그렇게 실천하지 않으면 인격이 파멸될 정도로 절박한 심정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양심에 따라, 일부 젊은이들은 병역을 거부했다. 젊고 선량한 그들을 지속적으로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현실에 고민하던 일부 젊은 판사들은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2015년 이후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은 50건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여전히 올 상반기에만 13건의 유죄확정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4년 현행 병역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뒤 여태껏 손을 놓고 있다. 국회에서는 2007년 대체복무제 도입이 잠시 논의된 바 있지만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할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살이까지 마친 이들을 계속해서 차별과 제재 속에 방치하는 일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에겐 사면권이 있다. 여태껏 사면의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감옥살이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야말로 대통령의 사면의 손길이 절실하다. 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기 전에는 그들의 감옥생활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직은 젊다고 하나, 젊음은 쉽게 지나가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제는 사면권자인 대통령의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진지한 양심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할 때가 아닐까.
왜냐면 |
[왜냐면] 어느 병역거부자의 끝나지 않는 감옥 / 윤나리 |
윤나리
변호사·전 판사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살이를 마친 백종건 변호사가 얼마 전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당했다. 변호사법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마친 지 5년이 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설혹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등록을 취소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출소한 백 변호사는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당했고 앞으로도 5년간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없다. 얼마 전 우연한 식사 자리에서 백 변호사를 처음 보았다. 감옥살이를 해본 사람도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소수 종교를 가진 사람도 개인적으로 만나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백 변호사는 여느 보통의 젊은 변호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 큰 무엇에 헌신하는 사람 특유의 사사롭지 않음과 정신적 건강함이 좀더 느껴졌을 뿐이다. 그는 ‘저, 술 잘 마십니다’라는 말로 반주를 권해야 할지 주저하는 나를 편하게 해주었고, 자칫 무겁고 심각할 수 있는 감옥살이 경험도 때론 우습고 때론 슬프게,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나누어주었다. 통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치매에 걸린 수용자들이나 임종 직전에 있는 수용자들을 간병하는 일 등 다른 수용자나 교도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들을 맡는다고 한다. 어느 교도관은, ‘너희들이 없으면 감옥이 돌아가지 않는다. 대체복무를 감옥에서 한다고 해봐라. 그러면 국민들에게 먹힐 것이다’라고 말했단다. 백 변호사 역시 ‘창살 없는 감옥’인 군대 대신 ‘창살 있는 진짜 감옥’에서 대체복무를 하며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했다. 식사 자리를 마치면서 백 변호사에게 ‘어쨌든 이제는 모두 끝났으니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물정 모르는 내 말에 그는 ‘감옥에서의 삶은 차라리 더 편하다. 감옥 이후의 삶이 오히려 더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의 변호사 재등록 거부 소식을 접한 이제서야 나는 그의 마지막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헌법 19조에서 말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를 말한다. 즉 그렇게 실천하지 않으면 인격이 파멸될 정도로 절박한 심정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양심에 따라, 일부 젊은이들은 병역을 거부했다. 젊고 선량한 그들을 지속적으로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현실에 고민하던 일부 젊은 판사들은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2015년 이후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은 50건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여전히 올 상반기에만 13건의 유죄확정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4년 현행 병역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뒤 여태껏 손을 놓고 있다. 국회에서는 2007년 대체복무제 도입이 잠시 논의된 바 있지만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할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살이까지 마친 이들을 계속해서 차별과 제재 속에 방치하는 일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에겐 사면권이 있다. 여태껏 사면의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감옥살이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야말로 대통령의 사면의 손길이 절실하다. 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기 전에는 그들의 감옥생활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직은 젊다고 하나, 젊음은 쉽게 지나가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제는 사면권자인 대통령의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진지한 양심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할 때가 아닐까.
변호사·전 판사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살이를 마친 백종건 변호사가 얼마 전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당했다. 변호사법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마친 지 5년이 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설혹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등록을 취소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출소한 백 변호사는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당했고 앞으로도 5년간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없다. 얼마 전 우연한 식사 자리에서 백 변호사를 처음 보았다. 감옥살이를 해본 사람도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소수 종교를 가진 사람도 개인적으로 만나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백 변호사는 여느 보통의 젊은 변호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 큰 무엇에 헌신하는 사람 특유의 사사롭지 않음과 정신적 건강함이 좀더 느껴졌을 뿐이다. 그는 ‘저, 술 잘 마십니다’라는 말로 반주를 권해야 할지 주저하는 나를 편하게 해주었고, 자칫 무겁고 심각할 수 있는 감옥살이 경험도 때론 우습고 때론 슬프게,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나누어주었다. 통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치매에 걸린 수용자들이나 임종 직전에 있는 수용자들을 간병하는 일 등 다른 수용자나 교도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들을 맡는다고 한다. 어느 교도관은, ‘너희들이 없으면 감옥이 돌아가지 않는다. 대체복무를 감옥에서 한다고 해봐라. 그러면 국민들에게 먹힐 것이다’라고 말했단다. 백 변호사 역시 ‘창살 없는 감옥’인 군대 대신 ‘창살 있는 진짜 감옥’에서 대체복무를 하며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했다. 식사 자리를 마치면서 백 변호사에게 ‘어쨌든 이제는 모두 끝났으니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물정 모르는 내 말에 그는 ‘감옥에서의 삶은 차라리 더 편하다. 감옥 이후의 삶이 오히려 더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의 변호사 재등록 거부 소식을 접한 이제서야 나는 그의 마지막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헌법 19조에서 말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를 말한다. 즉 그렇게 실천하지 않으면 인격이 파멸될 정도로 절박한 심정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양심에 따라, 일부 젊은이들은 병역을 거부했다. 젊고 선량한 그들을 지속적으로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현실에 고민하던 일부 젊은 판사들은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2015년 이후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은 50건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여전히 올 상반기에만 13건의 유죄확정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4년 현행 병역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뒤 여태껏 손을 놓고 있다. 국회에서는 2007년 대체복무제 도입이 잠시 논의된 바 있지만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할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살이까지 마친 이들을 계속해서 차별과 제재 속에 방치하는 일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에겐 사면권이 있다. 여태껏 사면의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감옥살이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야말로 대통령의 사면의 손길이 절실하다. 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기 전에는 그들의 감옥생활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직은 젊다고 하나, 젊음은 쉽게 지나가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제는 사면권자인 대통령의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진지한 양심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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