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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0 18:19 수정 : 2017.10.30 19:13

윤용식
한국방송대 명예교수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간의 ‘강대강’ 대결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기어이 인류사에 일찍이 없던 핵전쟁을 이 한반도에서 일으키려는가, 양 정상의 말폭탄으로 끝날 것인가? 당연히 후자 쪽을 바라지만, 문제는 양 정상의 예측 불가능하고 비정상적인 성품이다.

만약 양국 중 어느 한쪽이 상대국의 선제공격이 없는데 있는 것으로 순간 착각하고, 선공을 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찌 되는가?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북한이 미국을 의심, 착각하고 선공을 한다면 그들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 남한도 공격할 것이 아닌가. 상황이 이렇게 위중한데,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서방세계의 대처법은 그간 ‘제재와 협상’이란 틀 속에 갇혔었는데, 이젠 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남긴 말 중 하나를 상기해본다. “민족을 앞서는 동맹은 이 세상에 없다”는 대통령 취임 초 그의 말은, 아직도 울림을 준다. 지금 이를 재음미해봄 직하다. 미국은 우리의 제일 가까운 우방이요, 6·25 때 공산화를 막아준 고마운 나라임에 틀림없지만, 이는 그들의 멀리 내다본 국익에 따른 정책이었을 뿐, 전적으로 남한만을 위해 싸워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요즘 많이 느끼듯이, 국익 앞에선 얼마든지 우릴 배제할 수 있는 나라다. 우린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은, 당장은 우리에게 원수 같은 나라지만, 끝내는 통일해야 하는, 수천년간 역사·문화·언어를 공유해 온 나라다. 또한 이산가족이, 필자 본인도 포함되지만, 무려 천만이나 되지 않는가. 그러므로 북한을 어떤 다른 나라보다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와이에스의 본뜻이라고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신 베를린 선언’을 통해, 남북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동안 묵묵부답하다가 겨우 개인 명의의 무성의한 답만을 내놓았다. 미국은 “떨떠름”, 또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선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북한도 야속하지만, 미국의 태도는 또 무엇인가. 미국이 협상을 도맡아 할 테니 남한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이는 세월호 선장이 절체절명의 골든타임에 자기는 배에서 빠져나오면서 학생들에겐, “가만히 있으라”고 한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간 미국이 못 해냈고, 더구나 지금은 핵전쟁 위기까지 몰려 있는 판에, 당사자인 우리라도 나서서 해법을 모색해 보겠다는데 그게 어째서 “불쾌”하기까지 한 것인지? “한반도에서의 적당한 긴장과 대결적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평(이남주, 창비주간논평, ‘‘진짜 문제’가 된 북한의 핵과 한국의 선택’)을 듣는 미국이지만, 설마 북핵 해결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미국은 아무리 최강국이라 해도 무력만으로 해결하지 못한 국제사가 얼마든지 있고, 승리하지 못한 전쟁도 있지 않은가? 트럼프는 또, “전쟁이 나도 거기(한반도)서 나고 사람들이 수천명 죽어도(실제는 상상할 수 없을 것임) 거기서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비인도적, 비이성적인 말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 당국은 왜 항의 한번 못하는가? 이럴 때 안보를 제일 중시한다는 우리 보수야당의 진정한 ‘보수의 목소리’도 듣고 싶다. 종북도 나쁘지만, 종미도 나쁜 건 마찬가지 아닌가. ‘태극기부대’ 등의 무조건적 종미가 바로 트럼프가 우리를 같은 급의 인간으로 보지 않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북한이 우릴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 이유도, 지난 스위스 부국장급 국제안보회의(17년 10월15일)에서 드러낸 바 있지만, “남한이 어떤 결정을 해도 미국이 막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미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이고, 최근에는 “미·서구가 배워야 한다”고 평가까지 받고 있다. 또 독일 에버트 인권상까지 받은, 21세기판 민주주의 “촛불혁명”을 성공시켰다. 당당히 이젠 우리도 할 말을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앞의 와이에스 말로 돌아가 보자. 결국 이제 해법은 동족관계에서 찾아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동족이지만 저쪽은 지구상 둘도 없는 3대 세습 독재체제여서 우리가 대단한 인내심과 이해심을 갖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전 정부적, 전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워싱턴 이그재미너>(WE) 10월18일치에서 칼럼니스트 톰 로건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대북 협상의 선행조건”이라고 했다.

우리도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무언가 획기적인 제의를 하여 물꼬를 우선 터야 한다. 동서독은 통일 과정에서 400번이나 회담했다고 하고, 서독이 동독에 원조한 규모도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천문학적 액수라고 한다. 우린 이제 북한보다 45배나 더 잘살므로 형님의 입장에서 좀 더 ‘퍼줘도’(이때 친일기득권층의 비판이 극심하겠지만, 정부 여당은 이를 오직 국익과 정의 편에서 의연히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야 유능한 것이고 유능해야 정의도 실현할 수 있고 국민 신뢰도 따른다) 괜찮을 것이고, 회담도 400번 이상 할 각오를 하면 해낼 수 있다.

회담이 일단 시작되면 남북불가침조약을 맺는 데까지 가야 한다. 그야말로 불가역적, 최종적,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조약을 맺어야 한다. 이것이 성사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필요가 없어지고, 북한 또한 미국을 적대시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미 간 핵전쟁의 위기가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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