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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0 18:17 수정 : 2017.10.30 19:12

김희정
시인

뜨겁다고 생각했다
나쁜 손이 만지기만 해도
화상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촛불은 바람보다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만 켜도
어둠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둘을 켜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장에 하나가 켜졌다
옆 사람 얼굴이 보였다
광장에 두 번째 불이 켜졌다
옆에 옆 사람이 더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이 일렁거렸다
광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마음과 마음이 타기 시작했다
그 마음은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불씨였다
씨앗이었다
독버섯처럼 자란
형형색색 적폐의 산에 옮겨붙었다
하나도 남김 없이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촛불이 어둠을 뚫고 일어날 때마다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 년, 천 년, 만 년을 품을
생명의 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촛불은 생각이 아니었다, 실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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