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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0 18:17 수정 : 2017.10.30 19:10

박균열
경상대 윤리교육과 교수

강은 생활의 터전이다. 국가나 지역의 지형적인 경계를 나누기 위해 흔히 강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어왔지만 강은 사실상 분단과 분리의 상징이 아니라 양쪽 주거민들의 삶의 공통 영역이다.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많은 강들이 있다. 그중에서 한반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강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한강(漢江)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의 <한서>(漢書) 지리지에는 대수(帶水)라고 했고, 광개토대왕릉비에는 아리수(阿利水)로, <삼국사기> 백제건국설화에는 한수(寒水)로 표기되었다.

그런데 현재의 서울을 한성(漢城)이라고 부르던 시절에는 그 이름을 그렇게 부른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漢)은 옛 중국의 나라 이름이다. 동양의 놀이인 장기에서도 초(楚)나라와 함께 등장한다. 또한 현재의 중국 산시성(陝西省) 남서부인 닝창현(寧强縣) 북쪽에 있는 강이 한수이(漢水)라고 불리고 있다. 영어로는 ‘Han River’로 표기되고 있다. 이렇듯 현재 한성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도 중국과 역사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는 이름의 한강(漢江)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일찍이 우리나라의 한의학계에서는 1986년 의료법 개정 시에 한의학(漢醫學)이라는 용어 대신에 한의학(韓醫學)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법제화했다.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족정신 고양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핍박만을 벗어나는 것에 너무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민족을 배반하고 민족정신을 폄훼한 자들의 행적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에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켜서 우리 민족의 문화와 민족 공동체를 지속해나가기 위함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민족정체성을 훼손하는 듯이 보이는 용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눈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하천법’ 제7조에 의하면 한강과 같은 국가하천의 명칭을 지정하는 일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토교통부는 우선 한강의 한자 명칭 변경에 대해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법령상에는 한자 명칭이 없으므로 필요성을 고려하여 법령 내용에 한자를 포함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한강(韓江)으로 표기를 변경하는 문제가 한자를 명기하지 않고 있는 현행 법령의 특징 때문에 법률적인 문제라기보다 시민들의 생활문화의 문제라고 한다면, 서울시와 민족정기 고양을 위한 관련 시민단체들이 합심하여 사회운동 차원에서 ‘韓江’ 사용 캠페인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어떤 개인이나 민족, 그리고 국가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강인 한강의 이름을 바로 사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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