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농어촌 작은 학교는 지역의 상징이고 지역민의 의지처다. 마지막 남은 농어민들의 아들딸이 희망을 싹틔워가는 곳이다. 지난 10월 말 교육부는 농어촌 지역에 있는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한다는 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계획을 보면 농어촌 지역의 유치원(병설), 초·중·고교의 43%인 1900곳이 넘는 학교가 앞으로 영원히 문을 닫을 상황이다. 농어촌 지역의 시·읍 단위를 제외하면 면소재지에 있는 학교는 통폐합 대상이 되어 하나도 남게 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국민은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의 직업이나 성별 지역에 따른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현재 농촌의 실정은 어떠한가? 올해부터 추곡수매제까지 폐지하여 1년 동안 땀 흘려 가꾸고 거둬들인 식량을 팔 데가 없어 생계가 위태로울 지경이 되었다. 이 벼랑 끝의 위기 앞에 농어촌 학교 통폐합 정책이 발표되었다. 자본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갉아먹어버리는 기업·시장·경제 논리로 교육문제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폐교 대상이 될 학교의 대부분은 천혜의 자연조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체험장이고 배움의 마당이 될 수 있다. 농어촌 작은 학교는 지역의 상징이고 지역민의 의지처다. 마지막 남은 농어민들의 아들딸이 희망을 싹틔워가는 곳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통폐합을 잘하는 교육청에는 재정을 차등해 지원하겠다”는 사탕발림과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한 채 진정한 교육의 주체들을 내동댕이쳐 버릴 발상이다. 교육문제 때문에 농어촌을 떠나라는 것이고 교육문제를 안고 있는 한 농어촌에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이고 폭력인 것이다. 정부는 작년에 ‘작은 학교 육성 등 농어촌 교육살리기’를 포함한 ‘농어촌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이 얼마나 기만적인가. 생존기반을 파괴해 버리고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인다는 말인가. 농업과 작은 학교를 대하는 시각이나 태도, 정책 실행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농업과 또다른 산업, 작은 학교와 큰 학교, 지방과 중앙, 농촌과 도시, 자연과 인간 등등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더불어 상호 소통하여 고유한 가치들이 인정되고 존중받을 수 있을 때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학교 하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농어촌 사회의 또다른 물적 토대들이 무너져 가는 것이고, 농어촌에서만 싹틀 수 있는 풍요롭고 다양한 무형의 가치들이 사라져감을 의미한다. 농어업을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일이라 여기며 이땅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고, 그 자식이 있는 한 농어촌 작은 학교를 통폐합해서는 결코 안 된다. 송만철/전남 보성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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