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9.25 18:13 수정 : 2017.09.25 19:12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파리바게뜨 사건으로 방송과 신문이 연일 뜨겁지만, 보도 내용은 제각각이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고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고 또 사건의 결과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그 밖에 이번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에 대해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근 관련 연구를 한 노동법 전공자로서, 이번 사건을 올바르게 보기 위한 몇가지 정보를 알리고자 한다.

먼저, 많은 관심과 논란은 당연하다. 낯설기 때문이다. 불법파견에 관한 근로감독에서 5천명이 넘는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명한 것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시행 20년 만에 처음인 듯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프랜차이즈 관계에 노동법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원청과 협력업체라 불리는 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이 실제로는 근로자파견계약이라는 논란, 곧 불법파견 혹은 위장도급 분쟁은, 주로 제조업에서 전체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적어도 프랜차이즈 산업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근로감독 결과에 파리바게뜨나 프랜차이즈 업계가 크게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보면, 프랜차이즈 관계에 대한 노동법 적용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영업점 관리인’에 해당하는 가맹점주(가맹점 사업자)는 그와 관계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 또 법원은 가맹점주의 가맹본부에 대한 독립성·자율성이 없다면 가맹점 근로자는 물론이고 가맹점주도 가맹본부의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원조’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종전엔 프랜차이즈 관계에 노동법을 거의 적용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정부부터 법적 개입을 강화했다. 하청·프랜차이즈·공급체인 등이 주도하는 간접고용의 확대가 소득 양극화의 원인이 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과 연방노동위원회(NLRB)는 가맹점주와 가맹점 근로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가맹본부의 노동법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2010년 커버롤(Coverall·프랜차이즈 청소업체) 사건에서 법원은 가맹점의 운영을 광범위하게 지배한 커버롤 본사를 가맹점주의 노동법상 사용자로 판단했고, 2012년부터 연방노동위원회는 맥도널드 본사에 가맹점 근로자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라고 명령했다. 두 나라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유익한 시사를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관련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각국이 간접고용을 규율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파견법이 간접고용을 규율하는 가장 중요한 법률이다. 근로자 파견이란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파견 사업주)가 그 근로자를 다른 사용자(사용 사업주)의 지휘명령에 따라 사용되도록(일하도록) 하는, 고용관계와 사용관계가 분리되는 고용형태다. 파견법은 중간착취 등의 위험에서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상 업무와 기간을 한정하고 허가받은 업체에만 파견을 허용한다. 법을 위반하면 사용 사업주가 직접 관련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한다.

그런데 근로감독 결과를 이행해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한 후 가맹점에 보내더라도 파견법 위반이다”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파견법의 적용 대상은 근로자 파견 사업, 즉 ‘근로자 파견 그 자체가 사업의 목적인 경우’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를 다른 회사에 보내어 그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게 해도 파견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프랜차이즈 관계가 아니라도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를 다른 회사에 보내어 근무하게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며, 그동안 이런 비사업적 근로자 파견에 파견법이 적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한 후 가맹점에 보내더라도 파견법 위반의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 “가맹사업법상 품질 유지를 위한 교육·훈련·지원은 가능하므로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에 대한 업무지시는 합법”이라는 주장 역시 이상하다. 파견법을 지키면서 동시에 가맹사업법에 따라 용역 지원을 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지금처럼 협력업체를 통해 제빵기사를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여 가맹점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필요한 지시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근로자 파견 관계에서 일한 근로자가 2년의 경과 등 다른 법적 요건을 갖추면 직접고용간주(현행법은 직접고용의무) 조항이 적용된다고 확인했다. 더불어 여기서 직접 고용은 기간제가 아니라 정규직이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이때부터 파견법 적용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서의 내용이나 해당 관계의 합법성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자 파견의 존재 여부가 되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핵심적 쟁점이 “누가 제빵기사를 실제로 사용(지휘감독)했는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빵기사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사용한 것이 협력업체인지 가맹점주인지 혹은 파리바게뜨 본사인지가 중요하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전반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았으므로, 만약 정부의 조처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려면 다른 주장에 앞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지휘감독을 한 바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법과 판례가 어떻든 당사자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클 것이다. 이런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당사자 사이의 대화와 숙의다. 프랑스의 경우 ‘2016년 8월8일 법률’을 통해 가맹사업에서 가맹본부, 가맹점주 대표, 가맹점 근로자 대표 3자로 프랜차이즈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런 제도가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관련 당사자들이 공적 권위를 가진 노사정위원회에 사회적 대화를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그에 앞서 불필요하게 공포와 대립을 부추기는 과장이나 근거 없는 주장부터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