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사회평론 대표 정부가 내년을 책의 해로 정하기로 했단다. 매년 줄던 출판 관련 예산도 340억원에서 400억원 정도로 늘린다고 한다. 책의 해라도 만들어서 독서 분위기를 ‘계도해보자’는 문제의식에는 백번 공감한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들이 국민들을 ‘계도하는’ 책의 해가 되기보다는 그들이 ‘계도당하는’ 책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들은 그동안 “출판산업은 사양산업”이라고 해왔다. 책은 디지털콘텐츠로 되어 이(e)북이나 핸드폰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서 결국 사라질 산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출판지원이 마지못한 생색내기용이 되어온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틀렸다. 티브이(TV)가 생겨난 후에도 영화는 발전했고 섬유나 의류산업도 첨단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종이책은 최근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베이징 도서전에서 만난 중국출판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출판이 경제성장률의 두 배에 이르는 12.8% 성장했다며 “출판이 사양산업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35살 이상 60살까지의 인구는 연령당 80만~1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0살부터 14살까지의 연령당 인구 구성은 40만명대다. 이 변화만으로도 지난 8~9년 동안의 한국 출판산업 매출액 정체 및 하락 원인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출판사들은 그동안 쌓인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 정보기술(IT)과의 접합, 새로운 분야 개척 등으로 출로를 모색하며 진화하고 있다. ‘출판사양산업론’은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특정 세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데올로기’다. 출판산업은 어렵기 때문에 도와야 하는 산업이 아니다. 그 자체로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할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둥이자 뿌리이기 때문에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독서문화는 결국 책이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당연히 책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주체인 출판사를 키워야 고용과 생산과 소비, 그리고 문화가 동시에 성장한다. 사람들이 지난 6월 치러진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해 갑자기 도서전이 잘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에는 정부가 지원만 할 뿐, 출판 산업의 주체인 출판사들이 도서전 기획, 운영의 모든 것을 맡았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독서문화가 발전되기를 원한다면 출판인들을 먼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예산의 수립, 집행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자기들 힘으로 ‘책의 해’를 만들어낼 것이다.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마케팅을 정부가 돈 들여서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기는 한때 우리 출판인들도 정부 관료들의 도움으로 출판 ‘진흥’을 해보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가졌었다. 출판진흥원을 만들기 위해 관료들의 말에 따라 독재 시절 출판통제에 앞장섰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간판도 바꿔주고 그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면서까지. 그 뒤? 낙하산, 무능 원장 부임,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블랙리스트 출판인의 이사진 배제, 예산으로 벌이는 관변세력 육성…. 후회막급이다. 진흥원을 없앴으면 좋겠다. 사실 블랙리스트로 특정 저자의 책을 배제한 것도 우리 출판협회 등 민간에서 수행하던 세종도서선정 사업을 진흥원이 가져가고서 바로 벌어진 일이다.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정권도 바뀌고 장관도 바뀌지 않았느냐고? 아니,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관과 출판인들의 첫 간담회 내용부터 거짓으로 발표했고, 출판진흥원 사람들은 자기들이 블랙리스트 희생자라며 바뀌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하고 있고, 정부는 그 어떤 법도 규정도 지침도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역시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좋아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왜냐면 |
[왜냐면] 더 이상 우리를 ‘진흥’하지 마라 / 윤철호 |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사회평론 대표 정부가 내년을 책의 해로 정하기로 했단다. 매년 줄던 출판 관련 예산도 340억원에서 400억원 정도로 늘린다고 한다. 책의 해라도 만들어서 독서 분위기를 ‘계도해보자’는 문제의식에는 백번 공감한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들이 국민들을 ‘계도하는’ 책의 해가 되기보다는 그들이 ‘계도당하는’ 책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들은 그동안 “출판산업은 사양산업”이라고 해왔다. 책은 디지털콘텐츠로 되어 이(e)북이나 핸드폰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서 결국 사라질 산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출판지원이 마지못한 생색내기용이 되어온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틀렸다. 티브이(TV)가 생겨난 후에도 영화는 발전했고 섬유나 의류산업도 첨단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종이책은 최근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베이징 도서전에서 만난 중국출판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출판이 경제성장률의 두 배에 이르는 12.8% 성장했다며 “출판이 사양산업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35살 이상 60살까지의 인구는 연령당 80만~1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0살부터 14살까지의 연령당 인구 구성은 40만명대다. 이 변화만으로도 지난 8~9년 동안의 한국 출판산업 매출액 정체 및 하락 원인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출판사들은 그동안 쌓인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 정보기술(IT)과의 접합, 새로운 분야 개척 등으로 출로를 모색하며 진화하고 있다. ‘출판사양산업론’은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특정 세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데올로기’다. 출판산업은 어렵기 때문에 도와야 하는 산업이 아니다. 그 자체로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할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둥이자 뿌리이기 때문에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독서문화는 결국 책이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당연히 책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주체인 출판사를 키워야 고용과 생산과 소비, 그리고 문화가 동시에 성장한다. 사람들이 지난 6월 치러진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해 갑자기 도서전이 잘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에는 정부가 지원만 할 뿐, 출판 산업의 주체인 출판사들이 도서전 기획, 운영의 모든 것을 맡았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독서문화가 발전되기를 원한다면 출판인들을 먼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예산의 수립, 집행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자기들 힘으로 ‘책의 해’를 만들어낼 것이다.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마케팅을 정부가 돈 들여서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기는 한때 우리 출판인들도 정부 관료들의 도움으로 출판 ‘진흥’을 해보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가졌었다. 출판진흥원을 만들기 위해 관료들의 말에 따라 독재 시절 출판통제에 앞장섰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간판도 바꿔주고 그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면서까지. 그 뒤? 낙하산, 무능 원장 부임,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블랙리스트 출판인의 이사진 배제, 예산으로 벌이는 관변세력 육성…. 후회막급이다. 진흥원을 없앴으면 좋겠다. 사실 블랙리스트로 특정 저자의 책을 배제한 것도 우리 출판협회 등 민간에서 수행하던 세종도서선정 사업을 진흥원이 가져가고서 바로 벌어진 일이다.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정권도 바뀌고 장관도 바뀌지 않았느냐고? 아니,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관과 출판인들의 첫 간담회 내용부터 거짓으로 발표했고, 출판진흥원 사람들은 자기들이 블랙리스트 희생자라며 바뀌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하고 있고, 정부는 그 어떤 법도 규정도 지침도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역시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좋아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사회평론 대표 정부가 내년을 책의 해로 정하기로 했단다. 매년 줄던 출판 관련 예산도 340억원에서 400억원 정도로 늘린다고 한다. 책의 해라도 만들어서 독서 분위기를 ‘계도해보자’는 문제의식에는 백번 공감한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들이 국민들을 ‘계도하는’ 책의 해가 되기보다는 그들이 ‘계도당하는’ 책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들은 그동안 “출판산업은 사양산업”이라고 해왔다. 책은 디지털콘텐츠로 되어 이(e)북이나 핸드폰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서 결국 사라질 산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출판지원이 마지못한 생색내기용이 되어온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틀렸다. 티브이(TV)가 생겨난 후에도 영화는 발전했고 섬유나 의류산업도 첨단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종이책은 최근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베이징 도서전에서 만난 중국출판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출판이 경제성장률의 두 배에 이르는 12.8% 성장했다며 “출판이 사양산업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35살 이상 60살까지의 인구는 연령당 80만~1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0살부터 14살까지의 연령당 인구 구성은 40만명대다. 이 변화만으로도 지난 8~9년 동안의 한국 출판산업 매출액 정체 및 하락 원인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출판사들은 그동안 쌓인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 정보기술(IT)과의 접합, 새로운 분야 개척 등으로 출로를 모색하며 진화하고 있다. ‘출판사양산업론’은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특정 세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데올로기’다. 출판산업은 어렵기 때문에 도와야 하는 산업이 아니다. 그 자체로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할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둥이자 뿌리이기 때문에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독서문화는 결국 책이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당연히 책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주체인 출판사를 키워야 고용과 생산과 소비, 그리고 문화가 동시에 성장한다. 사람들이 지난 6월 치러진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해 갑자기 도서전이 잘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에는 정부가 지원만 할 뿐, 출판 산업의 주체인 출판사들이 도서전 기획, 운영의 모든 것을 맡았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독서문화가 발전되기를 원한다면 출판인들을 먼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예산의 수립, 집행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자기들 힘으로 ‘책의 해’를 만들어낼 것이다.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마케팅을 정부가 돈 들여서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기는 한때 우리 출판인들도 정부 관료들의 도움으로 출판 ‘진흥’을 해보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가졌었다. 출판진흥원을 만들기 위해 관료들의 말에 따라 독재 시절 출판통제에 앞장섰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간판도 바꿔주고 그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면서까지. 그 뒤? 낙하산, 무능 원장 부임,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블랙리스트 출판인의 이사진 배제, 예산으로 벌이는 관변세력 육성…. 후회막급이다. 진흥원을 없앴으면 좋겠다. 사실 블랙리스트로 특정 저자의 책을 배제한 것도 우리 출판협회 등 민간에서 수행하던 세종도서선정 사업을 진흥원이 가져가고서 바로 벌어진 일이다.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정권도 바뀌고 장관도 바뀌지 않았느냐고? 아니,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관과 출판인들의 첫 간담회 내용부터 거짓으로 발표했고, 출판진흥원 사람들은 자기들이 블랙리스트 희생자라며 바뀌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하고 있고, 정부는 그 어떤 법도 규정도 지침도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역시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좋아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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