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GEPI 이사장, 전 러시아 공사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내뿜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서울 불바다’를 외친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군사방안 장전’을 호언하고 김정은은 ‘괌 주변 타격’을 장담한다. 트럼프-김정은 간 연일 오가는 언어폭탄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맬컴 차머스 부소장은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을 제기한다.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성격과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 성공’을 그 이유로 들었다. 처음부터 전쟁을 전제한 설전은 없다. 사라예보의 한방 총소리가 1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모두 슈퍼 스트롱맨이라는 것이다. 강 대 강 구도에서 접합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과 북한은 특이한 성격의 나라다. 미국은 항상 전쟁 중에 있다. 1· 2차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1·2차 이라크전쟁,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다. 다만 전장이 미국 본토가 아닐 뿐이다. 그래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9·11을 제외하면 내 마을이 전쟁으로 쑥대밭 되고 이웃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편 북한은 체제 자체가 속성상 위험 수용적(risk-acceptant)인 나라다. 만일 미국이 군사행동을 개시하면 전면적이고 죽기 살기 식의 대응을 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은 북한의 보복과 확전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 북-미 간 갈등이 우리에게 던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먼저 미국은 맹방이다. 6·25전쟁을 도왔고 산업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1905년 7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한국 지배를 맨 먼저 인정했고, 2차 대전 후 소련과 한반도를 분할 점령했다. 반면 북한은 동포이면서도 휴전 중에 있는 상대다. 동포로서의 유전인자가 심장 속에 흐르고 있지만, 적이라는 개념하에서는 그 심장에 총부리를 겨눠야 할 대상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두 나라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고 우리의 안보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번 주부터 실시되는 한-미 을지훈련은 어느 때보다도 북-미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온통 북-미 관계에 쏠릴 수 있다. 미-중 간에도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는, 소위 ‘코리아패싱’이 예견된다. 마냥 수수방관할 수 없는 안보상황이다. 북핵 문제 해결이 미국과 중국에 의해서 요리되도록 방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1946년부터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착수됐다. 1993년 1차 위기 때 러시아는 ‘시일이 경과할수록 성공할 것’임을 경고했다. 2003년 6자회담 출범을 앞두고 일괄타결안을 제안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쌍궤병행·쌍중단과 동일한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일본이 반대하고 한국·중국이 침묵함으로써 불발했다. 그 후 사반세기를 거치면서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반열에 들어섰다. 이젠 미국 본토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했다. 클린턴-부시-오바마 대통령에 이르는 미국의 북핵 저지책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트럼프의 강공책은 한반도에 더 큰 재앙을 가져올 뿐이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할 제3의 카드는 없는가? 한마디로 신북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1988년 냉전 당시 한국 외교는 과감한 ‘북방정책’을 펼쳐 소련, 중국과의 수교를 성사시켰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아쉽게도 중국을 경제우방의 틀 속에만 가둬둠으로써 군사안보적 비중을 소홀히 했다. 북-중 동맹도 한-미 동맹만큼 견고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북-중 관계를 ‘혈맹’이라 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발언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느낌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카드도 이제까지 경제·외교·안보 차원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북핵 해결도 대화에 의한 평화적 방법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러시아다. 또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소위 스트롱맨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재역을 수행하기에 적임자다. 게다가 극동시베리아는 지구온난화 및 러시아의 극동정책에 힘입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진출 중이다. 우리가 극동시베리아에 진출함으로써 대북 개혁·개방의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수출주도형 경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새달 초 블라디보스토크의 한-러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설을 발표했다. 부총리급 위원장과 장관급 위원 25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이 조직을 플랫폼으로 신북방외교의 기치를 올리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이명박 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운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외화내빈의 실속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능력 있는 북방 전문가들의 전진배치와 주도면밀한 액션플랜의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라시아그룹 이언 브레머 회장의 주장대로 ‘한국이 주변국과 우호 관계를 넓혀 어느 한쪽에도 과도하게 기대지 않는 중심축 국가(Pivot state)’를 지향하는 신북방정책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다.
왜냐면 |
[왜냐면] 코리아패싱 위기와 신북방정책 / 박종수 |
박종수
박사·GEPI 이사장, 전 러시아 공사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내뿜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서울 불바다’를 외친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군사방안 장전’을 호언하고 김정은은 ‘괌 주변 타격’을 장담한다. 트럼프-김정은 간 연일 오가는 언어폭탄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맬컴 차머스 부소장은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을 제기한다.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성격과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 성공’을 그 이유로 들었다. 처음부터 전쟁을 전제한 설전은 없다. 사라예보의 한방 총소리가 1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모두 슈퍼 스트롱맨이라는 것이다. 강 대 강 구도에서 접합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과 북한은 특이한 성격의 나라다. 미국은 항상 전쟁 중에 있다. 1· 2차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1·2차 이라크전쟁,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다. 다만 전장이 미국 본토가 아닐 뿐이다. 그래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9·11을 제외하면 내 마을이 전쟁으로 쑥대밭 되고 이웃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편 북한은 체제 자체가 속성상 위험 수용적(risk-acceptant)인 나라다. 만일 미국이 군사행동을 개시하면 전면적이고 죽기 살기 식의 대응을 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은 북한의 보복과 확전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 북-미 간 갈등이 우리에게 던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먼저 미국은 맹방이다. 6·25전쟁을 도왔고 산업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1905년 7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한국 지배를 맨 먼저 인정했고, 2차 대전 후 소련과 한반도를 분할 점령했다. 반면 북한은 동포이면서도 휴전 중에 있는 상대다. 동포로서의 유전인자가 심장 속에 흐르고 있지만, 적이라는 개념하에서는 그 심장에 총부리를 겨눠야 할 대상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두 나라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고 우리의 안보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번 주부터 실시되는 한-미 을지훈련은 어느 때보다도 북-미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온통 북-미 관계에 쏠릴 수 있다. 미-중 간에도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는, 소위 ‘코리아패싱’이 예견된다. 마냥 수수방관할 수 없는 안보상황이다. 북핵 문제 해결이 미국과 중국에 의해서 요리되도록 방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1946년부터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착수됐다. 1993년 1차 위기 때 러시아는 ‘시일이 경과할수록 성공할 것’임을 경고했다. 2003년 6자회담 출범을 앞두고 일괄타결안을 제안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쌍궤병행·쌍중단과 동일한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일본이 반대하고 한국·중국이 침묵함으로써 불발했다. 그 후 사반세기를 거치면서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반열에 들어섰다. 이젠 미국 본토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했다. 클린턴-부시-오바마 대통령에 이르는 미국의 북핵 저지책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트럼프의 강공책은 한반도에 더 큰 재앙을 가져올 뿐이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할 제3의 카드는 없는가? 한마디로 신북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1988년 냉전 당시 한국 외교는 과감한 ‘북방정책’을 펼쳐 소련, 중국과의 수교를 성사시켰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아쉽게도 중국을 경제우방의 틀 속에만 가둬둠으로써 군사안보적 비중을 소홀히 했다. 북-중 동맹도 한-미 동맹만큼 견고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북-중 관계를 ‘혈맹’이라 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발언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느낌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카드도 이제까지 경제·외교·안보 차원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북핵 해결도 대화에 의한 평화적 방법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러시아다. 또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소위 스트롱맨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재역을 수행하기에 적임자다. 게다가 극동시베리아는 지구온난화 및 러시아의 극동정책에 힘입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진출 중이다. 우리가 극동시베리아에 진출함으로써 대북 개혁·개방의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수출주도형 경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새달 초 블라디보스토크의 한-러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설을 발표했다. 부총리급 위원장과 장관급 위원 25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이 조직을 플랫폼으로 신북방외교의 기치를 올리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이명박 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운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외화내빈의 실속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능력 있는 북방 전문가들의 전진배치와 주도면밀한 액션플랜의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라시아그룹 이언 브레머 회장의 주장대로 ‘한국이 주변국과 우호 관계를 넓혀 어느 한쪽에도 과도하게 기대지 않는 중심축 국가(Pivot state)’를 지향하는 신북방정책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다.
박사·GEPI 이사장, 전 러시아 공사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내뿜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서울 불바다’를 외친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군사방안 장전’을 호언하고 김정은은 ‘괌 주변 타격’을 장담한다. 트럼프-김정은 간 연일 오가는 언어폭탄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맬컴 차머스 부소장은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을 제기한다.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성격과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 성공’을 그 이유로 들었다. 처음부터 전쟁을 전제한 설전은 없다. 사라예보의 한방 총소리가 1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모두 슈퍼 스트롱맨이라는 것이다. 강 대 강 구도에서 접합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과 북한은 특이한 성격의 나라다. 미국은 항상 전쟁 중에 있다. 1· 2차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1·2차 이라크전쟁,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다. 다만 전장이 미국 본토가 아닐 뿐이다. 그래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9·11을 제외하면 내 마을이 전쟁으로 쑥대밭 되고 이웃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편 북한은 체제 자체가 속성상 위험 수용적(risk-acceptant)인 나라다. 만일 미국이 군사행동을 개시하면 전면적이고 죽기 살기 식의 대응을 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은 북한의 보복과 확전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 북-미 간 갈등이 우리에게 던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먼저 미국은 맹방이다. 6·25전쟁을 도왔고 산업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1905년 7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한국 지배를 맨 먼저 인정했고, 2차 대전 후 소련과 한반도를 분할 점령했다. 반면 북한은 동포이면서도 휴전 중에 있는 상대다. 동포로서의 유전인자가 심장 속에 흐르고 있지만, 적이라는 개념하에서는 그 심장에 총부리를 겨눠야 할 대상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두 나라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고 우리의 안보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번 주부터 실시되는 한-미 을지훈련은 어느 때보다도 북-미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온통 북-미 관계에 쏠릴 수 있다. 미-중 간에도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는, 소위 ‘코리아패싱’이 예견된다. 마냥 수수방관할 수 없는 안보상황이다. 북핵 문제 해결이 미국과 중국에 의해서 요리되도록 방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1946년부터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착수됐다. 1993년 1차 위기 때 러시아는 ‘시일이 경과할수록 성공할 것’임을 경고했다. 2003년 6자회담 출범을 앞두고 일괄타결안을 제안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쌍궤병행·쌍중단과 동일한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일본이 반대하고 한국·중국이 침묵함으로써 불발했다. 그 후 사반세기를 거치면서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반열에 들어섰다. 이젠 미국 본토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했다. 클린턴-부시-오바마 대통령에 이르는 미국의 북핵 저지책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트럼프의 강공책은 한반도에 더 큰 재앙을 가져올 뿐이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할 제3의 카드는 없는가? 한마디로 신북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1988년 냉전 당시 한국 외교는 과감한 ‘북방정책’을 펼쳐 소련, 중국과의 수교를 성사시켰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아쉽게도 중국을 경제우방의 틀 속에만 가둬둠으로써 군사안보적 비중을 소홀히 했다. 북-중 동맹도 한-미 동맹만큼 견고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북-중 관계를 ‘혈맹’이라 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발언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느낌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카드도 이제까지 경제·외교·안보 차원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북핵 해결도 대화에 의한 평화적 방법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러시아다. 또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소위 스트롱맨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재역을 수행하기에 적임자다. 게다가 극동시베리아는 지구온난화 및 러시아의 극동정책에 힘입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진출 중이다. 우리가 극동시베리아에 진출함으로써 대북 개혁·개방의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수출주도형 경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새달 초 블라디보스토크의 한-러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설을 발표했다. 부총리급 위원장과 장관급 위원 25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이 조직을 플랫폼으로 신북방외교의 기치를 올리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이명박 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운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외화내빈의 실속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능력 있는 북방 전문가들의 전진배치와 주도면밀한 액션플랜의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라시아그룹 이언 브레머 회장의 주장대로 ‘한국이 주변국과 우호 관계를 넓혀 어느 한쪽에도 과도하게 기대지 않는 중심축 국가(Pivot state)’를 지향하는 신북방정책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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