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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1 20:21 수정 : 2017.08.22 10:09

강제윤

섬연구소장

경남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에 애조원이란 마을이 있었다. 1950년대 한센인이 이주해 정착한 마을에는 최근까지 65명이 살았다. 통영 시내 중심가 최고의 바다전망을 가졌지만 미개발로 남아 있던 노른자위 땅이었다. 하지만 애조원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고급 빌라와 아파트 공사를 위해 땅과 집을 강제 수용당한 뒤 한센인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애조원 지역보다 풍광이 못한 주변의 택지 시세가 평당 300만원에 이르지만 한센인들의 보상금은 평당 30만원 선에 불과했다. 그런데 통영시가 한센인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과정에서 민간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있다.

2010년에 수립된 애조원지구 도시개발사업은 본래 통영시에 의해 공익 목적으로 추진됐다. 통영시는 직원 2명, 자본금 5천만원에 불과한 ㈜무전도시개발을 사업자로 선정한 뒤 사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통영시는 20여억원의 혈세를 지출해 도로용지보상, 환경영향평가, 교통정책평가, 문화재지표조사 등을 시행했다. 또한 개발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토지보상도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강제수용이 가능하도록 해놨다. 모든 절차가 끝나가던 지난해 6월 통영시는 돌연 경남도에 사업인가 취소를 요청했고 공익개발 사업은 취소됐다. 그런데 한 달 후인 지난해 7월21일 같은 업체, ㈜무전도시개발이 다시 시행자로 나서며 민자유치사업으로 전환 신청해 지정됐다.

애조원지구의 공익개발사업이 취소되고 민간투자사업이 새로 시작됐으면 개발업자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무전도시개발이 이런 절차를 다시 밟았는지는 의문이다. 통영시의 해명도 오락가락이다. 처음에는 “2015년 통영시가 실시한 자료로 대체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가 이제는 행정 절차를 다시 밟았다고 해명을 번복하고 있다. 만약 ㈜무전도시개발이 통영시가 진행했던 행정절차 자료를 사용했다면 통영시가 지급한 비용을 상계처리하고 인계받아야 한다. 그런데 무전개발이 그 비용을 지급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만약 통영시에서 정상적으로 인계받지 않았다면 ㈜무전도시개발은 사업 개시 전 당연히 새로운 행정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통영시는 그에 대한 서류를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통영시는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니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통영시가 기존에 밟았던 행정 절차들 또한 부실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4년 통영시의 의뢰를 받고 문화재지표조사를 실시했던 부산의 (재)B연구원은 “애조원 공사 대상지에 문화재가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최근 애조원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인 원문성이 발견됐고 (재)B연구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업무정지 ‘경고’ 처분을 받았다.

통영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익사업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하지 않고, 절차 및 비용에 대한 특혜를 받은 의혹도 있다. 감사원은 애조원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사에 대한 특혜 의혹을 감사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또한 예산 낭비에 대해 조사해야 마땅하다. 시행사가 지급해야 할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비용을 통영시가 대신 지급하거나 시행사에 청구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또한 드러난 특혜 의혹만으로도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만이 피땀으로 지켜온 토지를 헐값에 강탈당한 한센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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