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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4 18:02 수정 : 2017.08.14 19:04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시인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50조원짜리 도시재생’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어쩌면 도시형 마을만들기 사업이라 부를 수도 있을 듯하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잠시 멈춘다지만, 정책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각계각층에서 우려와 걱정의 소리 또한 드높다. 특히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관 주도, 졸속, 예산 나눠먹기’라며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반대의 명분과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얼마든지 예견되는 지가와 임대료 상승, 부동산 투기,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민이 주도하는 공동체,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이라는 ‘도시재생’의 시대적 대의와 사회적 사명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이다.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이 주변지역까지 활성화하는 낙수효과가 기대되므로 공적 자금 투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귀에 익은 논리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에서 과잉 투자한 토건사업에 그친 농촌지역 개발사업의 악몽이 겹쳐진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일부 투기세력들이 도시재생 예상지역을 들락거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또 자칭 전문가를 사칭하는 일부 사이비 용역회사들이 재빨리 ‘도시재생 전문가’로 간판과 명함을 바꿔 달고 있다는 첩보도 입수된다. 이렇게 일부 투기업자와 용역업자가 지자체의 도시재생 예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지경이다. 지난 정부의 농촌지역 개발사업, 뉴타운 사업, 4대강 사업의 불길한 전조와 징후가 이번에도 보인다.

우리는 지난 정부의 유사한 실수와 실패의 경험에서 이미 뼈저린 교훈을 얻은 바 있다. 농촌지역 개발사업이든, 도시재생이든 ‘마을만들기’ 또는 ‘마을공동체 사업’은 ‘사람’과 ‘조직’이 먼저, 충분히 준비되어야 한다. 지금 도시재생 사업을 제대로 기획하고 설계하고 진행하고 경영하기 위한 ‘사람과 조직’이 준비되어 있는가. 도시의 주인이자 도시재생의 주체인 ‘시민’들은 충분히 학습하고 훈련되어 있는가.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관리할 ‘행정조직’과 ‘사업조직’은 제대로 구성, 운영되고 있는가. 아무리 도시의 안팎을 둘러보고 살펴봐도 그렇다는 대답을 나는 자신있게 할 수 없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도시재생을 위한 최선의 정책은 곧 농촌재생의 선행이 아니던가. 알고 보면 도시문제의 본질이란 결국 “너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 더불어 먹고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사람이 너무 없어 함께 먹고살기 어려운” 농촌을 먼저 재생하는 것이 우선이다. 도시의 잉여인력, 경계인들이 농촌으로 자발적으로 하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사람이 너무 없어 생기는’ 농촌문제도, ‘사람이 너무 많아 생기는’ 도시문제도 동시에 해결되지 않겠는가. 정부가 굳이 돈을 싸들고 나서지 않아도 도시는 저절로 재생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결국 국가도 재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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