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8.14 18:00 수정 : 2017.08.14 19:04

표명렬
전 육군 정훈감, 현 평화재향군인회 상임고문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 관리병 문제 등 여러 적폐 실태가 불거져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물론 박 장군(대장)의 행위는 백번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질책의 돌 던지기에 몰두하다 보면, 문제의 본질이 희석되어 근본적인 대책 강구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사실 박 장군이 특별히 심성이 악독하다거나 사리 분별력이 부족해서 혹은 성격적인 결함이 있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만 단정키는 어렵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동안 장성급 지휘관 주변에서는 거의 관례화되다시피 한 내용들이 적잖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반인권적 문화가 아직도 온존하고 있다는 점에 국민들은 염려하며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군대 내에서 대형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군대, 이대로는 안 된다. 대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들 요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되었다. 대부분 하급 지휘관에게만 책임 추궁을 하는 조처로 마무리해왔기에 원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장군들이 달라져야 군대가 달라진다”는 군대 개혁의 핵심 요체가 공론화되고 있다. 군대야말로 ‘윗물론’이 그대로 적용되는 조직 아니겠는가?

사실 우리나라 장군들의 자질과 근무 열정의 수준은 세계가 인정할 만큼 높다. 그럼에도 이번 박 장군의 경우처럼 부정적 실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주로 제도의 미비와 결함에서 기인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군단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혁해 국방의 백년대계를 탄탄히 다지도록 하자. 이는 인적 적폐청산이 아닌, 제도적인 적폐청산을 통해 능히 가능하다.

첫째, 간부들의 가치관과 의식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신교육의 내용과 제도를 전면 개편, 개혁해야 한다. 특히 간부 양성 과정에서의 훈육은 평생 길라잡이가 될 정도로 중요하다. 국군의 전통과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확고히 다져 아직도 친일독재의 잔재를 우러르고 있는 잘못된 분위기를 일소해야 한다. 또한 지도자로서의 윤리의식과 역사의식, 정의감 배양에 진력해 부끄러움의 판별력이 실종돼가고 있는 사관학교 훈육의 정신교육을 완전히 새롭게 정립하는 게 참으로 시급하다. 이는 군에만 맡겨서는 불가능하다. 범정부 차원에서 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간부 진급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해 장군들이 국민과 부하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장군 출신이라 하면 일단 일정 수준의 도덕적 용기와 양심을 갖춘 분들로 인정한다. 대만 군대도 비슷하다. 광대한 대륙을 빼앗기고 섬나라로 쫓겨온 후, 뼈를 깎는 각성을 통해 군대를 개혁한 결과다. 영관장교 이후부터는 직속상관뿐만 아니라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민사, 정훈, 통신 등 모든 참모들이 그를 평가한다. 최선을 다해 인격을 도야하고 업무에 정진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오랜 세월 이렇게 지내다 보면 은연중 바람직한 덕행과 근무 자세가 습득 배양된다. 이런 과정에서 장군으로 승진되어야 할 사람은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구별된다. 진급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쟁투가 벌어질 수 없다. 장군들은 대부분 내공을 꾸준히 쌓아온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지휘권 보장’이라는 명분하에 직속상관 한 사람이 근무성적표를 작성하고 상벌을 상신하며 진급 서열을 매기도록 권한이 집중돼 있다. 고급간부 진급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민주화의 열린 시대에 걸맞은, 진정으로 강한 군대로 거듭나게 하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