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8.14 18:00 수정 : 2017.08.14 20:46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맛있는 복숭아가 먹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에게 “맛은 없지만 천도복숭아와 백도복숭아 둘 중 지금 어떤 것 먹고 싶어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약간 황당해할 것이다. 지난주 서울교대에서 2021학년도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2가지 모형에 대한 1차 공청회가 열렸다. 수능 일부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지향하는 제1안,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지향하는 제2안을 제시하고 어떤 안이 좋겠느냐고 의견을 묻는 자리였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의 내용과 반응은 이 복숭아 질문과 반응이랑 비슷했다.

토론자였던 필자는 제2안을 ‘조건부’ 찬성했다. 수능은 대입 선발의 기준이 되기에는 자격이 미흡한 시험이다. 학교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너무 크다. 그래서 절대평가로 전환해서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이 옳다. 하지만 반대 측은 변별력 부족을 문제 삼는다. 이제 변별력이란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에 갇히면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대학은 아동·청소년의 삶과 건강, 학교 교육의 내실화를 변별력보다 우선 고려해야 한다. 변별력 문제는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택과목 전공 적합도, 가중치 부여, 지역별 평균과 표준편차 정보의 제공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한편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따른 제반 문제점은 해결할 과제이지 이 때문에 수능 시대로 회귀할 일은 아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두 가지 안은 그 어떤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제1안은 풍선효과의 폐해가 크다. 전공 관련 선택과목 대신 국어·수학으로 학생을 변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어·수학만 잘하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인재가 될 수 있는가? 특히 수학에 대한 부담 증가는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게다가 1안은 감당하지 못할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2~3년 내에 또 한 번 국어·수학·탐구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잦은 변경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겠는가? 제2안을 보자.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현재와 같은 9등급 체제라면 경쟁도 줄어들지 않으며 고교 교육의 내실화도 불가능하다. 또한 선택과목에서 사회탐구, 과학탐구 각각 택1 체제는 교실 수업의 심각한 파행을 초래할 것이다.

교육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3의 안을 찾아야 한다. 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충분히 연구·검토·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8월말 발표와 나아가 시행 시기도 늦출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더 나은 선택이 더 나은 미래를 결정한다. 아래와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열린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밟는다. 지금의 닫힌 접근으로는 실효성 있는 제3의 안을 찾기 어렵다. 둘째, 대입 전형과 수능(예: 논술형 도입이나 별도 논술 시행 혹은 자격고사화)의 중장기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이에 연계해 2021학년도 수능 체제를 고안한다. 아울러 대입 전형, 내신 평가, 학점제 도입, 고교 체제 등 수능과 직간접 관련된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포괄적 개혁을 지향한다.

셋째, 대입 전형과 수능 관련 기본 원칙을 먼저 정하고 이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학교 교육 정상화를 비본질적 가치(예: 변별력, 사교육)에 우선한다’가 좋은 예다. 넷째, 행동 가설의 정확성을 높인다. ‘행동 가설’이란 ‘수능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수능 영향력이 축소되어 학교 교육의 내실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와 같은 것을 말한다. 이는 새 정부의 실제 가설인데 틀렸다. 9등급 절대평가 정도로는 경쟁 완화도, 교육 내실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개혁의 실패는 대부분 개혁가의 잘못된 가설 때문이다. 교육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