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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7 18:29 수정 : 2005.11.17 18:33

왜냐면

학생회, 교직원회, 학부모회가 법제화되고 이들 조직이 학교운영위원회와 결합될 때 학교 현장을 가장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교육력 제고 특별협의회’가 무산된 이후 교육부의 교원평가 시범학교 강행 천명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교육부는 합의체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교원평가의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애초에 사립학교법 개정, 교장선출 보직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전교조와 교총의 시각차가 워낙 커서 타협의 여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단체를 전원합의체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러한 시각차는 전교조가 평교사 대중의 노동조합임에 반해 교총은 교장·교감 등 관리자 중심의 단체라는 데서 비롯된다. 사립재단에 의해 임명되는 사립학교 교장들이 재단의 힘을 약화시키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받아들일 리 없고, 현행 승진구조하에서 승진을 하였거나 승진을 준비해 온 교총 회원들이 근평의 폐지나 교장선출 보직제를 수용할 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협의회 파행에 따른 책임은 그간 협의체를 무성의하게 운영해 온 교육인적자원부에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 단체에서 그 책임을 교원단체에 돌리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어떠한 교원단체도 교원평가의 당위성 자체를 부정한 적이 없으며, 현재도 교사들은 무수히 많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마다 학교장으로부터 근무평정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교육청으로부터 수많은 장학지도, 학교평가, 종합감사 등을 받느라 평가 시기에는 학교 현장이 한마디로 주객 전도가 된다. 수업과 교재 연구는 뒷전인 채 평가에서 좋은 점수 받기 위해 온갖 서류 꾸미고 외관 가꾸기에 열 손이 부족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 왜 교사들만 평가를 거부한다고 매도하는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명백하다. 교원평가를 하되 제발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해달라는 것이다. 모든 교사를 한 줄로 세워서 0.001점의 노예가 되게 하는 현행 승진 구조를 혁파하고, 단위 학교에서 학식과 인덕을 갖춘 교사가 자연스레 승진 대상자가 되고 자신의 임기를 채우면 다시 교단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교사는 수업 현장을 떠난 장학사나 연구사가 아니다. 수업과 상관관계도 별로 없는 연구실적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교사를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주체는 교장, 교감도 장학사도 아닌 학생, 교사, 학부모이다. 학생회, 교직원회, 학부모회가 법제화되고 이들 조직이 학교운영위원회와 결합될 때 학교 현장을 가장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원평가를 열망하는 학부모 단체와 국민들에게 바란다. 교사들을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마저도 거부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기 전에 앞뒤 맥락을 충분히 살펴서 교육부나 교원단체가 거부할 수 없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교사들의 철밥통이 밉다고 해서 쪽박마저도 깨어버리면 가뜩이나 입시경쟁과 사교육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은 누가 보듬어 주겠는가?

홍성호/부산 낙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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