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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7 18:27 수정 : 2005.11.17 18:27

왜냐면

전력산업 자유화는 월스트리트 투기꾼들과 거래시장 구축으로 수입을 얻으려던 일부 시장세력이 공모한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전력산업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제 때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전력회사들은 1961년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통합되었고, 다시 1981년에는 정부가 지분을 100% 소유하는 한국전력공사로 개편되었다. 오늘날 우리 경제의 압축성장 뒤편에는 경제발전의 동맥인 전력산업 일선에서 묵묵히 땀 흘려 온 전력노동자의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회오리처럼 몰아닥쳤다. 처음에는 발전소 몇 개를 팔아서 외채를 갚아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자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금모으기를 비롯한 전국민의 노력으로 외채위기를 어느 정도 이겨내자, 1999년 이후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은 이제 한전의 경영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므로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적 비약을 거쳐 전력산업 전체를 몽땅 민영화하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외국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도 전력산업의 자유화와 민영화 정책은 총체적 실패를 불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유화의 선봉이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정부의 규제를 벗어난 민간 발전회사들의 농간에 의해 각각 2001년과 2003년에 엄청난 전력부족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양쪽 주정부에 막대한 재정손실을 끼친 후 전력산업 자유화 정책은 중단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가장 부유한 두 지역은 이후 막대한 재정을 퍼부으며 전력산업을 복구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세대를 거쳐도 이 엄청난 손실을 메울 수 없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런 참담한 실패의 전철을 따르지 않고 있다. 2003년과 2004년을 거쳐 9개월 동안 진행된 노사정위원회 공동연구단의 연구 결과 때문이다. 당시 두 달에 걸쳐 9개국을 돌며 연구를 한 공동연구단의 결론은 명확했다. 전기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대체재가 없고 수요탄력성이 매우 낮다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자유로운 시장거래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전력시장 자유화를 중심으로 하는 사유화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연구단에 직접 참여하였으나 평소 자신의 소신을 관철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시장 자유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열쇠라고 믿는 일부 자유주의적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한전의 분할 사유화와 전력시장 자유화를 맹신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울런공대학교의 샤론 베더 교수(과학기술사회학)는 최근 국내에서도 발간된 <파워 플레이>라는 저서에서, 오랫동안의 연구 결과 전력산업 자유화는 결국 대규모 “신용사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베더 교수에 따르면 전력산업 자유화는 새로운 투기처를 찾던 월스트리트 투기꾼들과 복잡한 거래시장 구축을 통해 거래수입을 얻고자 하던 일부 시장세력이 공모하여 만들어 낸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전기는 물, 공기, 햇빛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누려야 하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농어촌 주민들과 도시 빈민층이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전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다. 전력산업이 공공성과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기업의 손을 떠나 사주와 주주들의 수익 추구만을 가장 중요시하는 재벌의 손에 넘어간다면, 오늘날과 같은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일은 어려워진다. 앞에서 열거한 선진국들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이미 벌어졌다. 민간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결국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김주영/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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