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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7 18:33 수정 : 2017.08.07 19:07

서주희
대안학교 볍씨학교 학생

“평화야~! 고치글라(같이 가자)~!” “제주의~! 평화~!” “온 세상에~! 평화~!” “와아아~~!”

제주도 산방산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폭우 속에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노랑 깃발을 들고 크게 외치며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제주 평화 대행진단입니다. 우리 볍씨학교 16~18살 학생 20여명도 제주 서쪽을 걷는 5박6일 행진을 함께 했습니다. 벌써 세해째입니다.

18살인 제가 보기에 세상은 평화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돈 없는 사람에게서 더 빼앗아가고, 강자는 약자를 괴롭히며, 강대국은 약소국을 침략합니다. 또한 돈이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렸습니다. 돈에 의해 자연은 무자비하게 망가지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평화를 원하는 이들이 ‘2017 제주 생명평화 대행진단’ 이름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제주도 반바퀴를 걸었습니다. 걷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답게 비가 미친 듯이 내렸다가 갑자기 해가 뜨고, 땀이 흘러 온몸을 적십니다. 티셔츠를 꾹 짜면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입니다. 발에는 물집이 가득합니다.

그 길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걸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부터 아픈 현장에서 투쟁 중인 사람들까지. 그 길을 걸으며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와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일상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업과 나이가 달라도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문, 뉴스에서 언뜻 들었던 이야기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함께 걷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행렬의 맨 앞에서 춤을 추며 걸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춤을 추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나누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행진 내내 춤을 추다가 쉬는 장소가 나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서 함께 걸어가는 서진 사람들에게 “서진 짱!” 외치고 춤을 추며 모두를 환영하고 응원했습니다. 샤워장과 화장실 청소도, 분리수거도 모두 열심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행진단 사람들은 정말 힘이 된다고, 안 힘드냐고, 정말 대단하다고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 칭찬에 에너지를 얻었고 더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서로가 얼굴을 알고, 의지하며 걷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들은 어느새 이모, 삼촌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모, 삼촌들이 국가의 폭력에 의해서 고통받고,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더 울컥해졌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답답했고, 정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지난 5일 토요일, 5박6일에 걸친 대행진이 끝났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제 조금 다른 일상이, 세상이 펼쳐질 듯합니다. 뉴스에서 사드, 용산, 쌍용차 이야기가 나오면 티브이 앞으로 달려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겠지요. 제주도에 살면서 성산과 강정 마을을 지날 때마다 도움 줄 수 있는 일들을 할 터입니다. 신문, 인터넷 기사에서 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때 저는 그 글을 보면서 힘내라고 열심히 응원할 겁니다. 이제 그 일들은 그냥 남의 일이 아니라 이모 삼촌들의 일이고, 내 일과 같기에…. 제가 살아가고 있는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도우러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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