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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31 18:08 수정 : 2017.07.31 19:07

이현우
인하대 사범대학장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인구 절벽에 대한 우려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에 관한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제까지의 과도한 점수 경쟁에 의한 교육이 인구 절벽의 주된 원인이었고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없으니,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고, 평가의 변별력이 없어져 대학에서의 학생 선발에 큰 문제가 야기되므로 현재의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의에서 많은 사람이 각자의 교육관에 따라 상반된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그릇된 믿음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절대적인 기준에 의거하여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학생들을 동일 집단의 다른 구성원과 비교한 상대적 위치로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상대평가에 비해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에 더 적합하다는 믿음이다. 두 번째 그릇된 믿음은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보다 학력 신장에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들 그릇된 믿음 어느 것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도 존재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두 그릇된 믿음의 허구는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이나 학력 향상은 평가 방법 자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의 방향은 다가올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의 틀과 가장 부합하는 수능 체제는 어떤 체제인가라는 문제의 답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의 수능 상대평가는 개별화 학습을 지향하고 프로젝트 수업으로 지식의 습득보다는 활용을 강조하는 미래 교육과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없다. 5지선다형 시험에 의한 상대평가로 개별화 학습의 성과와 지식의 활용 여부를 줄 세우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파행적인 현재의 교육 현장을 더욱 파행적인 방향으로 내몰 수 있다. 더구나 지식의 창의적 활용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생각하면, 과도한 문제 풀이식 학습으로 정형화된 사고를 부추기는 현재의 수능 체제는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당수 배출할 위험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의 교육 체제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더 창의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적인 삶이란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게만 허용되는 ‘거창한’ 창의적인 삶이 아니고 사회 전 계층의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소박한’ 창의적인 삶이다. 그런고로 더욱더 많은 구성원이 어려서부터 창의적인 생각을 계발하고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며 이를 적용해 볼 수 있어야 하고, 우리의 교육은 이런 활동을 끊임없이 지원해 줘야 한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재작년에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한 나라의 교육 성과는 미래 지향적인 교육과정과 그런 교육과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평가가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지에 달려 있다. 이제까지 우리의 교육은 교육과정보다 ‘우수’ 학생 선발에 초점을 둔 수능시험을 우선시해 파행을 거듭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더는 이러한 교육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와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수능시험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 같은,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면적인 절대평가를 도입해 미래의 동량들에게 밝은 희망을 불러일으켜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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