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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31 18:02 수정 : 2017.07.31 19:06

서유진
취업준비생·충남 천안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면접 보러 온 사람이 나까지 두 명이다. “아, 이번에는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대기실에서 자기소개, 지원동기를 적어온 쪽지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제 면접 볼 시간이다.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갔다. 15분이 흘렀다. 그리고 나다. 긴장했지만,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안녕하세요” 하며 자리에 앉는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한다. 자기소개에는 아주 도가 텄다. 벌써 9번째 면접이다. 자기소개를 하고 나니, 면접관들이 서로 질문을 하라고 미룬다. 질문할 것도 없다는 건가…. 이때 한 면접관이 들으라는 소린지 이렇게 얘기한다. “뭐 경력이 없으니까 물어볼 말도 없네.”

기분이 너무 나쁘다. 분명 신입도 가능하다고 해서 지원한 것인데, 경력이 없어서 물어볼 말이 없다니…. 아니, 날 서류에서 떨어뜨리지 왜 면접에 오라고 한 것인지 짜증이 난다. 그리고 신입은 어디 가서 경력을 쌓으라고 이토록 경력자만 찾는단 말인가.

대학을 남들보다 1년 반 더 다녔다. 그리고 여자, 지방대, 문과. 취업에 도움 안 되는 3종 세트를 다 갖췄다. 졸업 후에는 공무원시험(공시) 공부를 했다. 그리고 2017년 올해부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서류 지원은 80군데 정도 했다. 거기서 면접을 보러 간 곳은 겨우 9군데이다.

면접 보러 가서 기분 나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졸업 후 공백기가 있는 것을 대놓고 싫어한다. 아무리 공시를 했다고 해도,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변명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공백기 있는 사람을 나태하고 무슨 사회적 결함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공시 하는 동안 알바는 안 했어요?”라고 꼭 묻는다. ‘알바’라는 ‘사회생활’이라도 해야 정신적인 문제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두 번째, 나는 면접관들의 직위, 이름 아무것도 모르는데, 면접관들은 내 나이, 학교, 심지어 부모님 나이와 직업까지 알고 있다. 서류에 써야 해서다. 심히 불쾌하지만 안 쓰면 채용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동의서를 쓰고 내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세 번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미리 검토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난다. 운전면허가 없다고 썼는데, 면접에서 “운전면허 없으면 곤란한데…”라며 그 이후에는 질문도 잘 하지 않는다. ‘운전면허가 중요하면 서류에서 떨어뜨리면 되지 왜 면접에 오라고 하는 거냐고!’ 화풀이도 할 수도 없는 ‘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타지까지 기차 타고 시외버스 타고 가는 곳도 있는데, 면접비를 주는 회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오느라 고생했다. 면접 보느라 수고했다' 말 한마디 없다.

면접을 볼수록 사회에 대한 ‘화’만 커지고, 면접관 나이대의 ‘어른’들만 봐도 치가 떨린다. 기성세대가 투표해서 이런 사회 만들어 놨으면 특히 청년 실업률에 대해 청년들에게 어느 정도 미안함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래서 세대 갈등이 생기는 듯하다. 이렇게 취업이 안 되니까 진짜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 정말 취업을 못 하는 건 아닐까 싶어 잠도 안 온다. 취업하려고 세상에 나왔는데 면접관들의 냉담한 태도에 상처 입고 더 쪼그라든다. 이래서 사람들이 취업을 마음먹었다가도 다시 공시로 돌아가나 싶다. 공시 권하는 사회는 언제쯤 정상화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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