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교수,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문재인 정부에서 표절을 ‘공직 금지 5대 비리’ 중 하나로 삼은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보듯이 표절이 정쟁의 대상처럼 되어버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까닭은 표절 여부를 판정할 권위 있고 공정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김상곤씨도 김병준씨도 억울하다고 하는데, 표절에 관한 ‘대법원’은 없는 꼴이다. 표절 문제는 마녀사냥이 되어도 안 되고 표절에 면죄부를 줘버려서도 안 되지만,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유감스럽게도 이런 양극단의 공존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직 후보자에게는 억울한 경우도 제법 많지만, 다른 경우는 거의 면죄부로 기울어 문제가 된다. 현재 표절 여부는 연구자의 소속기관에서 검증하게 되어 있다(교육부 지침, 2015). 그런데 대학이나 학회는 문제를 시끄럽지 않도록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힘센 분이 관련된 경우는 물론 더 그렇다. 최근 한 대학 총장은 자신의 논문에 대한 표절 심의를 대학 외부의 기관에서 진행하라는 요구를 일축했다. 그 결과는 백과사전 4쪽 분량을 베낀 논문이지만 표절이 아니라는 1차 판정으로 나타났다. 외부 심사로 진행할지를 총장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교육부 지침 때문이다. “네 죄를 네가 스스로 판결 내리라”니? 어찌어찌 표절 판정이 나더라도 징계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교수들의 경우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시효가 끝나는 것이다(국가공무원법). 남의 논문이 표절인지를 감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표절이란 공직에 나서거나 할 때야 불거진다. 10~20년은 걸리기 쉬우니 대부분은 징계시효가 끝나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 학위논문 취소 규정조차 없는 대학도 59%나 되어(2013년 교육부 조사), 표절을 밝히고도 학위 취소를 못 한 채 경고만 준 경우까지 있다. 이게 대학인가? 연구재단의 지원금을 받은 논문에 대한 검증도 매우 허술하다. 표절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소속 대학이나 학회에 검증을 맡기는데, 대부분 손이 안으로 굽는 판정이 나올 뿐이다. 국민의 혈세로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하다니, 연구재단의 직무유기이다. 표절 문제란 좀 복잡하다. 판정 기준이 시기별, 학문 분야별, 기관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말도 나오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하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표절은 분명히 있다. 독립적인 표절 판정기구를 만들고 심사위원만 잘 구성하면 공정하고 권위 있는 표절 판정은 결코 어렵지 않다. 김상곤 후보자가 억울하다면, 재임 기간에 이 시스템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그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 판정은 퇴임 이후에 받는 게 좋겠지만.
왜냐면 |
[왜냐면] 표절판정, 마녀사냥과 면죄부를 넘어서 / 한만수 |
한만수
동국대 교수,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문재인 정부에서 표절을 ‘공직 금지 5대 비리’ 중 하나로 삼은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보듯이 표절이 정쟁의 대상처럼 되어버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까닭은 표절 여부를 판정할 권위 있고 공정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김상곤씨도 김병준씨도 억울하다고 하는데, 표절에 관한 ‘대법원’은 없는 꼴이다. 표절 문제는 마녀사냥이 되어도 안 되고 표절에 면죄부를 줘버려서도 안 되지만,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유감스럽게도 이런 양극단의 공존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직 후보자에게는 억울한 경우도 제법 많지만, 다른 경우는 거의 면죄부로 기울어 문제가 된다. 현재 표절 여부는 연구자의 소속기관에서 검증하게 되어 있다(교육부 지침, 2015). 그런데 대학이나 학회는 문제를 시끄럽지 않도록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힘센 분이 관련된 경우는 물론 더 그렇다. 최근 한 대학 총장은 자신의 논문에 대한 표절 심의를 대학 외부의 기관에서 진행하라는 요구를 일축했다. 그 결과는 백과사전 4쪽 분량을 베낀 논문이지만 표절이 아니라는 1차 판정으로 나타났다. 외부 심사로 진행할지를 총장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교육부 지침 때문이다. “네 죄를 네가 스스로 판결 내리라”니? 어찌어찌 표절 판정이 나더라도 징계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교수들의 경우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시효가 끝나는 것이다(국가공무원법). 남의 논문이 표절인지를 감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표절이란 공직에 나서거나 할 때야 불거진다. 10~20년은 걸리기 쉬우니 대부분은 징계시효가 끝나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 학위논문 취소 규정조차 없는 대학도 59%나 되어(2013년 교육부 조사), 표절을 밝히고도 학위 취소를 못 한 채 경고만 준 경우까지 있다. 이게 대학인가? 연구재단의 지원금을 받은 논문에 대한 검증도 매우 허술하다. 표절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소속 대학이나 학회에 검증을 맡기는데, 대부분 손이 안으로 굽는 판정이 나올 뿐이다. 국민의 혈세로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하다니, 연구재단의 직무유기이다. 표절 문제란 좀 복잡하다. 판정 기준이 시기별, 학문 분야별, 기관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말도 나오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하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표절은 분명히 있다. 독립적인 표절 판정기구를 만들고 심사위원만 잘 구성하면 공정하고 권위 있는 표절 판정은 결코 어렵지 않다. 김상곤 후보자가 억울하다면, 재임 기간에 이 시스템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그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 판정은 퇴임 이후에 받는 게 좋겠지만.
동국대 교수,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문재인 정부에서 표절을 ‘공직 금지 5대 비리’ 중 하나로 삼은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보듯이 표절이 정쟁의 대상처럼 되어버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까닭은 표절 여부를 판정할 권위 있고 공정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김상곤씨도 김병준씨도 억울하다고 하는데, 표절에 관한 ‘대법원’은 없는 꼴이다. 표절 문제는 마녀사냥이 되어도 안 되고 표절에 면죄부를 줘버려서도 안 되지만,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유감스럽게도 이런 양극단의 공존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직 후보자에게는 억울한 경우도 제법 많지만, 다른 경우는 거의 면죄부로 기울어 문제가 된다. 현재 표절 여부는 연구자의 소속기관에서 검증하게 되어 있다(교육부 지침, 2015). 그런데 대학이나 학회는 문제를 시끄럽지 않도록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힘센 분이 관련된 경우는 물론 더 그렇다. 최근 한 대학 총장은 자신의 논문에 대한 표절 심의를 대학 외부의 기관에서 진행하라는 요구를 일축했다. 그 결과는 백과사전 4쪽 분량을 베낀 논문이지만 표절이 아니라는 1차 판정으로 나타났다. 외부 심사로 진행할지를 총장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교육부 지침 때문이다. “네 죄를 네가 스스로 판결 내리라”니? 어찌어찌 표절 판정이 나더라도 징계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교수들의 경우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시효가 끝나는 것이다(국가공무원법). 남의 논문이 표절인지를 감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표절이란 공직에 나서거나 할 때야 불거진다. 10~20년은 걸리기 쉬우니 대부분은 징계시효가 끝나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 학위논문 취소 규정조차 없는 대학도 59%나 되어(2013년 교육부 조사), 표절을 밝히고도 학위 취소를 못 한 채 경고만 준 경우까지 있다. 이게 대학인가? 연구재단의 지원금을 받은 논문에 대한 검증도 매우 허술하다. 표절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소속 대학이나 학회에 검증을 맡기는데, 대부분 손이 안으로 굽는 판정이 나올 뿐이다. 국민의 혈세로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하다니, 연구재단의 직무유기이다. 표절 문제란 좀 복잡하다. 판정 기준이 시기별, 학문 분야별, 기관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말도 나오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하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표절은 분명히 있다. 독립적인 표절 판정기구를 만들고 심사위원만 잘 구성하면 공정하고 권위 있는 표절 판정은 결코 어렵지 않다. 김상곤 후보자가 억울하다면, 재임 기간에 이 시스템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그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 판정은 퇴임 이후에 받는 게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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