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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3 18:58 수정 : 2017.07.03 19:03

이상수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대표간사·전 노동부 장관

개헌이 변곡점에 다가섰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높다. 대선 전 이미 각 당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던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누차 던졌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 또한 크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를 생각하면, 그 약속이 과연 그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해 나가다가 의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것을 빌미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언제라도 개헌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만 일부 손질하여 개헌을 했다는 생색이나 시늉만 낼 수도 있다. 따라서 개헌을 확실히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국민이 개헌의 주체가 되어 국민이 바라는 헌법을 국민 스스로의 힘에 의해 만들어 내야 한다.

국민이 단순히 헌법 개정 절차상 국민투표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헌안의 세부 내용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해야 한다. 정치권이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국민이 나서 국민이 바라는 입장을 제시하며 그들을 압박하고 견인해 개헌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개헌 작업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개헌의 동력을 살려 국민운동 차원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그런데 개헌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헌을 어떤 내용으로 하느냐는 더욱 중요하다. 건국 후 지금까지 9차례에 걸친 헌법 개정 중 권력자의 편의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저항권 행사로 개헌이 이루어진 것은 단 두 차례였다. 4·19혁명 후 개헌과 6월 민주항쟁 후 개헌이 그것이다. 그러나 민주적 정당성에 기초한 이 두 개헌도 국민들을 배제한 채 ‘정치권의 편의’에 의해 이루어져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6월 항쟁 후 이루어진 1987년 개헌은 군사독재 종식에만 급급한 나머지 권력분권과 경제민주화에 미흡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존치시켜 적대정치, 독선과 불통의 정치만을 남겼다.

이제는 그런 ‘헌법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혁명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이번 헌법 개정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 개정 주체로서 당당히 헌법 개정 작업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그리하여 헌법 개정의 논의가 권력구조 개혁과 함께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진지하게 진행되어, 국민이 바라는 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민참여 개헌의 방법으로 일각에서는 헌법개정절차법을 제정하여 국회의원과 시민이 공동의 특위를 구성해 그 특위에서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 시간의 촉박성 등의 문제가 있다. 아이슬란드처럼 시민의회를 만들어 그 의회에서 개헌안을 만들자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적 정당성, 공정성, 전문성이 문제되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다는 비판이 있다.

국민 참여를 위한 범국민적 연대기구를 만들어 대응하자는 견해가 있는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활동 목표, 절차와 방법, 구성 시기 등은 깊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직접민주제 도입, 지방분권 등 특정 이슈를 목표로 연대기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런 연대기구들이 각자 활동을 해 나가다가 일정한 시기가 되면 뭉쳐 범국민적인 개헌운동의 주체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권력구조의 개편에는 선거법과 정당법의 개정도 필수불가결의 요체인바, 이들 개정을 위한 범국민적 기구와 일정한 시점에서 연대하여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국민참여 개헌운동은 권력구조 개편 등 중요 이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적 의사를 추출해 내는 작업과, 그 확인된 의사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작업으로 대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상의 개헌 플랫폼, 헌법학교 등을 개설하고 공청회, 강연회, 여론조사 등도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개헌 작업에는 ‘단계적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개헌은 이해집단 간의 조정과 타협이 요구되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일거에 관철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처한 역사적 조건, 정치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하여 타협과 양보로 합의를 이뤄내겠다는 고도의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조정과 타협은 단순한 가치의 산술적 결합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조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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