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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6 18:32 수정 : 2017.06.26 19:09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한 달 전부터 ‘타들어가는 농심, 물 찾아 사투’, ‘가뭄 최악 상황 올 수도’, ‘농사 접어야 할 판’ 등의 가뭄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봄철에 강수가 적은 한국의 기상’을 학술적으로는 ‘가뭄’이라 쓰지 않는다. 가뭄이란, ‘어떤 지역의 강수량이 통계적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돼, 지표수, 지하수, 수증기를 포함하는 가용한 수자원의 양이 부족해지는 현상’(물백과사전)을 말하기 때문이다. 가뭄의 정의에는 ‘현저히 낮은 상태’, ‘장기간 지속’, ‘부족 현상’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극심한 가뭄을 전국적으로 겪고 있는 것일까? 기상청이 운영하는 가뭄정보시스템의 ‘가뭄예경보’에 따르면 진단이 좀 다르다. 6월 예보의 경우, ‘기상’, ‘생활 및 공업용수’, ‘농업용수’ 분야에서 가뭄 ‘주의’ 또는 ‘심함’ 단계인 지자체는 33개(심함 없음), 14개(8개는 심함), 10개(7개는 심함) 시·군이 해당한다. 적지 않은 지역이지만, 전국적이라고 보기엔 적다. ‘매우 심함’ 단계는 아직 없다.

최근 6개월의 전국 강수량은 평년(331㎜)의 69% 수준이고,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는 저수율이 51%로 평년의 76%다. 지역적 편차까지 고려한다면, 일부 지역에서 국민들이 물부족을 체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38.8%로 평년(37%)보다도 높다. 대도시를 비롯해 230개 지자체는 직접적인 피해 영향권을 벗어나 있다.

물론 정부는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 이들 지역에 맞는 관정개발, 관로 개선, 재해 보험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만 전국의 모든 곳에 심각한 가뭄이 온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의 실패 논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4대강 사업 시설들이 무용지물이었던 것은 인근 지역들은 이미 시설을 갖춘 상태였고, 물이 부족한 산간, 도서, 연안 지역은 4대강으로부터 거리가 너무 멀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충남 서부지역 8개 시군의 용수 부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령댐은 공급가능용량이 1.16억톤인데 이에 육박하는 1.07억톤을 공급 계약한 상태다. 수자원공사는 댐용수를 판매하고 지자체는 상수원 보호구역을 풀기 위해 지방상수원의 75%(48개 중 36개, 1999년 이후)를 폐쇄하고 모든 용수 공급원을 보령댐에 몰았다. 설상가상 이곳의 상수도 유수율은 50~70%에 불과하다.

언론들은 가뭄 보도에서 주민들의 심정을 고려해야겠지만, 가뭄의 개념과 특성을 고려하며 주의해야 한다. 가뭄 보도에 웃는 엉뚱한 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대책이 필요한 주민들의 눈물은 닦아주지 못한 채, 4대강 사업 따위를 옹호하는 근거로 변질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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