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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시위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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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사무처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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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시위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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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주의라는 언어는 경제영역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을 시정하거나 평등을 도모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만일 경제민주주의가 실현되어 경제생활에 참여하는 모두가 다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된다면, 경제영역에서의 사회계급이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계급과 계급이 대립하는 낡은 자본주의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릴 것이다. 따라서 만일 이리 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곧 마르크스가 고타강령 비판에서 얘기했던 “실질적으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능력에 따라 분배받는 자유로운 공동체의 첫 단계와 같은 것이 된다. 실제 그러하다면 경제민주주의는 참으로 인간다운 아름다운 개념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개념을 문재인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를 통해 꺼내 들었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라며, 경제민주주의 또는 경제민주화를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구체적인 과제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한다고 밝히고 있듯이,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로버트 달의 탁월한 책 <경제민주주의>를 보든 아니면 이런 저런 논문이나 논의를 뒤적여 봐도 경제민주주의 개념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논의자가 경제민주주의 개념을 온전히 사용하지 않고 자본과 임노동 관계의 영역에 한정하여 경제민주주의 핵심 분야인 기업민주주의나 산업민주주의 심지어 경제민주주의의 극히 미시적인 영역인 주주민주주의와 같은 개념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자본과 임노동 관계의 영역만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 경제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러므로 우리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온전한 개념정리부터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본적인 개념정의는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경제생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관계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시정하거나 해소하는 것 또는 평등을 도모하는 것이 경제민주주의다.
큰 틀에서 보면 경제적 관계란, 자본과 임노동 관계, 채권 채무 관계, 부동산 소유 및 임대차 관계, 국민과 국가 사이에 형성되는 조세 재정관계, 유통영역의 거래관계(대자본과 중소자본 및 소비자와의 거래관계) 등 다섯 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러므로 결국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주요 수단과 방책들은 이들 관계들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불평등을 시정하거나 해소하거나 평등을 도모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법제나 행위양식 등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경제적 관계를 큰 틀에서 구분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경제민주주의의 여러 분야들도 혼동 없이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일반적으로” 자본과 임노동 관계를 기초로 짜여진 기업 활동을 뼈대로 하고 있다. 또 이를 전제로 온갖 부정의, 차별과 불평등, 자본과 노동의 분배의 양극화 등을 심지어 절대적인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자본과 임노동 관계 영역에 대응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세분화된 개념 기업민주주의(또는 독일의 감사회 구조처럼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만을 강조할 때는 산업민주주의)는 거의 모든 논의자들에 의해 경제민주주의의 핵심 분야로 논의된다. 그 핵심적인 수단은 노동이사제, 노동감사제, 종업원 소유제, 종업원 기업인수 등이고, 또한 노동계층 내의 차별 시정 등은 언제나 중요하게 논의되는 이 분야의 경제민주화 이슈들이다.
둘째, 채권 채무 관계 영역에 대응하는 경제민주주주의의 세분화된 개념은 금융민주주의로, 주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채권자의 권한 남용과 횡포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을 시정하거나 또는 평등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열악한 지위에 있는 채무자를 상대로 하는 고금리 대출, 과잉 빚 독촉, 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차용증이나 공증 작성, 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제(예컨대 채권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엉터리 공정증서가 작성돼도,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법으로 보장한다!),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자들에게까지 금융업(특히 대부업)을 허용한 것 등이다.
셋째, 부동산 소유 및 임대차 관계 영역에 대응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세분화된 개념은 아직까지 없는 듯하다. 참고로, 현재의 법제 수준으로는 임대차 관계에서의 평등을 도모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은 부동산 소유 및 임대차 관계 영역의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률이다. 또한 주택소유 편중 완화,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선, 개발 재개발 등에서의 세입자 차별 해소 및 불평등 등을 재생산하지 않는 대안적 개발모형 등은 이 영역의 경제민주화 주요 이슈들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유통영역의 거래관계 중에서 대자본과 중소자본 거래관계 영역에 대응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세분화된 개념도 아직까지는 없다. 다만, 자본과 소비자와의 거래관계에 대응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세분화된 개념이 소비자 민주주의다.
어쨌든 이 영역에서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는 불공정거래 시정, 피해사업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소비자의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다.
다섯째, 국민과 국가 사이에 형성되는 조세 재정관계에서 재정분야에 대응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세분화된 개념은 재정민주주의다. 주민참여 예산제도는 조세 재정 관계 영역의 대표적인 경제민주주의 제도다.
다른 한편 조세분야는 때때로 재정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혼용하기도 하지만, 경제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훨씬 오랜 전부터 조세정의, 조세형평성(수평적 뿐만 아니라 수직적 형평성)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평등을 도모해온 분야다. 예컨대 수직적 형평성을 적용한 누진세는 조세분야의 경제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세금이다. 노동소득에 견줘 불로소득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 등이 이 분야의 경제민주화 주요 이슈다.
■ 주주민주주의는 경제민주주의인가
이상 큰 틀의 경제민주주의 여러 분야들 이외에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비중 있게 논의되어온 분야가 주주민주주의 영역이다. 이는 장하성 등이 자신들의 소액주주운동을 경제민주주의로 포장하고 대기업집단을 장악한 대주주 일가 등의 권한 남용과 횡포에 대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주요 내용은 소수주주권 강화, 사외이사제 도입 등으로 나타났고, 최근 이슈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다.
주주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업형태가 주식회사이고, 따라서 대주주와 소수주주들 사이의 불평등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유의미성은 있으나, 본질적으로 자본과 임노동 관계의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경제민주주의의 핵심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미시적 분야다. 주주민주주의 영역에서의 미시조정조차 대기업 집단을 지배하는 대주주 일가의 반발이 큰 경우 그게 마치 무슨 엄청난 경제민주화 조처처럼 언론 등에서는 떠들어댈 수 있고, 이럴 경우 사정을 잘 모르는 대중들이야 그것만이 경제민주화 조처의 핵심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구체적인 과제로 격상시키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문제는 이미 대한민국 헌법이 해결해주고 있다.
즉, 이미 국민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듯이, 헌법은 제119조 제1항에서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하되, 제2항 중에 “국가는”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 또는 국가수반인 대통령에 의한 경제민주화 조처의 온당함을 보장하고 있다.
■ 평등의 도모는 시장경제와 상충되는가
경제민주주의 논의에서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경제민주화 조처 즉 경제에서의 평등의 도모가 자유를 기초로 하는 시장경제와 상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민주화 조처가 시장경제와 상충하는 것이라면, 시장경제의 교란 더 나아가 경제적 파국 경제공황의 결정변수가 될 수도 있으며,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이는 도덕적 선의가 거꾸로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평등을 배제하고 오직 “시장의 자유”만을 말하는 극단적인 시장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자유뿐만 아니라 평등도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요소이자 행동양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장경제가 자유와 꼭 같은 비중으로 평등에도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입증할 필요조차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일 판매자나 구매자로 “대등하게 만나” “준 것만큼 받는, 받은 것만큼 주는” 평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본의 횡포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예로 들어도 충분하듯이 시장에서의 평등에 반한 차별과 불평등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시장경제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유와 평등은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두 요소이자 행동양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시장경제의 이런 측면 때문에 “시장경제의 소멸까지 사유체계를 진전시켰던” 칼 마르크스조차도 그의 저서 자본론 제1권에서 자유와 평등 등이 작동하는 “상품교환의 영역”(즉, 시장)은 “사실상 천부인권의 참다운 낙원”(in fact a very Eden of innate rights of man)이라고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민주화의 요구는 시장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강조의 결과 나타난 차별과 불평등의 심화를 시정하려는 것으로, 시장경제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교란된 질서를 정상화시키려는 시장경제 자체의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 채권 채무관계에는 경제민주주의 조처가 없다
결국 남는 문제는 하나다.
대통령 문재인이 경제민주주의 또는 경제민주화를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구체적인 과제로 격상시키기는 했으나, 경제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있는 차별과 불평등을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시정 또는 해소할 수 있는가 또는 경제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선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와 그동안의 인사(특히 경제민주화 관련 상징적인 두 인물 장하성과 김상조 인선), 대선공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재까지 대통령 문재인의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경제의 전 영역에 걸쳐 있지는 않다.
그것은 주로 자본과 임노동 관계 영역에서의 차별의 시정과 개선(상시 지속적 업무에서의 정규직 고용원칙 및 비정규직 남용방지를 위한 사용사유 제한 등), 대자본과 중소자본 및 소비자와의 거래관계 영역에서 불공정 거래 시정(하도급 불공정거래 시정, 피해사업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소비자의 집단소송제 도입 등), 그리고 미시적인 영역인 주주민주주의 영역에서의 제도개선(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에 집중되어 있다.
또 비정규직 차별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적극적인 수준의 경제민주화 조처라기보다는 소극적이거나 차별의 지속까지 전제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더욱 안타까운 지점은 경제민주화 조처가 비정규직 영역만큼이나 절실히 필요하나 아예 공백이다시피 한 영역도 있다. 즉, 개인보증제 폐지, 일부 채권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소각 등이 눈에 띄기는 하나, 고금리 대출과 부당한 빚 독촉을 조장하는 법제들과 채권자에게는 편파적이게 유리하고 채무자를 경제 폭력적으로 구속하기도 하는 기괴한 공증제도 등 수많은 차별과 불평등이 난무하는 채권 채무관계의 영역은 사실상 경제민주화 조처가 전무하다. 덧붙여 부동산 소유 및 임대차 관계영역도 기존의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을 제외하면 경제민주주의 진전을 위한 조처가 마찬가지로 전무하다. 참고로, 경제민주주의를 진전시키려는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사소한 수준의 개선 및 차별의 지속을 전제하는 대표적인 영역을 꼽는다면, 대선 공약 중에서 조세분야다.
■자산소득에 매우 관대한 조세체계
우리의 현재 조세체계는 불로소득인 자산소득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비과세 대상마저 광범위하게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노동소득의 최고세율에 비해 세율도 터무니없이 낮다.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되는 최선의 경우조차” 불로소득인 자산소득은 유리알 세금이라 불리는 노동소득세(근로소득세)와 아무런 구별 없이 꼭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 한 마디로 우리의 조세체계는 불로소득인 자산소득과 노동소득과의 “질적 차이를 감안한 형평에 맞는 평등”은커녕 기계적 평등 수준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
그럼에도 대선공약은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현행: 상장기업 소액주주 양도차익은 그것이 아무리 많아도 전액 비과세, 지분 1%, 시가총액 25억원 이상인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20%의 단일세율 적용) 정도의 미봉책을 적고 있다. 노동소득과 불로소득인 자산소득의 질적 차이를 분별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만을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 문재인의 경제민주주의 인식 중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제민주주의의 핵심 분야인 기업민주주의 영역에서 “공공기관에 1~2명의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에 확산”하겠다는 부분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일반적으로” 자본과 임노동 관계라는 상명하복의 질서를 기초로 짜여진 기업 활동을 뼈대로 하고 있다. 또 이를 전제로 온갖 부정의, 차별과 불평등, 자본과 노동의 분배의 양극화 등을 심지어 절대적인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기도 하므로, 기업민주주의 진전은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그 어떤 영역보다 중요도가 높은 핵심 분야에 해당한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이 핵심 분야에서 열린경영, 민주적 경영, 참여경영의 합리적인 수단인 노동이사제 도입을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진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실제 진전으로 이어진다면 높이 평가할 만하다.
■노동감사제 도입과 한국형 종업원 소유제
다만, 참고로 기업민주주의 영역에서 노동이사제 도입만으로 부족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노동이사제보다 더욱 실효성 있는 “노동감사제” 도입을 연동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10억 미만의 소규모 회사를 제외하면 아무리 적어도 3인이상에서 많게는 십여명으로 구성되는 기업이사회에 1~2명의 노동이사는 상징적인 수준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비록 현재의 상태에 비하면 분명한 진전임이 사실이나!).
참고로, 노동감사제는 기업자금 흐름에서 열린경영, 민주적 경영, 참여경영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수단인 동시에 기업공금 유용이나 횡령 등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기업민주주의 진전에서 노동이사제보다도 더욱 실효성이 있는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로, 자본과 임노동 관계의 불평등은 기업소유에 기인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수단인 한국형 종업원 소유제(우리사주제도)의 개선이 빠져 있다.
즉, 현행 종업원소유제의 진전을 위해서는 대주주나 법인의 우리사주조합에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양도차익 비과세 조처나 종업원 기업인수에 대한 국가의 구체적인 지원방책, 법정관리기업 등에 대한 노동자우선매수권 등의 핵심 개선과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어쨌든 이상을 전체적으로 고찰하면, 대통령 문재인이 경제민주주의 또는 경제민주화를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구체적인 과제로 격상시킨 “공”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주의 진전은 설령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비정규직 차별이 시정되고 핵심영역인 기업민주주의 영역에서 노동이사제가 확산되는 최선의 경우조차도 “반에 반걸음의 진전 수준”에 멈추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장관 등의 인선 및 대선공약 등을 토대로 할 때는 분명히 그러하다.
물론 현실은 고정이 아니라 운동 변화이며, 따라서 대통령 문재인이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구체적인 과제로 격상시킨 경제민주주의는 이상의 평가와 무관하게 앞으로의 운동 변화에 따라 더욱 진전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정만은 분명하다.
과거 6.10민주항쟁의 그날들이 그러했듯, 또 최근 촛불혁명의 그날들이 그러했듯, 역사 진보의 변곡점에 해당하는 모든 시기에는 그 흐름에 동참하는 모두가 반에 반걸음의 진보를 이루어내지만 결정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은 리더의 한걸음(예컨대 6.10민주항쟁에서는 특히 반대편 리더인 노태우의 직선제 등 수용, 촛불혁명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탄핵결정)에서부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란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취하는 보다 진보적인 입장(“경제민주주의를 넘어 불평등 자체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자유로운 공동체로까지 이행시켜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할 수는 없을 터이지만, 대통령으로서 경제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있는 차별과 불평등을 추가로 점검하고 지금보다 더 유효적절하고 풍부한 수단과 방책을 찾아 현실에 적용함으로써 경제민주주의 진전을 위한 보폭을 한걸음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시라는 것이다.
그리해주시면 분명히 대통령의 말씀대로 “민주주의가 밥이 되고 밥이 민주주의”가 될 것이다. 또 그리해주시면 분명히 바로 지금이 경제생활에 참여하는 모두가 실질적으로 평등할 수 있는 시대, 따라서 실질적 자유와 더불어 풍요로울 수 있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 진보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사무처장
■ 필자 소개
제주출생으로 92년부터 <자본론> 전문 강의를 했으며 “자본론 박사 ”로 알려져 있다 .
한때 민주노동당의 경제정책 담당자 (1998년 2월~2008년 2월)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실업정책 정리 ,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기획 , 상가임대차운동 정책 기획 , 이자제한법안 정리 , 개인채무자회생법안 정리 , 파산법 개정안 정리 , 종업원 경영참가 법안 등 수많은 민생의제에 대한 법제적 대안을 정리했다. 실무적으로는 종업원소유제도 및 노동자기업인수 (EBO) 전문가이기도 하다 .
주요 저서로는 <자유인들의 연합체를 위한 선언> (1993년 ), <소유문제와 자본주의 발전단계론> (1994년 ), <산업순환 현상> (1995년 ), <우리사주조합 ! 잘만 활용하면 ?>(1998년 ), <대출천국의 비밀> (2011년 ) 등이 있다 .
현재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사무처장으로 불법사채 (불법 대부업 ) 피해자에 대한 무료법률지원 활동 등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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