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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2 18:35 수정 : 2017.06.12 18:59

송원재
전교조 해직교사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사회 곳곳에 도사린 적폐를 청산하라는 요구가 쏟아진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고등교육 기회는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에게만 열려 있고,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 같은 ‘특별한 학교’들이 성적 우수학생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일반고는 슬럼화돼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전설이고, 요즘 개천에는 승천 기회를 원천봉쇄 당한 학생들만 허우적댄다. 학교폭력과 청소년의 일탈은 그 절망과 분노의 표현이다.

교육이 언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는가. 신자유주의에 근거해 ‘고교평준화 해체’와 ‘대학입시 자율화’가 도입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던 김대중 정부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처음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본격화했다.

전교조는 영국 등 외국의 실패 사례를 전달하며 전략 수정을 주문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경제관료들이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그렸고, 경제논리에 근거하여 고교평준화, ‘3불(대입본고사·고교등급제·기부금입학 불가) 정책’ 같은 기회균등 장치들을 하나씩 해체했다. 교원평가·성과급 같은 경쟁적 교원정책도 도입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했다. 그러나 ‘자율과 선택’은 부유층의 교육 기회를 늘리는 대신 서민층의 교육 기회를 위축시켰다.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교육양극화로 구조화됐다.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 실패작으로 판명된 지금, 새 정부에는 신자유주의가 양산해 놓은 교육적폐를 해소할 책임이 주어져 있다. ‘교육의 기회균등’ ‘교육의 국가책임’ 원칙을 복원해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되풀이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모두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국가의 기본 책임으로 삼아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교육·무상급식 확대’ ‘대학등록금 인하’ 같은 과감한 교육복지 정책으로 역차별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가 가능해진다.

전교조는 교육적폐 해소를 위해 새 정부와 언제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정부도 전교조를 껄끄러운 상대로만 여기지 말고 쓴소리 잘하는 교육개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까닭은 전교조가 ‘교육의 기회균등’ ‘교육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시민교육’을 주장해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교조에 공민권을 되돌려주는 일은 새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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