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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29 18:39 수정 : 2017.05.29 19:29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부 교수·전 하천호수학회장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근래 4대강 보의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댐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우려하여 생태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열망을 반기며 공감한다. 선진국에서는 불필요한 댐과 보를 제거하는 사업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매년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급히 시행되었다고 해서 그 후속조치도 서둘러 시행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4대강 보 건설이 타당성이 적었다고 평가되더라도 이제 와서 보를 철거한다고 곧바로 사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사가 완료된 상태에서는 철거하는 것이 비용을 절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건설비에 버금하는 천문학적 추가비용이 필요한데, 마치 철거하면 사업비를 보상받을 것 같은 착시현상이 느껴질 수 있다. 설사 비용을 마련한다고 해도 어느 보를 먼저 철거할 것인가는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1만7500개의 저수지와 무려 4만개 이상의 보가 만들어졌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라고 해서 우선 철거 대상이 될 필요는 없고, 다른 보들과 동일하게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여 철거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옳다. 전국 6만개의 댐과 보를 평가하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며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한두해에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며 100년 동안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서 시행해야 할 장기사업이다.

하천생태계도 철거 후 곧바로 이전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4대강 사업 지역은 이미 준설에 의해 수심이 고른 편평한 하상으로 바뀌어 있다. 원래 하천의 하상은 점진적인 경사를 가지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퇴적물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과정이 평형을 이루어 퇴적물이 일정한 높이를 유지한다. 그런데 수십년치 유입량의 토사를 준설하여 하상을 편평하게 변형하였기 때문에, 하천의 경사에 맞추어 다시 퇴적물이 쌓이고 평형하상을 이루려면 앞으로 수십년간 토사가 공급되고 수차례 큰 홍수를 거쳐야 한다.

생물상의 복원에도 또 한 번의 진통이 필요하다. 보 건설이 끝난 후 유속이 빠른 유수 생태계에서 정수 생태계로 변화하여 어류와 식물이 거의 호수형으로 바뀌었는데 보가 없어지면 또다시 급격한 교란을 거쳐야 하고, 이후에도 퇴적물의 축적에 따라 수심이 얕아지면서 생물상은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준설로 인해 본류와 지천의 연결부위가 급경사를 이룬 곳도 있고, 수변에도 급경사가 형성된 곳이 많아 안정된 완경사 식생대로 복원되기까지는 장시간 토사의 유입과 홍수에 의한 안정화가 필요하다. 수심이 얕아지면 부유생물 위주의 생물상에서 부착조류 위주의 생물상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때 부착조류의 과잉 번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4대강 보가 어류의 이동에 장애가 된다는 우려도 옳은 지적이지만 보 철거가 어류의 회유로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4대강 보를 통과하더라도 상류에는 물고기가 통과할 수 없는 대형댐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천으로 올라가면 거기에도 수많은 농업용 보가 가로막고 있고, 하류에는 바닷물을 차단하는 하구댐도 있다. 즉 아래위가 막혀 있는 상태에서 중간에 위치한 보를 통과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어류의 회유로가 크게 개선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어도를 새로이 만들더라도 어도의 효과는 불완전하므로 전국의 모든 댐을 포함하여 인위적으로 물고기를 잡아서 이동시켜 주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비싼 어도를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그 외에 보의 수위에 맞추어 이용 시설을 만들어 둔 취수장과 관광시설의 이해관계도 고려 대상으로 등장할 수 있다.

자연을 변형하는 데에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를 복원하는 데에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긴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인식하고 한 발짝씩 신중하게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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