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제로에너지건축센터 센터장 긴가민가, 반신반의, 설마설마하면서 갔다. ‘광장에서 대토론회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전세계를 움직였던 촛불신화만 연상되는 광화문 광장에서 어떻게 토론회가 가능할까? 광장의 변신은 무죄였다. 광장은 호텔 연회장을 방불케 하는 원형 테이블로 가득했다. 그 또한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토론회 시작 30분 전 광장 풍경에 남녀노소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자리로 찾아가서 앉기 시작했다. 예식장에서도 있을 법한 작은 소란도 없었다. 이유인즉, 휴대폰으로 하루 전날 미리 전달된 테이블 번호가 3000명 시민을 광화문 토론장으로 안내한 것이다. 지난 27일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 풍경이다. 필자도 온라인 신청을 했다. 꼭 참석할 예정인지를 묻는 구두 확인 전화에 약간 귀찮기도 했지만, 테이블 번호를 배정받기 위한 절차였다는 사실을 당일에야 알았다. 각각의 테이블은 환경 분야 주요 인사가 위원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위원장 이외에도 토론 이끄미가 테이블마다 컴퓨터를 켜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아래 경적과 자동차로 분주한 야외 테이블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배치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범한 광경은 아니었다. 오후 5시로 치닫고 있을 즈음 모든 테이블은 10명이 한 조가 되어 앉아 있었다. 5시 정각에 국민의례와 동시에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로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의 미세먼지의 정의, 원인 그리고 피해에 대한 전문가적 관점에서의 발표가 있었다. 곧이어 미세먼지 대응방안 서울시민 대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테이블별로 자신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대응방안을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토론 이끄미는 그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실시간으로 본부에 전송하였다. 우리의 의견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일 때마다 시민들은 즐거워했고, 우리 테이블에 계셨던 분도 “아~ 내 말이 저 말이야”를 연신 반복하였다. 하늘도 감동하는 양방향 정보 공유는 아이티(IT) 강국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글로만 읽어왔던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한 합의적 의사결정이 중시되는 “숙의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토론회의 형식적인 딱딱함도 없었다. 김제동 사회자의 특유의 진행 덕분에 중간중간에 어린아이부터 장애인 그리고 어르신들의 의견까지 청취할 수 있었다. 토론 도중에 실시된 휴대폰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자의 80% 이상이 미세먼지에 대한 강경한 대응방안을 갈구하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공자는 민간에서 전승됐던 시 300여편을 모은 <시경>(詩經)을 가리켜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주옥같은 시 모음집’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이렇듯 백성의 삶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입안되는 정책 또한 사무사(思無邪·사특함 없는 생각)일 것이다. 토론회 막바지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5가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발표하였다. 위로부터(Top-Down)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Bottom-Up) 방식을 통해 정책이 채택되었음을 천명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신청 때부터 적어냈던 의견, 광장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의견이 서울시 미세먼지 대응정책과 동일선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숨 쉴 권리를 찾아달라고 토론했던 광화문 광장은 이제 대한민국의 아고라가 되었다. 고대 아테네는 그들의 중심가에 위치한 큰 아고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숙의 민주주의”의 탄생의 순간을 그대로 담아내준 광화문 광장이 필자 또한 정말 자랑스러웠다.
왜냐면 |
[왜냐면] 광화문 광장, 자랑스러운 아고라 / 이명주 |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제로에너지건축센터 센터장 긴가민가, 반신반의, 설마설마하면서 갔다. ‘광장에서 대토론회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전세계를 움직였던 촛불신화만 연상되는 광화문 광장에서 어떻게 토론회가 가능할까? 광장의 변신은 무죄였다. 광장은 호텔 연회장을 방불케 하는 원형 테이블로 가득했다. 그 또한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토론회 시작 30분 전 광장 풍경에 남녀노소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자리로 찾아가서 앉기 시작했다. 예식장에서도 있을 법한 작은 소란도 없었다. 이유인즉, 휴대폰으로 하루 전날 미리 전달된 테이블 번호가 3000명 시민을 광화문 토론장으로 안내한 것이다. 지난 27일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 풍경이다. 필자도 온라인 신청을 했다. 꼭 참석할 예정인지를 묻는 구두 확인 전화에 약간 귀찮기도 했지만, 테이블 번호를 배정받기 위한 절차였다는 사실을 당일에야 알았다. 각각의 테이블은 환경 분야 주요 인사가 위원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위원장 이외에도 토론 이끄미가 테이블마다 컴퓨터를 켜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아래 경적과 자동차로 분주한 야외 테이블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배치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범한 광경은 아니었다. 오후 5시로 치닫고 있을 즈음 모든 테이블은 10명이 한 조가 되어 앉아 있었다. 5시 정각에 국민의례와 동시에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로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의 미세먼지의 정의, 원인 그리고 피해에 대한 전문가적 관점에서의 발표가 있었다. 곧이어 미세먼지 대응방안 서울시민 대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테이블별로 자신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대응방안을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토론 이끄미는 그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실시간으로 본부에 전송하였다. 우리의 의견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일 때마다 시민들은 즐거워했고, 우리 테이블에 계셨던 분도 “아~ 내 말이 저 말이야”를 연신 반복하였다. 하늘도 감동하는 양방향 정보 공유는 아이티(IT) 강국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글로만 읽어왔던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한 합의적 의사결정이 중시되는 “숙의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토론회의 형식적인 딱딱함도 없었다. 김제동 사회자의 특유의 진행 덕분에 중간중간에 어린아이부터 장애인 그리고 어르신들의 의견까지 청취할 수 있었다. 토론 도중에 실시된 휴대폰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자의 80% 이상이 미세먼지에 대한 강경한 대응방안을 갈구하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공자는 민간에서 전승됐던 시 300여편을 모은 <시경>(詩經)을 가리켜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주옥같은 시 모음집’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이렇듯 백성의 삶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입안되는 정책 또한 사무사(思無邪·사특함 없는 생각)일 것이다. 토론회 막바지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5가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발표하였다. 위로부터(Top-Down)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Bottom-Up) 방식을 통해 정책이 채택되었음을 천명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신청 때부터 적어냈던 의견, 광장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의견이 서울시 미세먼지 대응정책과 동일선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숨 쉴 권리를 찾아달라고 토론했던 광화문 광장은 이제 대한민국의 아고라가 되었다. 고대 아테네는 그들의 중심가에 위치한 큰 아고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숙의 민주주의”의 탄생의 순간을 그대로 담아내준 광화문 광장이 필자 또한 정말 자랑스러웠다.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제로에너지건축센터 센터장 긴가민가, 반신반의, 설마설마하면서 갔다. ‘광장에서 대토론회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전세계를 움직였던 촛불신화만 연상되는 광화문 광장에서 어떻게 토론회가 가능할까? 광장의 변신은 무죄였다. 광장은 호텔 연회장을 방불케 하는 원형 테이블로 가득했다. 그 또한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토론회 시작 30분 전 광장 풍경에 남녀노소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자리로 찾아가서 앉기 시작했다. 예식장에서도 있을 법한 작은 소란도 없었다. 이유인즉, 휴대폰으로 하루 전날 미리 전달된 테이블 번호가 3000명 시민을 광화문 토론장으로 안내한 것이다. 지난 27일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 풍경이다. 필자도 온라인 신청을 했다. 꼭 참석할 예정인지를 묻는 구두 확인 전화에 약간 귀찮기도 했지만, 테이블 번호를 배정받기 위한 절차였다는 사실을 당일에야 알았다. 각각의 테이블은 환경 분야 주요 인사가 위원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위원장 이외에도 토론 이끄미가 테이블마다 컴퓨터를 켜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아래 경적과 자동차로 분주한 야외 테이블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배치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범한 광경은 아니었다. 오후 5시로 치닫고 있을 즈음 모든 테이블은 10명이 한 조가 되어 앉아 있었다. 5시 정각에 국민의례와 동시에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로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의 미세먼지의 정의, 원인 그리고 피해에 대한 전문가적 관점에서의 발표가 있었다. 곧이어 미세먼지 대응방안 서울시민 대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테이블별로 자신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대응방안을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토론 이끄미는 그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실시간으로 본부에 전송하였다. 우리의 의견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일 때마다 시민들은 즐거워했고, 우리 테이블에 계셨던 분도 “아~ 내 말이 저 말이야”를 연신 반복하였다. 하늘도 감동하는 양방향 정보 공유는 아이티(IT) 강국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글로만 읽어왔던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한 합의적 의사결정이 중시되는 “숙의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토론회의 형식적인 딱딱함도 없었다. 김제동 사회자의 특유의 진행 덕분에 중간중간에 어린아이부터 장애인 그리고 어르신들의 의견까지 청취할 수 있었다. 토론 도중에 실시된 휴대폰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자의 80% 이상이 미세먼지에 대한 강경한 대응방안을 갈구하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공자는 민간에서 전승됐던 시 300여편을 모은 <시경>(詩經)을 가리켜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주옥같은 시 모음집’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이렇듯 백성의 삶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입안되는 정책 또한 사무사(思無邪·사특함 없는 생각)일 것이다. 토론회 막바지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5가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발표하였다. 위로부터(Top-Down)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Bottom-Up) 방식을 통해 정책이 채택되었음을 천명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신청 때부터 적어냈던 의견, 광장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의견이 서울시 미세먼지 대응정책과 동일선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숨 쉴 권리를 찾아달라고 토론했던 광화문 광장은 이제 대한민국의 아고라가 되었다. 고대 아테네는 그들의 중심가에 위치한 큰 아고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숙의 민주주의”의 탄생의 순간을 그대로 담아내준 광화문 광장이 필자 또한 정말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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