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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4 18:31 수정 : 2005.11.14 18:31

왜냐면

교원평가 제도의 가장 큰 성과는 교내 갈등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사들이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만족도 지표가 학교 공동체의 시선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학교 수업에 불만족스러워하며, 교육자들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 불신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교육자들의 뒤떨어진 의식과 제도에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학생들의 진로는 다양해졌는데 그저 자신들이 옳다는 신념대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내몰아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깨닫기 쉽지 않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다 해서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전체 학교에 밀어넣는 방법은 늘 실패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마다 지닌 문제가 다르고 교사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른데, 중앙정부 차원에서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해결책을 처방하는 것이 사정이 제각각인 여러 학교에 잘 맞아떨어질 리 없다. 그러니 학교마다, 교사마다 처한 상황을 스스로 분석하고 그리하여 가장 적절한 방책을 스스로 구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 공교육 불신을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지금 논의되는 교원평가는 학교장을 포함한 모든 교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구하고자 하는 매우 기초적인 제도다. 흔히 다른 사람이 교원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 바로 교원평가다. 교원이 어떻게 스스로를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다음 세 가지 질문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첫째, 나의 수업이 대상 학생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는가? 둘째, 학교장(교감)의 리더십이 교사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는가? 셋째, 학교의 교육 서비스가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받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내 마음대로 수업을 하고 내 마음대로 학교를 이끌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마음과 대화하면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다.

요즈음 며칠 사이에 필자가 교감으로 재직하는 서울미술고 이름이 자주 언론에 등장한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자리잡은 서울미술고등학교는 학생이 700여명, 교·강사 85명인 작은 학교다. 서울미술고는 작년부터 지금 추진하려는 교원평가제의 원형에 가까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학기가 끝나면 전 교사가 수업만족도 조사를 하고, 학기 중간에 학교교육만족도 조사와 경영 평가를 한다. 조사가 끝나면 전 교직원이 분임 토의를 하고 개선과제를 모아 즉각 개선한다.


이러한 평가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우선 이미지학습법연구회, 생각하는 미술연구원 등 교사들의 자발적인 수업연구 동아리가 생겨났다. 이번에 이미지학습연구회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창의적 수업공모에서 당당히 1등을 하는 교사가 탄생하였으며, 생각하는 미술연구원에서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6천만원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의 입학경쟁률도 급속도로 좋아졌다.

실시 전에 1.2:1에 불과하였는데, 올해에는 1.5:1로 성장하였다. 교사들의 직무만족도도 크게 증가하였다. 경영평가에서 5.0 만점에 4.0에 가까운 만족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평가 초기 3.0에서 한때 3.4까지 오르다가 3.1로 다시 추락하였지만 교사들은 지금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원평가 제도의 가장 큰 성과는 교내 갈등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사들이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만족도 지표가 학교 공동체의 시선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만족하는 학교로 만들자는 학교 공동체의 단합된 마음을 서로 읽게 된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갈등을 없애는 데 기여한 이 제도가 밖에서는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모순이다. 더욱이 아직 정식 제도가 아닌 시범학교를 운영하여 성과를 진단하는 일이니 잠시 결과를 기다리는 지혜가 아쉽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학교가 변화하기를 바라고 교원평가도 시행되기를 바란다. 국민이 교원평가를 원하면 당연히 교원들은 이를 따라야 옳다. 지금 대한민국에 국민들보다 위대한 개인이나 집단, 조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들이 국민을 가르치려 들거나 국민과 대적하려 든다면 잘못된 것이다. 우리 교원들이 이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인규/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사무총장·서울미술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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