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액션그룹 강남역10번출구 활동가 “우리가 ‘○○녀’가 아니라, 우리도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지난해 5월17일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진행된 자유발언대 참가자의 발언이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성들은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이며 거리로 나섰다. 이 가운데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말은 여성들이 왜 거리로 나오게 됐는가를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한마디가 되었다. 3만5천여장의 포스트잇이 붙었고, 이후 9일 동안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된 자유발언대에 수백여명 여성들이 참가했다. 이 같은 사회적 공분에도 국가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가해자의 조현병 문제를 부각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본질을 은닉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동시에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은 성별 분리 화장실 증설, 거리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등의 정책이었다.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라는 의미다. 여성이 당한 폭력의 원인이 충분히 안전하지 못한 곳에 있었기 때문인가. 강남역 사건에서 가해자는 “범행 대상을 여성으로 추리기 위해 기다렸다”는 진술을 했다. 가해자가 ‘여성’을 대상으로 살해했음에도 사회가 이를 “묻지 마 살인”이라 부정하자, 여성들은 자유발언대에 참가해 자신이 당한 폭력의 경험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자신의 피해를 고백했던 데에는 여성들의 언행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이 ‘우연히 살아남은’ 순간을 고백하자 ‘나 또한 그런 일을 겪었다’는 또다른 증언이 이어졌다. 발언은 증언에 그치지 않고 혐오와 폭력을 재생산해내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자유발언대에 참가하는 이들의 사진이 게시글로 올라와 품평을 당하는 한편, 각종 위협을 암시하는 댓글 또한 이어졌다. 자유발언대에 참가한 이들은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벌벌 떨면서도 참가했다”며 “다시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살아남은 우리가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발언했다. 자유발언대에 참가한 이들은 위협을 가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함께 항의하고, 서로를 지켜주며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의 두려움이 용기가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이러한 목소리들은 혐오와 폭력을 재생산해내는 사회와 구조를 직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게 만들었다. 그해 6월6일 홍대 앞에서는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모두의 공동행동”이 진행됐다. 강남역에서 형성된 움직임은 지금도 새로운 페미니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시작된 ‘말하기’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한 ‘연대’를 형성해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Ni Una Menos’(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라는 구호와 함께 여성혐오와 여성살해에 맞서 싸우고 있다. 우리 또한 다시금 거리에 서려고 한다. 오는 17일 저녁 7시 강남역 인근에서 1주기를 맞아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묵념·헌화와 함께 젠더폭력을 증언하는 자유발언대, ‘독방을 부수며’가 이어질 예정이다. 독방을 부수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줄 당신을 기다린다.
왜냐면 |
[왜냐면]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 안현진 |
안현진
페미니즘 액션그룹 강남역10번출구 활동가 “우리가 ‘○○녀’가 아니라, 우리도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지난해 5월17일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진행된 자유발언대 참가자의 발언이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성들은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이며 거리로 나섰다. 이 가운데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말은 여성들이 왜 거리로 나오게 됐는가를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한마디가 되었다. 3만5천여장의 포스트잇이 붙었고, 이후 9일 동안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된 자유발언대에 수백여명 여성들이 참가했다. 이 같은 사회적 공분에도 국가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가해자의 조현병 문제를 부각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본질을 은닉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동시에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은 성별 분리 화장실 증설, 거리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등의 정책이었다.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라는 의미다. 여성이 당한 폭력의 원인이 충분히 안전하지 못한 곳에 있었기 때문인가. 강남역 사건에서 가해자는 “범행 대상을 여성으로 추리기 위해 기다렸다”는 진술을 했다. 가해자가 ‘여성’을 대상으로 살해했음에도 사회가 이를 “묻지 마 살인”이라 부정하자, 여성들은 자유발언대에 참가해 자신이 당한 폭력의 경험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자신의 피해를 고백했던 데에는 여성들의 언행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이 ‘우연히 살아남은’ 순간을 고백하자 ‘나 또한 그런 일을 겪었다’는 또다른 증언이 이어졌다. 발언은 증언에 그치지 않고 혐오와 폭력을 재생산해내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자유발언대에 참가하는 이들의 사진이 게시글로 올라와 품평을 당하는 한편, 각종 위협을 암시하는 댓글 또한 이어졌다. 자유발언대에 참가한 이들은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벌벌 떨면서도 참가했다”며 “다시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살아남은 우리가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발언했다. 자유발언대에 참가한 이들은 위협을 가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함께 항의하고, 서로를 지켜주며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의 두려움이 용기가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이러한 목소리들은 혐오와 폭력을 재생산해내는 사회와 구조를 직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게 만들었다. 그해 6월6일 홍대 앞에서는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모두의 공동행동”이 진행됐다. 강남역에서 형성된 움직임은 지금도 새로운 페미니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시작된 ‘말하기’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한 ‘연대’를 형성해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Ni Una Menos’(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라는 구호와 함께 여성혐오와 여성살해에 맞서 싸우고 있다. 우리 또한 다시금 거리에 서려고 한다. 오는 17일 저녁 7시 강남역 인근에서 1주기를 맞아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묵념·헌화와 함께 젠더폭력을 증언하는 자유발언대, ‘독방을 부수며’가 이어질 예정이다. 독방을 부수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줄 당신을 기다린다.
페미니즘 액션그룹 강남역10번출구 활동가 “우리가 ‘○○녀’가 아니라, 우리도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지난해 5월17일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진행된 자유발언대 참가자의 발언이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성들은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이며 거리로 나섰다. 이 가운데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말은 여성들이 왜 거리로 나오게 됐는가를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한마디가 되었다. 3만5천여장의 포스트잇이 붙었고, 이후 9일 동안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된 자유발언대에 수백여명 여성들이 참가했다. 이 같은 사회적 공분에도 국가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가해자의 조현병 문제를 부각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본질을 은닉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동시에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은 성별 분리 화장실 증설, 거리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등의 정책이었다.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라는 의미다. 여성이 당한 폭력의 원인이 충분히 안전하지 못한 곳에 있었기 때문인가. 강남역 사건에서 가해자는 “범행 대상을 여성으로 추리기 위해 기다렸다”는 진술을 했다. 가해자가 ‘여성’을 대상으로 살해했음에도 사회가 이를 “묻지 마 살인”이라 부정하자, 여성들은 자유발언대에 참가해 자신이 당한 폭력의 경험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자신의 피해를 고백했던 데에는 여성들의 언행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이 ‘우연히 살아남은’ 순간을 고백하자 ‘나 또한 그런 일을 겪었다’는 또다른 증언이 이어졌다. 발언은 증언에 그치지 않고 혐오와 폭력을 재생산해내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자유발언대에 참가하는 이들의 사진이 게시글로 올라와 품평을 당하는 한편, 각종 위협을 암시하는 댓글 또한 이어졌다. 자유발언대에 참가한 이들은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벌벌 떨면서도 참가했다”며 “다시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살아남은 우리가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발언했다. 자유발언대에 참가한 이들은 위협을 가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함께 항의하고, 서로를 지켜주며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의 두려움이 용기가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이러한 목소리들은 혐오와 폭력을 재생산해내는 사회와 구조를 직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게 만들었다. 그해 6월6일 홍대 앞에서는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모두의 공동행동”이 진행됐다. 강남역에서 형성된 움직임은 지금도 새로운 페미니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시작된 ‘말하기’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한 ‘연대’를 형성해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Ni Una Menos’(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라는 구호와 함께 여성혐오와 여성살해에 맞서 싸우고 있다. 우리 또한 다시금 거리에 서려고 한다. 오는 17일 저녁 7시 강남역 인근에서 1주기를 맞아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묵념·헌화와 함께 젠더폭력을 증언하는 자유발언대, ‘독방을 부수며’가 이어질 예정이다. 독방을 부수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줄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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