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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0 18:11 수정 : 2017.05.10 21:57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 1932년부터 1945년까지 12년간 재임했다. 그 뒤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8년씩 번갈아가며 맡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예외는 딱 두번 있었다. 지미 카터(민주당, 1977~1981)가 재선에 실패해 4년 만에 물러났고, 로널드 레이건(공화당)이 8년 집권한 뒤 공화당의 조지 부시가 4년간(1989~1993) 더 정권을 이어갔다. ‘8년 주기의 정권교체’를 고수하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일까? 빌 클린턴을 이어 나선 앨 고어, 버락 오바마를 이으려던 힐러리 클린턴은 득표에서는 앞섰음에도 선거인단 수에서 졌다.

철학자 칼 포퍼는 “다수의 국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할 수 있으면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라고 했다. 수평적, 평화적 정권교체가 가능하냐가 민주주의 시금석이라는 이야기다.

일본은 2009년 8월30일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얻어, 1955년 이후 계속된 자민당 집권 시대를 끝냈다. 하지만 역사적인 첫 정권교체 3년 만에 자민당에 권력을 다시 내줬다. 그 후신인 민진당은 지금 중의원 475석 가운데 97석을 가진 힘없는 제1야당으로 추락해 있다.

국민당이 장기 집권해온 대만에선 2000년 야당 민진당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첫 정권교체를 이루고 8년을 집권했다. 그 뒤 국민당에 정권을 내줬지만, 2016년 1월 선거에서 되찾아왔다. 8년 주기의 정권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5월9일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도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1997년 야당으로 첫 평화적 정권교체가 일어난 뒤 10년 집권을 이어갔다. 그 뒤 정권이 바뀌어 옛 여당이 9년을 집권했다. 이번에 다시 정권이 바뀐 것은 ‘10년짜리 정권교체 시계추’가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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