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 장기동 함박눈이 쏟아진 그해 겨울, 아이는 예정일보다 두 달이나 빨리 세상에 나왔다. 채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멀어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몇 시간을 귓전에 맴돌았다. 그렇게 인큐베이터 안에서 20여일의 시간을 보낸 아이는 한 달 만에 집에 올 수 있었다. 1850그램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아이는 유독 성장이 더뎠다. 만 4살이 넘도록 또래를 따라잡지 못했고, 급기야 소아과에서 정밀검진을 권유받았다. 작게 태어났으니 그러려니 하고 키우던 부모의 무지 끝에 아이는 ‘저성장’, ‘성장호르몬 결핍’ 판정을 받았다. 치료 1년차에 접어들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고, 누가 보아도 대여섯살 아이들과 친구로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수차례 상담을 진행하며 취학을 유예할 수밖에 없었다. 취학유예확인서를 거주지 주민센터에서 받아든 날, 벌써 1년이 넘게 매달 정기검진을 받으며 매일 밤 주사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안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열 달을 온전히 품어주지 못해서, 엄마 품에 안기기도 전에 인큐베이터에서 한 달의 시간을 보내게 해서, 호르몬이 부족해서 잘 크지 못하는 너를 진작 알아보지 못해서, 그저 미안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는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왔고 성장호르몬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부족할 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나와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시대니 당연히 지원될 줄 알았던 보육료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3월 보육료를 결제할 즈음이었다. 이미 누리과정 3년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그 어떤 보육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덟 살이 된 아이를 아무 곳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고민이 깊어졌고 보건복지부, 교육부, 주민센터, 육아지원종합센터 등 문의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문의했지만 관계 법령이 없어 아이는 월 40여만원에 달하는 보육비를 내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아쉬운 것은 비단 돈이 아니다. 국가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면서도 이렇게 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고 개선할 의지가 없다. 수많은 기관에 문의를 하면서도 돌아오는 답변은 ‘관계 법령’ 탓뿐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전화기 너머에서 두 손 모아 빌면서 “제가 아무리 이렇게 민원을 제기해도 공무원이 전화 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제발 앞일을 위해서라도 제 의견을 장관이든, 지자체장이든 책임자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났건만 전화 통화를 했던 누구도 내게 회신을 해주지 않았다. 오늘이 조기대선 투표일이다. 대선 후보들 저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부르짖는 후보, 만 3살부터 교육의 모든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후보, 유아보육도 공교육화하겠다는 후보, 아동수당을 약속하는 후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의 기본은 사각지대가 없어야 하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부디 5월9일, 진정으로 국가가 대한민국의 모든 유아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국가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내 아이가 이런 차별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왜냐면 |
[왜냐면] 보육 사각지대 놓인 취학유예 아동 / 안승혜 |
안승혜
경기 김포시 장기동 함박눈이 쏟아진 그해 겨울, 아이는 예정일보다 두 달이나 빨리 세상에 나왔다. 채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멀어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몇 시간을 귓전에 맴돌았다. 그렇게 인큐베이터 안에서 20여일의 시간을 보낸 아이는 한 달 만에 집에 올 수 있었다. 1850그램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아이는 유독 성장이 더뎠다. 만 4살이 넘도록 또래를 따라잡지 못했고, 급기야 소아과에서 정밀검진을 권유받았다. 작게 태어났으니 그러려니 하고 키우던 부모의 무지 끝에 아이는 ‘저성장’, ‘성장호르몬 결핍’ 판정을 받았다. 치료 1년차에 접어들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고, 누가 보아도 대여섯살 아이들과 친구로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수차례 상담을 진행하며 취학을 유예할 수밖에 없었다. 취학유예확인서를 거주지 주민센터에서 받아든 날, 벌써 1년이 넘게 매달 정기검진을 받으며 매일 밤 주사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안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열 달을 온전히 품어주지 못해서, 엄마 품에 안기기도 전에 인큐베이터에서 한 달의 시간을 보내게 해서, 호르몬이 부족해서 잘 크지 못하는 너를 진작 알아보지 못해서, 그저 미안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는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왔고 성장호르몬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부족할 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나와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시대니 당연히 지원될 줄 알았던 보육료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3월 보육료를 결제할 즈음이었다. 이미 누리과정 3년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그 어떤 보육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덟 살이 된 아이를 아무 곳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고민이 깊어졌고 보건복지부, 교육부, 주민센터, 육아지원종합센터 등 문의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문의했지만 관계 법령이 없어 아이는 월 40여만원에 달하는 보육비를 내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아쉬운 것은 비단 돈이 아니다. 국가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면서도 이렇게 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고 개선할 의지가 없다. 수많은 기관에 문의를 하면서도 돌아오는 답변은 ‘관계 법령’ 탓뿐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전화기 너머에서 두 손 모아 빌면서 “제가 아무리 이렇게 민원을 제기해도 공무원이 전화 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제발 앞일을 위해서라도 제 의견을 장관이든, 지자체장이든 책임자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났건만 전화 통화를 했던 누구도 내게 회신을 해주지 않았다. 오늘이 조기대선 투표일이다. 대선 후보들 저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부르짖는 후보, 만 3살부터 교육의 모든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후보, 유아보육도 공교육화하겠다는 후보, 아동수당을 약속하는 후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의 기본은 사각지대가 없어야 하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부디 5월9일, 진정으로 국가가 대한민국의 모든 유아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국가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내 아이가 이런 차별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경기 김포시 장기동 함박눈이 쏟아진 그해 겨울, 아이는 예정일보다 두 달이나 빨리 세상에 나왔다. 채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멀어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몇 시간을 귓전에 맴돌았다. 그렇게 인큐베이터 안에서 20여일의 시간을 보낸 아이는 한 달 만에 집에 올 수 있었다. 1850그램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아이는 유독 성장이 더뎠다. 만 4살이 넘도록 또래를 따라잡지 못했고, 급기야 소아과에서 정밀검진을 권유받았다. 작게 태어났으니 그러려니 하고 키우던 부모의 무지 끝에 아이는 ‘저성장’, ‘성장호르몬 결핍’ 판정을 받았다. 치료 1년차에 접어들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고, 누가 보아도 대여섯살 아이들과 친구로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수차례 상담을 진행하며 취학을 유예할 수밖에 없었다. 취학유예확인서를 거주지 주민센터에서 받아든 날, 벌써 1년이 넘게 매달 정기검진을 받으며 매일 밤 주사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안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열 달을 온전히 품어주지 못해서, 엄마 품에 안기기도 전에 인큐베이터에서 한 달의 시간을 보내게 해서, 호르몬이 부족해서 잘 크지 못하는 너를 진작 알아보지 못해서, 그저 미안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는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왔고 성장호르몬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부족할 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나와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시대니 당연히 지원될 줄 알았던 보육료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3월 보육료를 결제할 즈음이었다. 이미 누리과정 3년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그 어떤 보육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덟 살이 된 아이를 아무 곳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고민이 깊어졌고 보건복지부, 교육부, 주민센터, 육아지원종합센터 등 문의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문의했지만 관계 법령이 없어 아이는 월 40여만원에 달하는 보육비를 내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아쉬운 것은 비단 돈이 아니다. 국가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면서도 이렇게 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고 개선할 의지가 없다. 수많은 기관에 문의를 하면서도 돌아오는 답변은 ‘관계 법령’ 탓뿐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전화기 너머에서 두 손 모아 빌면서 “제가 아무리 이렇게 민원을 제기해도 공무원이 전화 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제발 앞일을 위해서라도 제 의견을 장관이든, 지자체장이든 책임자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났건만 전화 통화를 했던 누구도 내게 회신을 해주지 않았다. 오늘이 조기대선 투표일이다. 대선 후보들 저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부르짖는 후보, 만 3살부터 교육의 모든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후보, 유아보육도 공교육화하겠다는 후보, 아동수당을 약속하는 후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의 기본은 사각지대가 없어야 하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부디 5월9일, 진정으로 국가가 대한민국의 모든 유아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국가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내 아이가 이런 차별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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