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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1 18:38 수정 : 2017.05.01 19:25

박종국
건설노동자

제19대 대선 승리를 위한 각 정당 대선후보들의 선거 유세가 전국을 후끈거리게 하고 있다. 하나같이 “자신이 진짜 서민·일자리·안보 대통령”이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언론의 대선 보도를 보면서 문득, “봉급쟁이보다 못한 403만 생계형 자영업자들과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필자는 일상에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만나 보았다. “이번엔 꼭 투표하셔야죠?” 넌지시 말을 건넨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뭐 달라질 게 있나? 그놈이 다 그놈들인데!”라며 날카롭게 쳐다보는 대답이 돌아온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지금의 삶이 더 나아질 게 없다는 비관적인 태도다. 일상의 현실은 여론조사 결과치와 사뭇 다르다. 특히 정기적인 휴일도 없이 돌아가는 비정규직 사업장들은 더더욱 참정권 행사가 어렵다. 가령 180만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을 보자.

그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만 한다. 특히 동절기가 지나고 지금처럼 봄철이 다가오면 장마철이 오기 전에 공기를 최대한 앞당겨 놓아야 한다. 따라서 휴일도 없이 속도전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변수는 올해 5월 공휴일이 많아 더욱더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선진국들처럼 ‘유급휴일’을 보장해 주면 또 모를까. 지난 4월4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현장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건설근로자 종합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연간 평균 근로일수가 겨우 149일이다. 정기적인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혹한의 날씨와 싸워가며 일한 노동의 대가가 겨우 연봉 2300만원 정도 수준이다. “현재 삶에 만족하십니까?” 질문에 무려 14.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유일한 바람들이 있다면 “체불, 산재사고 걱정 없이 안정되게 일할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지금의 온갖 정치 구호는 먼 남의 얘기다.

대통령 후보들은 하나같이 과거 정권들과 차별화된 노동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직, 경비, 청소미화, 새벽 장사 등등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쉽게 투표장에 나갈 수 없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앞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상권은 이미 대형마트에 다 빼앗겼는데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은 재래시장을 도는 구습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유권자들은 ‘지난 몇년간 누가 노동정책 공약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는지? 그나마 누가 노동 전문가인지?’를 꼼꼼히 봐야 한다.

이제 더는 외주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지 않는 세상, 죽어서도 국가유공자 순직처리도 못 받는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들이 나오지 않는 세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저히 참정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대선에 냉소적인 이유는 대통령이 바뀐들 하루아침에 자신이 정규직으로 될 리 만무하고, 임금격차가 해소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월세 임대료 내기도 버거운 영세 자영업자들 처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차별받지 않고 고용불안 없이 일한 만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는 내일 투표하러 가겠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공약으로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투표장으로 향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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