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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1 18:36 수정 : 2017.05.02 14:56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했다”며 “사드는 10억달러 체계다”라고 말했다. 사드 장비를 성주에 들여놓자마자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다. 10억달러는 최소 13년에서 최대 17년 동안 한국이 사드 운영비 전액을 책임지라는 얘기와 같다. 주한미군지위협정(소파·SOFA) 제5조에 따르면 주한미군 경비와 관련해 한국은 시설과 구역의 제공을 책임지며 그 밖의 모든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게 돼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주장은 소파를 위배하는 발언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입장자료에서 “한-미 소파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2016년 7월 ‘한·미 공동실무단이 체결한 약정서’(이른바 한·미공동실무단 운용결과보고서)에서 합의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왜냐면 국방부는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사드 운영비로 써도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13일 국회에서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비를 사드 포대 건설에 미군이 쓸 수 있냐”는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주한미군 측이 그런 소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국방부는 올해 2월28일 “방위비분담금의 사용은 승인이나 동의(사항)는 아니고 미국으로부터 통보받는다”며 “우리가 방위비분담금의 사용 내역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한겨레> 2017년 2월28일치)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방위비분담금을 통제할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방위비분담금은 우리 재정에서 지출되기 때문에 국회의 예결산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방위분담금은 해당연도의 예산을 짤 때 한·미 간 협의를 거쳐 항목별(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자금을 배정한다. 각 항목별로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도 한·미가 협의하고, 한국의 최종 승인을 받게 돼 있다. 집행도 한·미가 합의한 내용대로 해야 한다.

그러나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사드 배치가 결정되기 전인 2014년에 체결돼 사드 장비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대북 전쟁억제력 발휘에 기여하는 범위 안에서 최소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사드는 대북 전쟁억제에 기여하는 장비가 아니라 그 작전범위(탐지거리 등)가 한반도를 뛰어넘어 중국과 극동러시아에까지 미친다. 한국 사드 배치는 중국 및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기에 탐지·추적해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그 배치 비용은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맞다.

사드 1개 포대의 연간 유지비는 엑스(X)밴드 레이더가 전방배치모드인 경우 최소 5900만달러(676억원)에서 최대 7900만달러(909억원)에 이른다. 2017년 방위비분담금 9507억원의 약 7~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사드 운영비에 방위비분담금을 쓰면 분담금 증액은 불 보듯 뻔하다. 루마니아, 폴란드 경우 미사일방어체계(MD)의 전개 및 운영비용을 전적으로 미국이 부담한다. 주둔국(루마니아, 폴란드) 내 미국 엠디 기지 건설의 목적이 주로 미국과 유럽의 방어에 있어서다.

국방부가 말하는 ‘한·미공동실무단 운용결과보고서’는 국회 비준동의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가간 권리와 의무관계를 창출해서는 안 되는 단순한 기관간 합의에 불과한데도 한국의 10만평 부지공여와 재정부담, 미국의 사드 배치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어 원천적으로 불법이다. 더욱이 ‘운용결과보고서’는 기관의 대표가 아닌 국방부 정책기획관(현역소장)이 서명하여 기관간 약정의 지위도 갖지 못한 정체불명의 문서로 이에 의거한 사드 한국배치 결정은 원천 무효다. 불법적 사드 도입은 철회될 문제이지 우리 국민이 재정을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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