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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1 18:36 수정 : 2017.05.01 19:26

곽진웅
코리아엔지오센터 공동대표

19대 대선을 앞두고 서울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대선후보들에게 ‘재일동포 정책’에 관한 요청서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현재 일본에는 한국 국적을 가진 약 45만3천명과 조선적(일본 국적도, 한국 국적도 아닌 무국적자) 동포 약 3만2천명이 살고 있다.

나도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동포 3세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은 재일동포를 모든 혜택에서 배제해 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재일동포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연금이나 건강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었다. 민족교육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나도 태어났을 때부터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일본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대학교에 입학을 했을 때까지도 곽진웅이라는 자기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갈 것을 요구하는 이 사회에서 많은 재일동포들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지문날인, 취직 차별 등 제도적 차별이 상당 부분 개선되어 이전과 같은 상황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인을 죽여라”, “한국인을 추방하라”는 ‘헤이트 스피치’(증오 연설)가 문제되고 있다.

이번에 대선후보들에게 제출한 요청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본국 사회와 재일동포 사회가 좀더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며 만들어졌다.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민족교육에 관한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민족교육은 재일동포 사회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과제이며, 향후 재일동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한국계 민족학교가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세 지역밖에 없다. 일본 학교에 다니는 대다수 동포 학생들은 말이나 역사, 문화 등 충분한 민족교육을 받을 수 없다. 민족학교나 민족학급이 설치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교육 등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민족교육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재일동포 사회의 노력에 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도 요청서에 포함되어 있다. 한-일 양국 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안들이 시시때때로 표면화되어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특히 2015년 말,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듣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를 한 것이 한-일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올바로 계승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관계는 향후 양국 간 불신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다양한 재일동포들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 후에 한-일 관계에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다행히 각 후보 캠프가 우리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주었다. 이번 대선 같은 역사적 순간에 우리 재일동포들도 소중한 한 표를 가진 유권자로 참가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번역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센터 객원연구원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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