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북부건설기계지부장 덤프트럭 일을 시작한 게 군대에서부터다. 사단 소속 덤프 차량을 운전했던 게 1982년이었다. 사회에 나와서 본격적으로 덤프트럭 일을 했다. 그때엔 회사에 소속돼 일을 했다. 24평짜리 아파트가 2500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급료가 70만원 정도 됐다. 사회보험 혜택도 물론 받았고, 일요일마다 쉬었고, 월차 휴무도 한달에 하루씩 주어졌다. 차량 불하가 시작된 게 1985년부터였다. 1989년 나 역시 차량을 소유한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가 됐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덤프트럭을 장만했지만 하는 일은 똑같았다. 건설사가 시키는 일을 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받으면서 월차 휴무와 일요 휴무를 반납해야 했다. 사회보험 혜택도 못 받았다. 기름값이 180원일 때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기름값이 1200원이니 7배 오른 셈이다. 급료로 보면 500만원 이상 인상돼야 맞는 셈이다. 그러나 내 돈으로 기름값 내고, 각종 기계 경비도 해결하고, 각종 감가상각비까지 셈하면 실질임금은 200만원 안팎이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되면서 노동자들의 생계는 궁핍해졌고, 건설사들은 각종 비용이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경비를 절감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겨울철 눈 올 때, 고속도로나 지역 도로를 말끔히 치우는 일을 덤프트럭 노동자가 한다. 올해 1월, 한 덤프트럭 운전자가 일을 하던 중 쉬는 시간에 차를 점검하려고 세워놓았다. 경사진 도로에다 미끄럽다 보니 그 차량이 굴러 운전자 배를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였다면 산재보험 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병원 혜택도 받고 휴업급여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덤프 운전자는 본인이 들어놓은 보험사에 연락해야 했다. 그런데 그 보험 혜택 최고 한도가 2천만원밖에 안 됐다. 병원비가 3천만원이 나왔는데, 더 병원에 있어야 함에도 나머지 부분을 부담하기 힘들어 퇴원했다. 그다음엔 의료보험에 기댔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15일 이상 한 병원에서 같은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6차례 수술을 한 터였고, 목발을 의지하지 않고는 걷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퇴원했다. 집에 누워서 통원치료만 겨우 받고 있다. 일할 수 없는 기간에 생계 유지도 막막한 실정이다. 현장에서 안전교육도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해줘야 하고, 신호수를 배치해 안전 유도도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걸 해주는 현장은 거의 없다. 일 시킬 땐 ‘노동자’였다가 사고가 나면 ‘사장님’이 돼 모든 책임마저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을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엔 현장에서 60살이 넘으면 고용을 기피한다. 평균 나이가 55살 정도인데, 당장 노후도 큰 걱정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로 뭉친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4월 총파업을 벌였다. 요구안은 ‘노동기본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국회 앞 노숙농성도 벌였는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다녀갔고, 대선후보들도 ‘노동기본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건설기계 종사자는 속아도 너무 많이 속아 왔다. 대선 후 약속 사항을 지킬지 다들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허울뿐인 ‘사장님’은 필요 없습니다. ‘노동자’를 돌려주십시오!”
왜냐면 |
[왜냐면] 사장님 줄게, 노동자 다오 / 김학열 |
김학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북부건설기계지부장 덤프트럭 일을 시작한 게 군대에서부터다. 사단 소속 덤프 차량을 운전했던 게 1982년이었다. 사회에 나와서 본격적으로 덤프트럭 일을 했다. 그때엔 회사에 소속돼 일을 했다. 24평짜리 아파트가 2500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급료가 70만원 정도 됐다. 사회보험 혜택도 물론 받았고, 일요일마다 쉬었고, 월차 휴무도 한달에 하루씩 주어졌다. 차량 불하가 시작된 게 1985년부터였다. 1989년 나 역시 차량을 소유한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가 됐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덤프트럭을 장만했지만 하는 일은 똑같았다. 건설사가 시키는 일을 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받으면서 월차 휴무와 일요 휴무를 반납해야 했다. 사회보험 혜택도 못 받았다. 기름값이 180원일 때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기름값이 1200원이니 7배 오른 셈이다. 급료로 보면 500만원 이상 인상돼야 맞는 셈이다. 그러나 내 돈으로 기름값 내고, 각종 기계 경비도 해결하고, 각종 감가상각비까지 셈하면 실질임금은 200만원 안팎이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되면서 노동자들의 생계는 궁핍해졌고, 건설사들은 각종 비용이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경비를 절감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겨울철 눈 올 때, 고속도로나 지역 도로를 말끔히 치우는 일을 덤프트럭 노동자가 한다. 올해 1월, 한 덤프트럭 운전자가 일을 하던 중 쉬는 시간에 차를 점검하려고 세워놓았다. 경사진 도로에다 미끄럽다 보니 그 차량이 굴러 운전자 배를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였다면 산재보험 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병원 혜택도 받고 휴업급여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덤프 운전자는 본인이 들어놓은 보험사에 연락해야 했다. 그런데 그 보험 혜택 최고 한도가 2천만원밖에 안 됐다. 병원비가 3천만원이 나왔는데, 더 병원에 있어야 함에도 나머지 부분을 부담하기 힘들어 퇴원했다. 그다음엔 의료보험에 기댔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15일 이상 한 병원에서 같은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6차례 수술을 한 터였고, 목발을 의지하지 않고는 걷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퇴원했다. 집에 누워서 통원치료만 겨우 받고 있다. 일할 수 없는 기간에 생계 유지도 막막한 실정이다. 현장에서 안전교육도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해줘야 하고, 신호수를 배치해 안전 유도도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걸 해주는 현장은 거의 없다. 일 시킬 땐 ‘노동자’였다가 사고가 나면 ‘사장님’이 돼 모든 책임마저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을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엔 현장에서 60살이 넘으면 고용을 기피한다. 평균 나이가 55살 정도인데, 당장 노후도 큰 걱정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로 뭉친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4월 총파업을 벌였다. 요구안은 ‘노동기본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국회 앞 노숙농성도 벌였는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다녀갔고, 대선후보들도 ‘노동기본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건설기계 종사자는 속아도 너무 많이 속아 왔다. 대선 후 약속 사항을 지킬지 다들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허울뿐인 ‘사장님’은 필요 없습니다. ‘노동자’를 돌려주십시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북부건설기계지부장 덤프트럭 일을 시작한 게 군대에서부터다. 사단 소속 덤프 차량을 운전했던 게 1982년이었다. 사회에 나와서 본격적으로 덤프트럭 일을 했다. 그때엔 회사에 소속돼 일을 했다. 24평짜리 아파트가 2500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급료가 70만원 정도 됐다. 사회보험 혜택도 물론 받았고, 일요일마다 쉬었고, 월차 휴무도 한달에 하루씩 주어졌다. 차량 불하가 시작된 게 1985년부터였다. 1989년 나 역시 차량을 소유한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가 됐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덤프트럭을 장만했지만 하는 일은 똑같았다. 건설사가 시키는 일을 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받으면서 월차 휴무와 일요 휴무를 반납해야 했다. 사회보험 혜택도 못 받았다. 기름값이 180원일 때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기름값이 1200원이니 7배 오른 셈이다. 급료로 보면 500만원 이상 인상돼야 맞는 셈이다. 그러나 내 돈으로 기름값 내고, 각종 기계 경비도 해결하고, 각종 감가상각비까지 셈하면 실질임금은 200만원 안팎이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되면서 노동자들의 생계는 궁핍해졌고, 건설사들은 각종 비용이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경비를 절감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겨울철 눈 올 때, 고속도로나 지역 도로를 말끔히 치우는 일을 덤프트럭 노동자가 한다. 올해 1월, 한 덤프트럭 운전자가 일을 하던 중 쉬는 시간에 차를 점검하려고 세워놓았다. 경사진 도로에다 미끄럽다 보니 그 차량이 굴러 운전자 배를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였다면 산재보험 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병원 혜택도 받고 휴업급여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덤프 운전자는 본인이 들어놓은 보험사에 연락해야 했다. 그런데 그 보험 혜택 최고 한도가 2천만원밖에 안 됐다. 병원비가 3천만원이 나왔는데, 더 병원에 있어야 함에도 나머지 부분을 부담하기 힘들어 퇴원했다. 그다음엔 의료보험에 기댔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15일 이상 한 병원에서 같은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6차례 수술을 한 터였고, 목발을 의지하지 않고는 걷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퇴원했다. 집에 누워서 통원치료만 겨우 받고 있다. 일할 수 없는 기간에 생계 유지도 막막한 실정이다. 현장에서 안전교육도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해줘야 하고, 신호수를 배치해 안전 유도도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걸 해주는 현장은 거의 없다. 일 시킬 땐 ‘노동자’였다가 사고가 나면 ‘사장님’이 돼 모든 책임마저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을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엔 현장에서 60살이 넘으면 고용을 기피한다. 평균 나이가 55살 정도인데, 당장 노후도 큰 걱정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로 뭉친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4월 총파업을 벌였다. 요구안은 ‘노동기본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국회 앞 노숙농성도 벌였는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다녀갔고, 대선후보들도 ‘노동기본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건설기계 종사자는 속아도 너무 많이 속아 왔다. 대선 후 약속 사항을 지킬지 다들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허울뿐인 ‘사장님’은 필요 없습니다. ‘노동자’를 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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