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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4 18:39 수정 : 2017.04.24 19:01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대선 텔레비전 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강성 귀족노조 때문에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서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단도, 처방도 틀렸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0.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조직된 노동조합도 법 밖으로 내몰린다. 10만여명 공무원이 소속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002년 3월 설립된 이래 14년이 넘도록 정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6만여명 교원이 소속된 전교조는 9명, 비율로 0.015%의 해직자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홍 후보가 말한 강성 귀족노조의 현실이 이렇다.

비정규직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2.6%. 2007년 5.1%에서 반토막 났다. 노조 만들기도 어렵고, 만들어도 탄압을 견디기 어려워서다. 자동차 부품공장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비정규 노동자 140여명이 지난 3일 한꺼번에 해고됐다. 이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2개 사내하청업체 중 한 곳이 도급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신규 하청회사는 노조와 교섭을 하는 듯하더니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앞서 해고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250일이 넘도록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노조 설립에 참여한 특수고용직 택배 노동자는 어느 날 갑자기 일하던 대리점이 폐쇄되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대리점으로 취업도 막혔다. 이렇게 해고되는 것이 2017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바늘구멍을 뚫고 노조를 만들어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2016년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고 파업해 89명이 파면·해고되고, 166명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조 간부는 지난해 조합원 고용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준수하라는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형법상 공갈죄와 협박죄로 구속됐다. 이것이 2017년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을 준수해 달라는 것이다. 헌법이라 쓰고 쓰레기통에 처박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가 주야장천 외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업과 강자에게만 적용하지 말고,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적용해 달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탱하는 국민의 또다른 이름,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인 노동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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