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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4 18:37 수정 : 2017.04.24 19:03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이름을 부릅니다.
보자인(Vo Danh)
한자어로는 무명씨, 우리말로는 아무개.
보자인
이름 아닌 이름을 부릅니다.

베트남 중부 거기, 유이탄에서. 거기, 유이찐에서. 거기, 빈호아에서. 거기, 지엔니엔에서. 거기, 프억빈에서. 그리고 거기, 하미에서…. 갓 태어나 아직 이름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 숱한 아기들의 이름은 ‘보자인’입니다.

베트남 피에타의 어머니는 이 무명아가들을 제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부릅니다.

살아 있었다면 수없이 불러 주었을 자장가를, 짧디짧은 생의 마지막에도 불러주지 못한 자장가를, 이제 더는 고통 없는 세상에서 깊고 아름다운 잠을 자라고 자장, 자장, 자장가를 부릅니다. 그래서 ‘베트남 피에타’의 베트남어 이름은 ‘마지막 자장가’(Loi ru cuoi cung)입니다.

베트남 피에타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고 진 뭇 생명들에 바치는 위무이자 산산이 부서진 그 작고 보잘것없는 육체들에 대한 기념비이고,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애도이자 수년, 수십 년, 아니 어쩌면 수백 년이 흘러도 아물지 않을 상처를 치유하려는 진혼곡입니다.

베트남 피에타는 또한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었으나 끝내 국가가 책임지지 않은 목숨들에 대한, 그리고 한국 정부가 아직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베트남 민간인’들에 대한 사죄비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제 숨소리 한 번 크게 내쉬지 못하고, 제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스러져 간 수많은 존재들을 이 자리에 호명하는 이유입니다.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묻는 안부가 평화입니다. 아픔이 다른 아픔에게 내미는 손이 평화입니다. 2017년 4월26일, ‘한베평화재단’은 평화의 섬 제주, 세계 평화의 일선 강정마을에 베트남 피에타를 세웁니다. ‘베트남 피에타’가 강정에 깃들고 강정이 ‘베트남 피에타’를 품는 이 자리가 바로 평화입니다. ‘나’의 애도와 ‘너’의 애도가 만나 온전히 슬픔을 떠나보낸 자리에 비로소 피어나는 것이 평화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이름을 부릅니다.
한국군 총칼에 도륙당한 수천 수만의 베트남 영령들이여,
일본군 군홧발에 짓밟힌 이십만 송이 꽃이여,
삼만 제주의 바람이여,
광주의 오월 꽃비여,
끝내 제주에 닿지 못하고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이여…
이 세상 모든 슬픔이 흘러들어
여기, 제주에서. 여기, 강정에서. 여기, 구럼비에서
봄날 꽃으로 피어날
오, 평화여!

※베트남 피에타 동상 건립 후원하기: KB국민은행 878901-00-009326 한베평화재단(문의 02-229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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