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100만 촛불은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렸다. 대선후보들은 제각기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금, 촛불을 다시 밝히는 이들이 있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평등, 그리고 자유를 위해 아직도 날마다 분투하는 사람들. 우리의 이름은 성소수자이다. 지난 4월7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성소수자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터, 학교, 군대, 심지어 국가기관에서 맞닥뜨린 혐오와 배제의 경험들이 생생했다.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는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의 게시물이 해마다 의도적으로 훼손되는 일을 규탄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루카(활동이름)는 노동자로서의 노동권과 성소수자로서의 인권이 동시에 억압되는 구조를 비판하며, 성소수자 노동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했다. 여러분의 친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해고되었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이는 오늘날 한국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이러한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10년째 표류 중이다. 1990년대 시작된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어느덧 스무 살을 넘겼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환영할 일보다 규탄할 일이 더 많다. 특히 선거철마다 우리는 고역을 치른다. 일부 보수 개신교의 눈치를 보며, 정치인들이 너나없이 ‘성소수자 때리기'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반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2013년 보고서를 보면, “사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2007년 18%에서 2013년 39%로 6년 사이 21%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대학생·청년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2015년 김보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2017년 백승목 성공회대학교 학생회장에 이르기까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출마해 당선된 학생 대표자가 벌써 여섯 명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가를 비롯한 공동체가 성소수자를 평등한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수도권을 넘어 전국 대학가에서 폭발적으로 많은 성소수자 모임이 생겨나고 빠르게 성장한다. 캠퍼스 안팎의 성소수자들은 여느 때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의 변화는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 이 순간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많은 시민이 더 달라질 ‘우리의 시대'를 꿈꾸면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변화의 씨앗을 심고 있다. 그러므로 지난 4월7일 문화제의 제목은 정확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끝으로 ‘장미 대선'을 앞두고 한마디 보탠다.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2017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은, “동성애자들의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점도 있지만, 동성애가 일반인들에게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발언만큼이나 뒤떨어진 인권의식을 보여준다. 공동체의 가치와 비전을 담대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정치인을 우리는 원한다.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노력한 무수한 시민들을 기억한다면, 정치가는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는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시민들의 인권의식을 뒤따라가기에도 부족하지 않은지 돌아보라. 다음 촛불문화제는 4월14일 오후 7시,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다.
왜냐면 |
[왜냐면]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 권순부 |
권순부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100만 촛불은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렸다. 대선후보들은 제각기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금, 촛불을 다시 밝히는 이들이 있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평등, 그리고 자유를 위해 아직도 날마다 분투하는 사람들. 우리의 이름은 성소수자이다. 지난 4월7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성소수자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터, 학교, 군대, 심지어 국가기관에서 맞닥뜨린 혐오와 배제의 경험들이 생생했다.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는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의 게시물이 해마다 의도적으로 훼손되는 일을 규탄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루카(활동이름)는 노동자로서의 노동권과 성소수자로서의 인권이 동시에 억압되는 구조를 비판하며, 성소수자 노동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했다. 여러분의 친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해고되었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이는 오늘날 한국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이러한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10년째 표류 중이다. 1990년대 시작된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어느덧 스무 살을 넘겼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환영할 일보다 규탄할 일이 더 많다. 특히 선거철마다 우리는 고역을 치른다. 일부 보수 개신교의 눈치를 보며, 정치인들이 너나없이 ‘성소수자 때리기'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반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2013년 보고서를 보면, “사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2007년 18%에서 2013년 39%로 6년 사이 21%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대학생·청년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2015년 김보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2017년 백승목 성공회대학교 학생회장에 이르기까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출마해 당선된 학생 대표자가 벌써 여섯 명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가를 비롯한 공동체가 성소수자를 평등한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수도권을 넘어 전국 대학가에서 폭발적으로 많은 성소수자 모임이 생겨나고 빠르게 성장한다. 캠퍼스 안팎의 성소수자들은 여느 때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의 변화는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 이 순간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많은 시민이 더 달라질 ‘우리의 시대'를 꿈꾸면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변화의 씨앗을 심고 있다. 그러므로 지난 4월7일 문화제의 제목은 정확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끝으로 ‘장미 대선'을 앞두고 한마디 보탠다.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2017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은, “동성애자들의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점도 있지만, 동성애가 일반인들에게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발언만큼이나 뒤떨어진 인권의식을 보여준다. 공동체의 가치와 비전을 담대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정치인을 우리는 원한다.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노력한 무수한 시민들을 기억한다면, 정치가는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는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시민들의 인권의식을 뒤따라가기에도 부족하지 않은지 돌아보라. 다음 촛불문화제는 4월14일 오후 7시,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100만 촛불은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렸다. 대선후보들은 제각기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금, 촛불을 다시 밝히는 이들이 있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평등, 그리고 자유를 위해 아직도 날마다 분투하는 사람들. 우리의 이름은 성소수자이다. 지난 4월7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성소수자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터, 학교, 군대, 심지어 국가기관에서 맞닥뜨린 혐오와 배제의 경험들이 생생했다.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는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의 게시물이 해마다 의도적으로 훼손되는 일을 규탄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루카(활동이름)는 노동자로서의 노동권과 성소수자로서의 인권이 동시에 억압되는 구조를 비판하며, 성소수자 노동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했다. 여러분의 친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해고되었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이는 오늘날 한국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이러한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10년째 표류 중이다. 1990년대 시작된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어느덧 스무 살을 넘겼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환영할 일보다 규탄할 일이 더 많다. 특히 선거철마다 우리는 고역을 치른다. 일부 보수 개신교의 눈치를 보며, 정치인들이 너나없이 ‘성소수자 때리기'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반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2013년 보고서를 보면, “사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2007년 18%에서 2013년 39%로 6년 사이 21%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대학생·청년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2015년 김보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2017년 백승목 성공회대학교 학생회장에 이르기까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출마해 당선된 학생 대표자가 벌써 여섯 명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가를 비롯한 공동체가 성소수자를 평등한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수도권을 넘어 전국 대학가에서 폭발적으로 많은 성소수자 모임이 생겨나고 빠르게 성장한다. 캠퍼스 안팎의 성소수자들은 여느 때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의 변화는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 이 순간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많은 시민이 더 달라질 ‘우리의 시대'를 꿈꾸면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변화의 씨앗을 심고 있다. 그러므로 지난 4월7일 문화제의 제목은 정확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끝으로 ‘장미 대선'을 앞두고 한마디 보탠다.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2017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은, “동성애자들의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점도 있지만, 동성애가 일반인들에게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발언만큼이나 뒤떨어진 인권의식을 보여준다. 공동체의 가치와 비전을 담대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정치인을 우리는 원한다.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노력한 무수한 시민들을 기억한다면, 정치가는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는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시민들의 인권의식을 뒤따라가기에도 부족하지 않은지 돌아보라. 다음 촛불문화제는 4월14일 오후 7시,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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