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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03 18:22 수정 : 2017.04.03 18:57

박종대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군 아버지

드디어 세월호가 인간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세월호 인양에 성공한다 해도 이 참사의 총괄 책임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실질적 구조를 책임졌던 해양경찰청(해경) 수뇌부 및 각급 상황실 근무자가 처벌되는 그날까지 나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는 그날까지 더욱더 굳건히 버티려고 “나는 수현이 아빠다. 그래서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또 걸었다. 하지만 침몰 직전 아들이 두드렸던 B-19호 창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의 가슴은 요동쳤고, 또다시 4월16일 그날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3월23일 “긁히고 뚫리고 녹이 슨 처참한 모습의 세월호”를 보고 있자니 1073일 전 B-19호 선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아들의 모습이 되살아난다. 일렁이는 파도와 구조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선, 그리고 세월호 선체 유리창에 어른거리는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 구조의 목적으로 고무단정에 승선했던 해경들이 망치로 유리창만 깨주었더라면 내 아들은 아니더라도 최소 몇 명은 더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우 이상하게도 그들은 탈출자를 건져내는 것에만 집중했고,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은 그렇게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버렸다.

희생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세월호 침몰 직후 실종자 구조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대로 “처음 겪는 대형 참사”라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침몰 직후 구조는 능동적이고 객관성 있게 잘했는가.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침몰 직후 구조는 전혀 없었고, 대통령과 해경청장은 거짓 구조 정보를 유가족 앞에서 뻔뻔하게 브리핑했다.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정상적인 정부가 대형 참사 상황을 맞았다면, 침몰하는 과정에 바로 선내 진입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흘 동안 해경은 자신도 안 들어갔고, 잠수를 위해 모여들었던 민간잠수사도 들어가지 못하게 사실상 통제했다. 이런 잘못된 상황이 연장되어 2014년 11월11일, 참사 발생 210일 만에 수색작업을 종료했다. 그러나 인양마저 매우 잘못된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유가족들에겐 양보할 수 없는 숙원사업이었기에 늦게라도 마무리된 것은 환영하지만 “왜 이렇게 늦게 처절한 모습으로 힘들게 돌아왔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다. 혹시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인양을 고의로 미루다가 현시점에 진행한 것은 아닌가. 인양 의지 없는 정부가 일부러 기술력 검증 없이 회사를 선택하고 질질 끌었던 결과는 아니었을까. 과연 선체에 저렇게 많은 구멍을 뚫었어야 했나. 왜 처음부터 이 인양방식(바지선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나. 바지선 방식은 세월호를 위해 새로 개발된 공법이란 말인가…. 이런 물음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보수 언론을 동원해 “일부러 인양을 늦추거나 대통령 파면에 맞춰 시기를 조정했다는 추측은 낭설”이며 “워낙 어려운 작업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훼손 없는 선체 인양과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만을 외쳤던 유가족들은 작금의 상황을 강력히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오자마자 지난 3년간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검찰 조사 직후 전광석화처럼 인양이 진행됐다는 점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구속과 관련한 여론 잠재우기용 인양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 근거는 해수부가 실종자 수습과 더불어 선체 인양 과정에서 보여준 과거 행태 때문이다. 인양과 관련한 그들의 업무행위는 국가기관의 행위라고 믿기에는 수준 이하였다. 그들은 객관성, 일관성, 투명성을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으며, “매우 악의적인 양치기 소년” 같은 존재로만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희생자 가족 입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노골적인 거짓말과 그 수하들이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이들의 잘못을 밝히기 위해 한때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진상규명 작업에 매달렸다. 다행히 이제 한달 남짓 후면 이 땅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되고, 대부분의 선체 조사는 새로운 정부에서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 땅에서 한 많은 부모가 희망으로 가득 찬 새 정부에 선체 조사와 관련한 몇 가지 당부를 드린다.

먼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수습자 아홉 분만큼은 최대한 빨리 찾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하지만 이 작업은 진상규명의 본질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정부는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기도 전에 이미 선체를 절단하여 미수습자에 대한 수색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방식이 최선이란 것이 입증되기만 한다면 개인적으로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입증 책임은 정부에 있고, 그 정도는 유가족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과거 정부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하여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사이를 이간질하였고, 그 결과 자신들이 의도했던 목적을 항상 달성해 왔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절박한 상황은 현시점에도 전혀 해소되지 않았기에 그분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정해져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선내에 남아 있는 미수습자들도 이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해수부는 이후 선체 조사와 관련해 더 이상 의혹을 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세월호 참사 발생의 원인이 객관적으로 밝혀졌고, 선내에 미수습자가 없었다면 희생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을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인양 방식과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 인양 진행 과정에서 해수부는 투명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해수부가 과거 잘못된 습관을 폐기해 주실 것을 강력히 부탁드린다.

그리고 선체 조사는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 중심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어쩌면 잘못된 정치인들이 또 안전과 금전 논리를 들어 조기에 조사 종결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가족들은 저 찢기고 뚫린 세월호를 만나기 위해 무려 3년이나 기다렸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인양 지연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실제로 기술적 한계가 있었던 것인지, 인양 방식과 업체를 잘못 선정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고의적으로 인양을 지연시켰던 것인지 진상을 규명하여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사 이후 우리는 옛 여당 인사들과 보수 언론들로부터 줄곧 세금 도둑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진정한 세금 도둑은 따로 있었다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참사 이후 우리는 온전한 선체 인양으로 아홉 분의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것을 소망했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박근혜를 포함한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풍찬노숙을 하고 험하고 모진 세월을 1100일 가까이 버티어 왔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을 개조해야 할 때라는 것을 새로운 정부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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