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교수·사회의학 자꾸 반복해서 아프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근치’(根治)다. 말 그대로 질병의 뿌리를 도려낸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고 병의 윗부분만을 치료하면 당장은 낫는 것 같지만 이내 도지기 마련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4대 강국의 힘겨루기와 전쟁 위기는 오랫동안 때만 되면 반복되는 병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위기다. 북한 핵심 시설의 선제타격을 염두에 둔 키리졸브 한-미 군사연습과 독수리훈련으로 한반도 상공에는 F-35B ‘라이트닝 Ⅱ’ 스텔스 전투기 비행대대가 날고, 바다에는 칼빈슨 강습 항모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최근에는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북 왕조 패밀리 암살사건이 백주대로에서 일어나고, 남한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정치상황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자신을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권한대행은 미국의 ‘알박기’ 사드장비 일부 배치를 전격 허용했다. 이에 중국은 대규모 경제제재를 가동하고 러시아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배치로 응수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발 경제제재, 남한은 중국발 경제제재에 한반도는 지금 아슬아슬하고도 고달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얼마 전 미국 트럼프 새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국무장관 틸러슨이 방문한 것이다. 미국의 신임 장관이 내한했는데, 한국 정부가 식사 대접하겠다는 말을 안 했다는 것은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다. 더욱이 식사 대접한다는데 거절했다면, 그것이 한국에서는 얼마나 큰 결례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거절했다면 이처럼 모욕적일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은 파트너이고 일본은 동맹국”이라고 이야기했다 한다. 이것이 미국의 새 대북정책의 기조이자 한국에 대한 입장이라면 한반도의 미래는 더욱 불안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4대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가 그 원인이라 해도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 다행히 이번의 위기가 원만히 해결된다고 해도 한반도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세계의 화약고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한반도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복잡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한반도를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와 같이 ‘영세중립국화’하는 것이다. 남북한 모두 영세중립국을 선포하고 국제사회는 이를 받아들이면 된다. 당연히 남북한 모두 비군사화 과정을 진행해야 하고, 주변 강대국들은 국제 협약에 따라 중립국의 정치적 독립과 지역적 통합을 영구히 인정하고 한반도 평화를 약속해야 한다. ‘영세중립국’ 이야기는 1885년 유길준의 ‘조선중립론’ 이후 지속적으로 제안되어온 주장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그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있는 만큼 가능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한반도를 자기네 앞마당처럼 생각하는 4대 강국이다. 남북한이 영세중립국이 되면 핵이나 전쟁, 경제제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봄이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봉오리가 터져나올 성주에서는 매운 최루탄이 먼저 터질 기세다. 100년 전에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목 놓아 울면서 외치던 구호,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제주 강정마을 앞에 걸려 있던 펼침막을 이 봄 또 피눈물로 적어 걸어야 하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만하면 됐다. 이제 그만 가자. 영세중립국으로.
왜냐면 |
[시론] 영세중립국으로 가자 / 신영전 |
한양대 교수·사회의학 자꾸 반복해서 아프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근치’(根治)다. 말 그대로 질병의 뿌리를 도려낸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고 병의 윗부분만을 치료하면 당장은 낫는 것 같지만 이내 도지기 마련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4대 강국의 힘겨루기와 전쟁 위기는 오랫동안 때만 되면 반복되는 병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위기다. 북한 핵심 시설의 선제타격을 염두에 둔 키리졸브 한-미 군사연습과 독수리훈련으로 한반도 상공에는 F-35B ‘라이트닝 Ⅱ’ 스텔스 전투기 비행대대가 날고, 바다에는 칼빈슨 강습 항모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최근에는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북 왕조 패밀리 암살사건이 백주대로에서 일어나고, 남한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정치상황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자신을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권한대행은 미국의 ‘알박기’ 사드장비 일부 배치를 전격 허용했다. 이에 중국은 대규모 경제제재를 가동하고 러시아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배치로 응수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발 경제제재, 남한은 중국발 경제제재에 한반도는 지금 아슬아슬하고도 고달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얼마 전 미국 트럼프 새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국무장관 틸러슨이 방문한 것이다. 미국의 신임 장관이 내한했는데, 한국 정부가 식사 대접하겠다는 말을 안 했다는 것은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다. 더욱이 식사 대접한다는데 거절했다면, 그것이 한국에서는 얼마나 큰 결례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거절했다면 이처럼 모욕적일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은 파트너이고 일본은 동맹국”이라고 이야기했다 한다. 이것이 미국의 새 대북정책의 기조이자 한국에 대한 입장이라면 한반도의 미래는 더욱 불안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4대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가 그 원인이라 해도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 다행히 이번의 위기가 원만히 해결된다고 해도 한반도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세계의 화약고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한반도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복잡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한반도를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와 같이 ‘영세중립국화’하는 것이다. 남북한 모두 영세중립국을 선포하고 국제사회는 이를 받아들이면 된다. 당연히 남북한 모두 비군사화 과정을 진행해야 하고, 주변 강대국들은 국제 협약에 따라 중립국의 정치적 독립과 지역적 통합을 영구히 인정하고 한반도 평화를 약속해야 한다. ‘영세중립국’ 이야기는 1885년 유길준의 ‘조선중립론’ 이후 지속적으로 제안되어온 주장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그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있는 만큼 가능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한반도를 자기네 앞마당처럼 생각하는 4대 강국이다. 남북한이 영세중립국이 되면 핵이나 전쟁, 경제제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봄이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봉오리가 터져나올 성주에서는 매운 최루탄이 먼저 터질 기세다. 100년 전에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목 놓아 울면서 외치던 구호,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제주 강정마을 앞에 걸려 있던 펼침막을 이 봄 또 피눈물로 적어 걸어야 하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만하면 됐다. 이제 그만 가자. 영세중립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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