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은초등학교 교사 미세먼지가 온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운동장 체육을 했다. 출근하며 날씨 앱을 확인했지만 흐림이길래 단순히 흐려서 우중충한 줄로만 알고 중간놀이 시간에 창문도 활짝 열었더랬다. 아, 몸은 얼마나 정직한지 체육을 하고 돌아오니 대번에 목이 칼칼하고 눈도 뻑뻑해진다. 대기예보를 볼걸 그랬어, 어쩐지 아무도 없더라니. 세상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해도 좋을 봄과 미세먼지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콤비가 됐다. ‘따뜻하면 뭐해,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걸. 꽃이 피면 뭐해 이거야말로 그림의 떡인걸.’ 아무리 시국이 하 수상하다지만 대선 후보 중 그 누구도 봄날의 미세먼지를 언급하는 이가 없다. 그보다 시급한 사안이 워낙 많고 중대한 일들이 넘쳐나기에 미세먼지쯤이야 ‘미세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미세먼지는 국민행복시대를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로 말하자면 근무하는 학교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생활의 낙으로 삼았었다(과거형인 것은 이제 나도 더이상 ‘자출족’을 고수할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 그런데 해마다 봄이면 미세먼지 나쁨이 아닌 날이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보니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대기와의 접촉을 가장 적게 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그것도 봄에 칙칙한 실내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고 뭔가. 팽팽한 고무줄이 얼굴을 전방위로 압박해대는 메르스 마스크를 쓰고 동네 근방을 어슬렁거리기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상춘객 차림은 아니다.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바바리’ 재킷을 나부끼며 살랑살랑 다니고 싶지만 이것도 다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글러 먹었다. 마지막으로. 운동장 체육을 못한다는 건 나에게도 어린이들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물론 교과서 체육도 체육이고 실내체육도 잘만 하면 즐겁지만 아무러면 운동장에서 달리고 뛰는 것에 비할까.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체육으로 대신한다는 말을 전할 때 무너지는(!) 아이들의 심정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꼽아 기다린 체육 시간이 역시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물 건너갔다면 미세먼지 녀석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을 것이다. 이렇듯 미세먼지는 내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 나의 생활만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의 행복을 조금씩 침식당하고 있다. 그러니 대선 후보님들, 모두 바쁘고 정신없으시겠지만 정말 국민의 행복에 관심이 있거들랑 미세먼지 환경대책을 꼭 세워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왜냐면 |
[왜냐면] 미세먼지 대책 잊지 마세요 / 김하나 |
김하나
서울신은초등학교 교사 미세먼지가 온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운동장 체육을 했다. 출근하며 날씨 앱을 확인했지만 흐림이길래 단순히 흐려서 우중충한 줄로만 알고 중간놀이 시간에 창문도 활짝 열었더랬다. 아, 몸은 얼마나 정직한지 체육을 하고 돌아오니 대번에 목이 칼칼하고 눈도 뻑뻑해진다. 대기예보를 볼걸 그랬어, 어쩐지 아무도 없더라니. 세상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해도 좋을 봄과 미세먼지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콤비가 됐다. ‘따뜻하면 뭐해,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걸. 꽃이 피면 뭐해 이거야말로 그림의 떡인걸.’ 아무리 시국이 하 수상하다지만 대선 후보 중 그 누구도 봄날의 미세먼지를 언급하는 이가 없다. 그보다 시급한 사안이 워낙 많고 중대한 일들이 넘쳐나기에 미세먼지쯤이야 ‘미세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미세먼지는 국민행복시대를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로 말하자면 근무하는 학교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생활의 낙으로 삼았었다(과거형인 것은 이제 나도 더이상 ‘자출족’을 고수할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 그런데 해마다 봄이면 미세먼지 나쁨이 아닌 날이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보니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대기와의 접촉을 가장 적게 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그것도 봄에 칙칙한 실내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고 뭔가. 팽팽한 고무줄이 얼굴을 전방위로 압박해대는 메르스 마스크를 쓰고 동네 근방을 어슬렁거리기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상춘객 차림은 아니다.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바바리’ 재킷을 나부끼며 살랑살랑 다니고 싶지만 이것도 다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글러 먹었다. 마지막으로. 운동장 체육을 못한다는 건 나에게도 어린이들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물론 교과서 체육도 체육이고 실내체육도 잘만 하면 즐겁지만 아무러면 운동장에서 달리고 뛰는 것에 비할까.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체육으로 대신한다는 말을 전할 때 무너지는(!) 아이들의 심정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꼽아 기다린 체육 시간이 역시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물 건너갔다면 미세먼지 녀석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을 것이다. 이렇듯 미세먼지는 내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 나의 생활만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의 행복을 조금씩 침식당하고 있다. 그러니 대선 후보님들, 모두 바쁘고 정신없으시겠지만 정말 국민의 행복에 관심이 있거들랑 미세먼지 환경대책을 꼭 세워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서울신은초등학교 교사 미세먼지가 온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운동장 체육을 했다. 출근하며 날씨 앱을 확인했지만 흐림이길래 단순히 흐려서 우중충한 줄로만 알고 중간놀이 시간에 창문도 활짝 열었더랬다. 아, 몸은 얼마나 정직한지 체육을 하고 돌아오니 대번에 목이 칼칼하고 눈도 뻑뻑해진다. 대기예보를 볼걸 그랬어, 어쩐지 아무도 없더라니. 세상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해도 좋을 봄과 미세먼지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콤비가 됐다. ‘따뜻하면 뭐해,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걸. 꽃이 피면 뭐해 이거야말로 그림의 떡인걸.’ 아무리 시국이 하 수상하다지만 대선 후보 중 그 누구도 봄날의 미세먼지를 언급하는 이가 없다. 그보다 시급한 사안이 워낙 많고 중대한 일들이 넘쳐나기에 미세먼지쯤이야 ‘미세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미세먼지는 국민행복시대를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로 말하자면 근무하는 학교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생활의 낙으로 삼았었다(과거형인 것은 이제 나도 더이상 ‘자출족’을 고수할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 그런데 해마다 봄이면 미세먼지 나쁨이 아닌 날이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보니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대기와의 접촉을 가장 적게 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그것도 봄에 칙칙한 실내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고 뭔가. 팽팽한 고무줄이 얼굴을 전방위로 압박해대는 메르스 마스크를 쓰고 동네 근방을 어슬렁거리기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상춘객 차림은 아니다.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바바리’ 재킷을 나부끼며 살랑살랑 다니고 싶지만 이것도 다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글러 먹었다. 마지막으로. 운동장 체육을 못한다는 건 나에게도 어린이들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물론 교과서 체육도 체육이고 실내체육도 잘만 하면 즐겁지만 아무러면 운동장에서 달리고 뛰는 것에 비할까.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체육으로 대신한다는 말을 전할 때 무너지는(!) 아이들의 심정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꼽아 기다린 체육 시간이 역시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물 건너갔다면 미세먼지 녀석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을 것이다. 이렇듯 미세먼지는 내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 나의 생활만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의 행복을 조금씩 침식당하고 있다. 그러니 대선 후보님들, 모두 바쁘고 정신없으시겠지만 정말 국민의 행복에 관심이 있거들랑 미세먼지 환경대책을 꼭 세워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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