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운 긴 설명 끝에 내놓은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매우 간단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피청구인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8: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낳은 근본 동력은 연인원 1600만명에 달한 촛불시민혁명이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파면되었다고 해서 적폐 청산 과제, 정상적인 민주적 책임공화국을 세우는 작업이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정경유착을 뿌리뽑는 일은 적폐 청산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럼에도 헌재의 판결문에는 정경유착이 빠져 있다. 헌재는 정경유착을 박근혜 파면 사유 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서, 그것도 부적절하게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며, 만장일치 판결문 본문에는 아예 정경유착이라는 말 자체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헌재는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에게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한 일, 롯데에 최순실 이권사업 지원을 요구한 일, 현대자동차 및 케이티에 최순실 관련 인물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구한 일 등을 문제로 삼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박근혜가 기업의 사적 자치영역에 간섭해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았다. 적용된 헌법 조항은 15조(직업선택의 자유)와 23조 제1항(재산권 보장)이다. 헌재는 박근혜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등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관여, 지원했고 최순실과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최순실의 독자범행일 뿐이며 자신을 “어거지로 엮었다”라고 둘러댄 박근혜의 주장을 헌재가 만장일치 판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적절했다. 그러나 헌재가 박근혜와 재벌이 “정경유착으로 엮여 있는” 정황을 완전히 삭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결과적으로 박근혜의 “어거지로 엮었다”라는 주장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나아가 삼성 이재용을 비롯해 재벌 총수들이 자신들은 강요죄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것을 추인해준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는 “재벌의 뇌물공여를 기업의 사유재산권 침해로 정당화해준 최소주의적이고 타협적인 결정”이라고 성명서를 낸 바 있으며 심지어 공론장에서는 헌재가 보수체제 유지를 위해 박근혜를 파면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헌재가 이렇게 최소주의 판결을 내린 데에는 이해할 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첫째, 국회소추위가 특검의 공소장과 수사 결과를 헌재에 제출했지만 이미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종결되어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다. 더구나 국회 소추위와 박근혜 대리인단 간에 해당 자료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둘째, 헌재는 가급적 만장일치 판결로 박근혜를 파면하는 방향으로 재판관들의 견해를 모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와 재벌 간 정경유착 문제를 놓고 만장일치 견해가 나오기는 분명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판결문 본문에서 박근혜와 재벌의 공모, 공범관계를 응축하는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완전히 제거하고 박근혜와 삼성 이재용 간의 관계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은 판결문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에게 재단 지원을 요청한 비밀 독대 ‘말씀자료’에서 총수들이 그들의 민원을 전달해 상호 ‘거래’한 정황이 드러나 있었던 게 아닌가. 촛불민심은 박근혜의 탄핵 그 이상을 원한다. 우리는 곧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를 보게 될 것이다. 이미 검찰은 특검에서 넘겨받은 자료에 기반해 강요죄와 뇌물죄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검찰의 방침에 주목한다. 박근혜와 삼성 이재용을 필두로 한 재벌 총수, 이 모두를 정경유착 공범죄-뇌물죄로 처벌하고 권력·재벌의 공생 및 세습·독식자본주의 체제를 끝내는 것은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과정에서 필수적 관문이다.
왜냐면 |
[왜냐면] ‘정경유착’ 빼놓은 헌재판결과 적폐청산 / 이병천 |
이병천
강원대 교수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운 긴 설명 끝에 내놓은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매우 간단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피청구인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8: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낳은 근본 동력은 연인원 1600만명에 달한 촛불시민혁명이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파면되었다고 해서 적폐 청산 과제, 정상적인 민주적 책임공화국을 세우는 작업이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정경유착을 뿌리뽑는 일은 적폐 청산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럼에도 헌재의 판결문에는 정경유착이 빠져 있다. 헌재는 정경유착을 박근혜 파면 사유 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서, 그것도 부적절하게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며, 만장일치 판결문 본문에는 아예 정경유착이라는 말 자체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헌재는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에게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한 일, 롯데에 최순실 이권사업 지원을 요구한 일, 현대자동차 및 케이티에 최순실 관련 인물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구한 일 등을 문제로 삼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박근혜가 기업의 사적 자치영역에 간섭해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았다. 적용된 헌법 조항은 15조(직업선택의 자유)와 23조 제1항(재산권 보장)이다. 헌재는 박근혜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등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관여, 지원했고 최순실과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최순실의 독자범행일 뿐이며 자신을 “어거지로 엮었다”라고 둘러댄 박근혜의 주장을 헌재가 만장일치 판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적절했다. 그러나 헌재가 박근혜와 재벌이 “정경유착으로 엮여 있는” 정황을 완전히 삭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결과적으로 박근혜의 “어거지로 엮었다”라는 주장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나아가 삼성 이재용을 비롯해 재벌 총수들이 자신들은 강요죄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것을 추인해준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는 “재벌의 뇌물공여를 기업의 사유재산권 침해로 정당화해준 최소주의적이고 타협적인 결정”이라고 성명서를 낸 바 있으며 심지어 공론장에서는 헌재가 보수체제 유지를 위해 박근혜를 파면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헌재가 이렇게 최소주의 판결을 내린 데에는 이해할 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첫째, 국회소추위가 특검의 공소장과 수사 결과를 헌재에 제출했지만 이미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종결되어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다. 더구나 국회 소추위와 박근혜 대리인단 간에 해당 자료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둘째, 헌재는 가급적 만장일치 판결로 박근혜를 파면하는 방향으로 재판관들의 견해를 모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와 재벌 간 정경유착 문제를 놓고 만장일치 견해가 나오기는 분명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판결문 본문에서 박근혜와 재벌의 공모, 공범관계를 응축하는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완전히 제거하고 박근혜와 삼성 이재용 간의 관계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은 판결문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에게 재단 지원을 요청한 비밀 독대 ‘말씀자료’에서 총수들이 그들의 민원을 전달해 상호 ‘거래’한 정황이 드러나 있었던 게 아닌가. 촛불민심은 박근혜의 탄핵 그 이상을 원한다. 우리는 곧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를 보게 될 것이다. 이미 검찰은 특검에서 넘겨받은 자료에 기반해 강요죄와 뇌물죄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검찰의 방침에 주목한다. 박근혜와 삼성 이재용을 필두로 한 재벌 총수, 이 모두를 정경유착 공범죄-뇌물죄로 처벌하고 권력·재벌의 공생 및 세습·독식자본주의 체제를 끝내는 것은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과정에서 필수적 관문이다.
강원대 교수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운 긴 설명 끝에 내놓은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매우 간단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피청구인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8: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낳은 근본 동력은 연인원 1600만명에 달한 촛불시민혁명이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파면되었다고 해서 적폐 청산 과제, 정상적인 민주적 책임공화국을 세우는 작업이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정경유착을 뿌리뽑는 일은 적폐 청산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럼에도 헌재의 판결문에는 정경유착이 빠져 있다. 헌재는 정경유착을 박근혜 파면 사유 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서, 그것도 부적절하게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며, 만장일치 판결문 본문에는 아예 정경유착이라는 말 자체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헌재는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에게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한 일, 롯데에 최순실 이권사업 지원을 요구한 일, 현대자동차 및 케이티에 최순실 관련 인물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구한 일 등을 문제로 삼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박근혜가 기업의 사적 자치영역에 간섭해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았다. 적용된 헌법 조항은 15조(직업선택의 자유)와 23조 제1항(재산권 보장)이다. 헌재는 박근혜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등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관여, 지원했고 최순실과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최순실의 독자범행일 뿐이며 자신을 “어거지로 엮었다”라고 둘러댄 박근혜의 주장을 헌재가 만장일치 판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적절했다. 그러나 헌재가 박근혜와 재벌이 “정경유착으로 엮여 있는” 정황을 완전히 삭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결과적으로 박근혜의 “어거지로 엮었다”라는 주장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나아가 삼성 이재용을 비롯해 재벌 총수들이 자신들은 강요죄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것을 추인해준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는 “재벌의 뇌물공여를 기업의 사유재산권 침해로 정당화해준 최소주의적이고 타협적인 결정”이라고 성명서를 낸 바 있으며 심지어 공론장에서는 헌재가 보수체제 유지를 위해 박근혜를 파면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헌재가 이렇게 최소주의 판결을 내린 데에는 이해할 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첫째, 국회소추위가 특검의 공소장과 수사 결과를 헌재에 제출했지만 이미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종결되어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다. 더구나 국회 소추위와 박근혜 대리인단 간에 해당 자료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둘째, 헌재는 가급적 만장일치 판결로 박근혜를 파면하는 방향으로 재판관들의 견해를 모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와 재벌 간 정경유착 문제를 놓고 만장일치 견해가 나오기는 분명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판결문 본문에서 박근혜와 재벌의 공모, 공범관계를 응축하는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완전히 제거하고 박근혜와 삼성 이재용 간의 관계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은 판결문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에게 재단 지원을 요청한 비밀 독대 ‘말씀자료’에서 총수들이 그들의 민원을 전달해 상호 ‘거래’한 정황이 드러나 있었던 게 아닌가. 촛불민심은 박근혜의 탄핵 그 이상을 원한다. 우리는 곧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를 보게 될 것이다. 이미 검찰은 특검에서 넘겨받은 자료에 기반해 강요죄와 뇌물죄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검찰의 방침에 주목한다. 박근혜와 삼성 이재용을 필두로 한 재벌 총수, 이 모두를 정경유착 공범죄-뇌물죄로 처벌하고 권력·재벌의 공생 및 세습·독식자본주의 체제를 끝내는 것은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과정에서 필수적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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