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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20 18:40 수정 : 2017.03.21 10:09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자율주행차, 드론을 비롯하여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이라는 용어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과거 3차례 혁명과는 달리 이번에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써로게이트>라는 에스에프(SF)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은 각자의 대행로봇(써로게이트)을 이용해 업무나 일상 활동을 모두 원격으로 수행하는 사회를 그린 영화다.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묘사하고 있지만 영화 속 개인은 최소한 자신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는 있었다. 당시 필자는 영화와는 달리 만일 독점적인 물류로봇회사가 화물차 운전기사나 창고 직원을 배제한 채 모든 물류업무를 인공지능로봇이나 자동화장비로 처리한다면 물류시장은 갈등의 대폭발에 휩싸일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일반인들은 물류서비스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굴지의 물류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는 줄 안다. 실상은 다르다. 최종 고객에게까지 물품을 운송하고 처리하는 일은 개인 단위의 영세 물류사업자 몫이기 때문이다. 물류시장에서 이들 개인사업자가 절대다수이다 보니 거래구조가 복잡하고 갈등도 많다. 잊을 만하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신물류서비스와 인공지능로봇이 결합하여 만드는 미래의 물류시장에서 영세개인사업자는 변화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물류종사자를 보호하면서 물류산업의 발전도 도모하는 정책적 대안은 없을까? 필자는 ‘공유’ 개념의 적극 활용을 제안하고 싶다. 하나의 재화를 여럿이 같이 사용하는 공유경제를 비롯하여 성과공유, 협동조합, 공유가치 창출, 온디맨드 플랫폼 등 공유에 기초하는 대안적 경제 개념들을 물류산업 생태계에 도입해보자는 것이다.

가령 대표적인 공유기반 경영조직인 협동조합을 보자. 개인차주운송사업자들이 힘을 합쳐 화물운송협동조합을 설립하면 개인차주가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발휘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하나의 경영 단위가 된다. 개인차주운송사업자로는 화주와의 직접운송거래를 꿈도 꿀 수 없지만 협동조합이라면 가능하다. 화물운송시장에서 협동조합이 많아지면 거래 단순화로 이어지고 갈등도 완화될 것이다. 로봇에 의한 기계화가 진행되더라도 직원이면서 사주(조합원)이기도 한 개인차주운송사업자는 협동조합 내에서 자연스럽게 상황에 걸맞은 역할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모든 것의 융·복합과 초(超)연결’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의 속성상 장차 물류부문에서 공유개념의 확장성은 매우 높다. 수년 전부터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물류시설의 공동활용(물류공동화)이나 화주-물류기업 해외동반진출도 알고 보면 공유개념에 기초한 정책들이다. 특히 성과공유제는 갈등이 많은 화주기업-물류기업 간, 대형물류기업-영세협력물류기업 간의 거래영역에서 당장이라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산업생태계에서 공유는 상생의 필요조건이자 발전의 시작이다. 물류시장에서 잘만 활용하면 중소물류기업의 자생력 제고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에 기초하는 물류산업의 속성에 이미 공유 개념이 내포되어있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이의 적극적인 활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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