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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27 18:22 수정 : 2017.02.27 19:12

장헌권
목사,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인권위원장

어둠이 지나면 새벽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하지만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씨앗을 준비하고 땅을 일궈야 한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밀실에서 시대의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밀실에 갇혀 있다. 아니 예수가 밀실에 갇혀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헌정질서 유린에 대한 전국민적인 분노가 주말마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 광주 금남로를 비롯한 전국에서 촛불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공의와 정의를 꽃피우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한 국민적 열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부 한국 기독교 유력 인사들의 행태는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김철홍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신약학)는 지난 2월10일 보수단체 대한민국자유통일추진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한국 안에 있는 친북 세력이 탄핵을 기회로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한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임기를 다 마치도록 싸우겠다. 탄핵 반대운동에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악령에 빙의된 사람은 바로 최순실씨가 무당이라고 믿고 박 대통령이 악령에 빙의됐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는 글을 학교 누리집에 올리는 등 박 대통령을 옹호해왔다.

김 교수는 포럼에서 “한국은 두 개의 적과 싸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나는 북한에 있는 공산주의 정권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안에 있는 친북세력”이라며, “촛불세력은 종북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부의 적이 양산된 계기는 1980년 광주사태”라고 했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에도 부합되지 않는 망언에 불과하다.

며칠 전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거나, 한국에서 아직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슬프다”는 의견을 담은 전자우편을 5·18기념재단에 보내왔다. 광주 민중항쟁은 김영삼 정부에서 5·18특별법을 제정하여 이미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이는 국민들의 역사 바로 세우기 요구에 대한 응답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5·18 민주화운동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의 전환점이었으며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런데도 김 교수와 같은 이들은 숭고한 민주 희생자들의 피값이 공산주의 확산의 단초가 되었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비단 이 문제는 어느 한 신학대학교와 한 교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의 왜곡되고 일그러진 신앙과 신학의 비정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한국 교회는 철저한 회개와 함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교회는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고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 마음이다. 교회의 자리이다. 독일 신학자 본회퍼는 예수를 “철저히 타자를 위한 존재”라고 했다. 타자를 위해서는 올곧음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내가 바라는 것은 정의다. 큰 바다 같은 정의! 내가 바라는 것은 공평이다. 강 같은 공평! 이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것, 내가 바라는 전부다.”(아모스 5장 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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