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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27 18:22 수정 : 2017.02.27 19:34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겨울을 넘어 싹들이 움트는 계절에도 촛불은 여전히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이재용의 구속으로 탄핵 인용은 9부 능선을 넘었다. 법리상 탄핵의 사유는 차고도 넘치며, 80%에 가까운 국민이 찬성하고 촛불집회에 80만 이상이 계속 참여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박근혜 일당이 훼방을 놓는다 하더라도 중과부적이다. 그럼, 탄핵 이후 촛불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가장 시급한 것은 특검을 연장함은 물론,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드러난 현상의 하나일 뿐, 이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와 함께 정권-자본-보수언론-종교권력층-어용지식인과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진 지배동맹체가 극단적으로 공고하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사회, 노동, 진보 언론, 진보 정당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득권층이 바다에서, 공장에서, 거리에서, 온갖 ‘갑질’을 하여 국민들을 죽음과 생존 위기로 몰아넣어도 저항은 언제나 ‘섬’이었고,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도, 기댈 언덕도, 절규를 전하는 이도 없었다. 특검을 연장하여 이들의 죄를 낱낱이 밝히고 모든 모순의 핵심인 재벌개혁을 필두로 검찰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촛불의 압박, 여소야대, 여권의 분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등 해방 이후 이처럼 좋은 여건이 형성된 적은 없다. 자꾸 여당을 탓하며 개혁을 미룬다면, 야당도 재벌과 야합한 것이 아니냐는, 아니 기득권층으로 안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비켜가기 어렵다.

다음은 정권교체다. 야당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65%를 넘고 여당에는 유력한 후보가 없으므로 이는 거의 가시권이다. 그럼에도 대선은 만만치 않다. 보수가 결집 중이고 지배동맹체가 견고하다. 이들은 자본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시에 공동의 이해관계로 뭉쳐서 무슨 짓이든 하고 엄청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집단이다. 경제공황 위기, 북한 정세, 트럼프로 인한 불확실성도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외부 변수다. 지금처럼 야당이 대선 승리를 따놓은 당상인 양하는 행보를 보이다가는 당선 전이든 이후든 홍역을 치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야당 대선 후보는 설혹 당선된다 하더라도 ‘헬조선’을 유지한 상황에서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는 어려울 것이며 다음 대선에선 정권을 기득권층에 내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사회 제1의 문제는 불평등과 노동배제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태반인 1100만명이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의 절반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이 정권에서 가장 배제되고 소외된 자들이자 가장 선두에서 투쟁한 자도 이들이다.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는 정책이 빠진 대선 후보는 야당의 대표는 될 수 있어도 촛불의 대표는 될 수 없다. 국민들은 진정으로 피눈물을 닦아줄 후보를 원한다.

촛불의 종착역은 공장의 민주화, 시민사회의 형성과 제헌이다. 촛불이 배반당하지 않으려면 노동자와 시민, 청년이 스스로 조직화해야 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일터와 학교와 거리에 광장과 공공 영역을 만들어 거기서 이 땅의 모든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내 안의 최순실’에 대해 성찰하고 다 같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상상하고 이를 헌법으로 구체화하여야 한다. 정치공학적인 개헌을 지양하고, 사유보다 공유, 양적 발전보다 삶의 질, 국내총생산(GDP)보다 행복지수, 경쟁보다 협력, 개발보다 공존을 지향하고 노동이 중심인 정의로운 생태복지 국가와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을 헌법의 조문에 새겨야 한다. 그럴 때 촛불은 비로소 혁명의 들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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