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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3 18:27 수정 : 2017.02.13 22:08

권영국
변호사

지난 2일 청와대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로 특별검사팀(특검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데 이어, 8일 대통령 변호인단이 특검팀의 ‘대면조사 일정 누설’ 의혹을 제기하며 조율 중이던 9일 대면조사마저 취소했다. 일정 누설에 대한 특검팀의 사과를 요구하며 사실상 대면조사를 거부하기 위한 트집 잡기에 들어갔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의 실체가 언론에 의해 폭로된 직후인 지난해 10월29일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집행을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불승인으로 무력화했다.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국정지지도가 곤두박질치자 11월4일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국민 담화 직후 검찰은 대통령 대면조사를 세 차례 시도했지만, 대통령 자신의 거부로 모두 무산됐다. 이후 검찰이 최순실씨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하고 피의자로 입건하자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해 11월30일 박 대통령은 박영수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하고, 1월1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하게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특검팀에서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를 요구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검찰에 대해 한 것과 똑같은 행태로 황교안 권한대행의 방조하에 특검의 압수수색을 원천봉쇄했고, 청와대 내에서의 대통령 대면조사마저 취소했다. 수사 주체는 검사와 특검인데도 피의자가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희극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과 황교안 권한대행과 청와대가 특검의 정당한 법집행을 가로막고 있다.

대통령과 재벌 대기업들 간의 검은 거래인 뇌물죄 의혹을 비롯해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전방위적 사찰과 정치공작 의혹,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에 대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호와 직무유기 의혹,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대통령 행적 의혹, 최순실 일가의 불법 재산형성과 은닉 의혹 등 아직 완전히 밝혀내지 못한 주요 범죄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정경유착의 주범인 재벌들에 대한 수사는 삼성을 제외하고는 거의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인 2월28일로 수사가 종료되면 박근혜표 적폐들인 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를 2월 이후로 지연시켜 특검 수사와 기소 자체를 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국정농단의 몸통에 대한 수사와 기소 없이 특검을 종료하는 것은 국민의 염원에 대한 배신이다. 마땅히 황교안 권한대행은 국민적 요청인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거부한다면 황교안은 헌정 문란사범과 한통속으로 수사 방해의 ‘수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의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동조 행위와 특검 연장에 대한 부정적인 언행을 고려할 때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부역공범자의 의지에 특검의 운명을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특검법을 개정해 수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이참에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고, 검찰의 기소 내용까지 특검이 관장할 수 있도록 공소유지 권한을 특검에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비호 정당들이 반대한다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서라도 당장 개정하라. 이것이 국민의 요구이다. 언제까지 박근혜와 황교안 대행체제의 수사방해 행위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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