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농부, 시인 거짓이
더러운 말이
더러운 잠이
그대를 자유케 하였느리라
이제 그대는
떠도는 풍문 따위
비아그라 마약 따위
태반주사 보톡스 필러 따위
감추지 않아도
그대는 이제 자유이니라 누가
그대를 조롱하였느냐
소위 종북 좌파더냐
한겨울 촛불이더냐
친박 태극기더냐
친박 성조기더냐
도대체 도대체 누구더냐
그대 7시간을 물고 늘어진 자들은
그대 충성스러운
애국의 말을 왜곡한 자들은 그대의
노심초사
비몽사몽간에도
오매불망 국가를 위한 충정을
더러운 잠이었다는
야매주사를 맞았다는
정윤회와 놀아났다는
청와대서 굿판을 벌였다는
애비뻘 최태민과의 자식이 있다는
최순실의 꼭두각시였다는
아아 아아
그대 진심을 몰라주는 자들
의심하는 자들
끝없이 질문하는 자들
그런 자들
그 시인들 소설가들 비평가들 화가들 가수들
작곡가들 영화배우들 감독들 제작자들
전농들 민노총들 전교조들
그런 무지몽매한 자들
세월호 참사에 부화뇌동한 자들
사드를 반대한 자들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는 자들
박정희는 남로당원이었다고 말하는 자들
오일륙은 민주헌정을
유린한 반란이라고 외치는 자들
그런 자들은
블랙리스트
그런 자들은
좌경 빨갱이들…
그런 자들에게는
한푼의 지원금도 주지 말라는
발본색원하라는
뿌리째 뽑아내라는 그렇다
탄핵 이전에도
탄핵 이후에도
그대는 사악한 꽃
그대는 음탕한 향기
그대는 그대는
끝끝내 그대는
거짓 옹벽
거짓 성곽에 갇힌 평생
말기암 같은 유사종교
불치의 종양
거짓의 생성
거짓의 영고성쇠
그대는
그대는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식구들과 밥을 먹는 것
형제들과 두리반에 둘러앉아
저녁을 함께 보내는 시간
그것이 정치 아니던가
그 저녁이 정녕 정치 아니었던가
아아 그런데 그대는 그대는
형제가 없다고 자매가 없다고 했다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대는 그대는
최태민교의 성도
오로지 최태민 일가의
화목한 식구
그리하여 그대는 그대는
최순실의 자애로운 형제
최태민의 영원한 혈육
그렇다 그대와 최순실이 한몸이었듯
박정희와 최태민은 한몸이었다
완벽한 일심동체였다
박정희는 최태민은
구국의 영도자
무오류의 선지자
박과 최는 항상 옳았다
어제도 옳았고
오늘도 옳았고
내일도 옳아야 했다 세간에서
그대를 두고 닭이라고 하는데
닭이라니 아아 닭이라니
여주 남한강 기슭에서
닭님이라고 부르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백수 농부가 있다는데
그자가 들으면 청천벽력
기겁하며 노할 것이로되
아서라 아서라
감히 어미닭을 비유하다니
거룩한 어미닭을
귀태와 비교하다니
어미닭이 온몸으로 알을 궁글려
한 세계를
거룩한 줄탁동시를 더럽히지 말라
생명의 세계를 더럽히지 말라
닭의 울음소리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천둥 번개의 시
병아리가 태어나는 시간은
청천벽력 생명의 노래 그대는 거짓일 뿐
그대는 귀태일 뿐
사악한 꽃일 뿐
음탕한 향기일 뿐 들어라
천둥 번개의 노래를
대개벽의 외침을
벽사(闢詞)를
***박근혜 청와대가 주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홍일선 시인이 블랙리스트에 대한 집단 소송에 참여해 소송장을 보낸 뒤 그 소회를 시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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