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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6 18:37 수정 : 2017.02.06 19:42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이 주목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면, 생산은 증가하지만 일자리는 급감하고, 일자리의 부문 간 불균형도 심화될 것이다. 그때 늘어난 생산량을 어떻게 분배하며,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후반 이후 급격히 심화된 불평등도 기본소득의 부상에 한몫을 했다. 소위 ‘상위 1%’에게 집중되고 있는 막대한 소득과 자산이 과연 공정한 경쟁의 산물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토지와 자연자원, 환경, 인공지능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공동자산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런 공동자산을 개인이 사유화하면 소유자는 그로부터 노력의 결과가 아닌 초과이득(지대)을 손쉽게 얻게 되고, 나머지 사람은 빈곤과 불안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불평등은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거꾸로 경쟁이 제한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그것이 심화되면 사회의 근간이 흔들린다. 공동자산의 사적 소유자들이 누리는 초과이득의 일부를 환수해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는 주식회사가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듯 나라의 주인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정책수단이다.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가 <한겨레> 3일치 기고를 통해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했다. 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재원조달 가능성에 회의가 생기며, 둘째 다른 공공서비스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셋째 위험에 빠지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준다는 사회보장 원리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견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바로 허수아비치기다. 상대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나, 달리 말한 것을 자기 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을 놓고 공격하는 것이다. 세 가지 논거 중 둘째와 셋째가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이재명 시장이 다른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려는 정책을 추진할지 어떨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만일 그가 기존 복지체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기본소득을 추가로 도입할 생각이라면, 두번째 비판은 공연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기본소득이란 사회보장의 차원을 넘어서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선별복지의 틀에 담을 수 없는 내용임에도, 양 교수는 자신이 옹호하는 선별복지에다 ‘사회보장의 원리’라는 위상을 부여하고는 기본소득이 그것과 거리가 멀어서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기본소득이란 새로운 분배대안을 모색하는 정책이자,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려는 대책이며, 모든 국민을 민주공화국의 실질적 주인으로 대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선별복지만이 옳다는 것은 아집이다.

재원조달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것은 정당하다. 이재명 시장이 중앙정부 예산의 약 7%를 재정관리 강화를 통해 할 수 있을지 여부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정책을 집행하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취임 이후 재정관리 강화로 매년 성남시 예산의 7~8%를 확보해서 각종 복지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재원 조달이 어려울 거라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 아닐까?. 양재진 교수는 글 구성에서 2단계 대책인 국토보유세 이야기를 먼저 하고, 그 뒤에 1단계 대책인 재정관리 강화를 통한 재원 확보를 말하는 트릭을 썼다. 2단계 대책을 먼저 내세우면, 당장 국토보유세로 15조원을 걷으려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15조원은 차기 정부 임기 말에 가서야 달성할 중기 목표로, 그 세수는 점진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있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 토지분을 환급한다는 조건으로 도입하는 것인데 기존 세금에 국토보유세를 더 걷으려 하는 것으로 거론하는 것도 왜곡된 내용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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