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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23 18:29 수정 : 2017.01.23 20:48

임석민
한신대 명예교수

“신통한 계책은 천문을 헤아리고, 교묘한 전술은 지리를 꿰뚫었도다.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을 알고 그만두기 바란다”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경고의 글이다. 작금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모습을 보고 초야의 서생의 머릿속에 이 글귀가 맴돌고 있다. 사람은 만족을 알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노자도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설파했다. ‘나는 오직 만족을 알 뿐이다.’(吾唯知足) 붓다의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에서 나온 문구이다. 만족은 지혜의 칼이다.

반 전 총장은 올해로 73살인데도 통찰력이 없어 보인다. 이 세상에 대통령은 많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단 한 사람뿐이다. 반기문 개인에게 대단한 명예요, 가문의 영광이며, 나라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유엔도 말리는 진흙탕의 국내 정치판에 뛰어들어 유엔의 위상을 훼손하고 있다. 안타깝고 못마땅하다. 남의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주제는 아니지만, 못마땅한 이유는 설령 그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이 나라와 국민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이다. 70대의 인생 원숙기인데도 욕망에 사로잡힌 그가 이 나라를 경영할 수 있는 그릇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 그는 대통령이 되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돈도 명예도 아닐 테고 딱 하나 권력 말고는 짚이는 것이 없다. 탐진치(貪瞋癡)를 불가에서는 삼독(三毒)이라 한다. 삼독의 뿌리는 탐욕이다. 탐내는 마음이 근본이 되어 성도 내고 어리석음도 생긴다. 반 전 총장은 지금 권력욕에 눈이 가려져 분별력을 상실하고 어리석음의 늪에 빠져 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욕심을 접으라는 마나님의 충고를 들었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가장 큰 욕심에서 가장 큰 재앙이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최고의 명예와 영광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그의 어리석은 노욕이 추해 보인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그가 권력을 쥐게 되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어 심히 걱정스럽다. 반 전 총장은 직업 외교관이다. 내치와 외교는 분명히 다르다. 외교는 달인(?)일지 모르지만 내치는 문외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0년이나 해외에 있었다. 한마디로 국내 사정에 어둡다. 어떻게 난마와 같은 이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 자신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참모습을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유도 성찰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단순한 후광효과에서 나온 거품과 같은 지지도에 혹해 크나큰 오판을 하고 있다. 그에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외교의 원로로서 필요할 때에 특사로 나가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왜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길을 마다하고 험난한 오욕의 길을 택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 반 전 총장은 오늘날까지 현인으로 회자되는 중국 요순시대의 허유와 소부의 전설을 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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