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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23 18:29 수정 : 2017.01.23 18:56

은종복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 일꾼

우리나라 큰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이 연초부터 돈이 없어 문을 닫게 되었다. 지금 같은 출판 시장이면 또 다른 도매업체가 문을 닫아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고 작은 출판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수 있다.

나는 동네책방에서 24년 일을 하는 동안 출판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갗으로 느꼈다. 어떻게 해야 출판문화가 좋아질까.

첫째는 경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출판 시장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책을 공산품처럼 다루어서 끝없는 경쟁에 내몬다면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 책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을 파는 사람들은 단지 돈을 벌려고 이 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둘째는 완전도서정가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1995년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인터넷서점이 생겼다. 그때 출판사들은 인터넷서점에서 책값을 현금으로 준다고 하니 책을 싸게 주었다. 사람들은 동네책방에서 책을 보고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싸게 샀다. 동네책방이 사라지고 신문도 보지 않자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낸 책을 알릴 수 없었다. 결국 돈을 내고 인터넷서점에 광고를 했다. 대형서점에도 돈을 주어야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출판사들은 책값도 싸게 주어야 하고 광고도 해야 했기에 책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출판사들은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끌려다녔다. 송인서적 같은 도매상보다 그곳에 책을 더 싸게 주었다. 결국 책을 사는 사람들은 1만원이면 살 책을 출판사들이 할인율과 광고비를 더한 책값 1만5000원을 주고 사야 했다. 물론 책을 싸게 주지 않는 동네책방에서는 절대 책을 사지 않았다. 2015년 11월에 동네책방을 살리겠다고 책값 10%와 마일리지 5%만 깎아 주도록 법을 만들었다. 인터넷서점은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경품을 공짜로 주면서 법망을 피해갔다. 더군다나 초중고 도서관이나 시·구립 도서관, 정부기관들은 동네책방에서 책을 주문하지 않고 여전히 인터넷서점이나 유령회사가 차린 서점에서 책을 샀다. 인터넷서점들은 지난날에는 20~30% 싸게 주다가 10%만 싸게 주니 순이익이 몇 배로 늘었다. 그럴수록 동네책방은 사라지고 송인서적 같은 도매상도 버틸 수 없었다. 완전도서정가제가 이루어져야 책값도 내리고 동네책방도 살아남고 건전한 책 도매상도 산다.

셋째는 작은 도서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이 있어야 하고 밤을 새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나라에서는 도서관을 더 짓고 책도 더 많이 사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 해 책에 관계된 돈을 300억원쯤 쓴다. 산업기술에 지원되는 돈은 대기업 한 곳에만 수십배를 준다. 문화가 죽은 나라는 희망이 없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경제부 장관보다 낮은 자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문화를 주관하는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내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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